
[더팩트|오승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한 한일 정상의 '황금 외교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2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골드 러브’ 취향을 공략해 외교적 우위를 선점하려는 치열한 선물 경쟁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통령실은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신라시대 금관을 본뜬 ‘경주 금관 모형’을 특별 선물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물은 트럼프 대통령의 화려한 금 장식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외교 선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백악관 집무실을 황금빛 인테리어로 꾸민 ‘골드 애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조선업 협력의 상징으로 금속 재질의 ‘거북선 모형’을 선물한 바 있다. 이번에는 ‘신라 금관’으로 한층 더 고급스러운 메시지를 담았다.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 등 민감한 경제 현안을 조율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최고 등급의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를 고려하는 한편, 트럼프의 차남 에릭 트럼프가 소유한 와이너리의 제품을 APEC 만찬주로 선정하는 등 세심한 ‘맞춤 외교’를 펼칠 계획이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28일 트럼프 대통령을 도쿄에서 맞이하며 전통적인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진심 어린 환대)’ 외교를 펼쳐 주목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오타니 쇼헤이의 메이저리그 경기를 관람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다카이치 총리는 이어 회담장에서 ‘금박을 입힌 골프공’과 ‘벚나무 묘목 250그루 기증 계획’을 공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사랑’을 겨냥해 일본 금박 기술로 제작한 황금 골프공과,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용했던 퍼터, 남자 메이저 골프 챔피언십인 2021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최초의 일본 골퍼 마쓰야마 히데키의 사인이 새겨진 골프백을 선물하며 ‘여자 아베’다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영빈관 앞에는 미국 포드사의 픽업 트럭과 도요타 차량이 함께 전시됐다. 일본 정부는 "미국산 자동차 판매 부진에 불만을 품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고려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비행기 안에서 해당 전시 소식을 듣고 "좋은 취향이다. 멋진 트럭"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일 정상의 ‘트럼프 맞춤 외교전’은 단순한 환대가 아닌, 각국의 경제·안보 이해관계를 녹여낸 고도의 전략으로 평가된다.
이재명 정부는 한미 관세 협상과 3500억 달러(약 501조 6900억원) 규모의 투자기금 조율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반면 일본은 미일 동맹 강화와 ‘New Golden Age(새로운 황금시대)’를 표방하며 미국과의 밀착을 과시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