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몰상식해"...'어좌' 앉은 김건희에, 경복궁 직원들도 '분노' [김민지의 '현장']
  • 김민지 기자
  • 입력: 2025.10.25 00:00 / 수정: 2025.10.25 00:00

[더팩트|서울 종로구=김민지 기자] "그 정도는 아닌 줄 알았죠. 와서 의자(어좌·御座)에 앉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진짜 몰상식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과거 경복궁 근정전을 찾아 어좌에 앉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된 가운데 취재진을 만난 경복궁관리소 직원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더팩트> 취재진이 현장에서 만난 경복궁 방호 업무를 담당하는 A 씨는 "우리도 지금 크게 충격받았다"며 "몇 년씩 근무해 왔지만 우리도 시설물에 함부로 진입하기가 굉장히 조심스럽다. (근정전 내부에는) 올라가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 방문) 시점이 지금 2년이 넘었다 보니 다들 해당 내용을 국정감사를 보고 알았다"며 "상식 밖의 일이니 불쾌감을 표하는 직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경복궁관리소 직원 대부분은 국감에서 의혹이 제기되기 전까지 김 여사가 방문한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감 이후 출입 관리를 담당하는 궁능유적본부 산하 경복궁관리소는 문제를 인식하고 김 여사 방문 당시 방호과 근무자 확인에 나섰지만,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근정전 사적 유용 의혹이 불거진 뒤 궁능유적본부는 직원 150여 명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당시 근무자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으나,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방문한 국보 223호 경복궁 근정전의 모습. / 서울 종로구=김민지 기자
23일 방문한 국보 223호 경복궁 근정전의 모습. / 서울 종로구=김민지 기자

경복궁관리소가 작성한 '상황실 관리 일지'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2023년 9월 12일 오후 1시 35분부터 3시 26분까지 약 2시간 머물렀다. 이날은 화요일로 경복궁 휴궁일이었다. VIP 자격으로 방문한 김 여사는 당시 협생문으로 들어와 근정전, 경회루, 흥복전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여사는 '금거북이 매관매직' 의혹을 받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최응천 전 문화재청장, 고정주 전 경복궁관리소장 등과 함께 있었다.

한 경복궁관리소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당시 경복궁관리소장까지 대동한 마당에 방호 업무를 맡는 직원이 무슨 죄가 있겠냐. 우리는 (문을) 열라면 열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면서도 "과연 근정전 문을 누가 열었는지와 이동 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가 직원들 사이에서도 관심사"라고 전했다.

23일 방문한 국보 223호 경복궁 근정전 앞, 일반 관람객의 월대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 서울 종로구=김민지 기자
23일 방문한 국보 223호 경복궁 근정전 앞, 일반 관람객의 월대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 서울 종로구=김민지 기자

근정전(국보 223호)은 경복궁 내 가장 큰 건물로, 평소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기존에는 근정전 앞 월대까지는 관람객의 접근이 가능했으나, 지난달 1일부터 이달 말까지 석조물 손상 우려 때문에 이마저도 출입이 제한된 상태다.

이날 현장에는 월대 앞마다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월대 출입을 제한하오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외국인 관람객들은 안내판 앞에서 잠시 멈칫하다가도, 이내 펜스를 비켜 서 인증사진을 남기며 발걸음을 옮겼다.


alswl5792@t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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