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서울 센터빌딩=오승혁 기자] "여긴 아직 유리가 안 끼워진 자리예요. 근데 이게 열려 있어서 사람이 살았던 거예요. 닫혀 있었으면 안에 연기 차서 다 죽었죠."
21일 '오승혁의 '현장''은 화재가 발생한 서울 중구 센터빌딩을 찾았다. 이날 오전 9시40분에 발생한 화재는 1시간40여분 뒤인 오전 11시20분경에 완전 진화됐다.
해당 건물이 서울시청 앞 광장을 마주하고 있고 주변이 한화빌딩과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플라자호텔 등으로 둘러싸여 있는 만큼 이날 화재에 수많은 행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던 길을 멈춰서고 그을음 자국과 검댕이 묻은 건물을 구경하고 있었다.
영업 중인 약국과 병원을 제외한 건물 전체에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었기에 화재 당시 건물에는 125명의 공사 관계자가 있었다. 화재 직후 111명이 지상으로 대피했고, 14명은 옥상으로 피한 뒤 119에 의해 구조됐다.
어떻게 대피했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현장 관계자는 "지하에서 작업하고 있었는데, "불이야"라는 소리가 들려서 황급히 밖으로 나왔다"고 답했다.
과학수사대 옷을 입은 이들과 공사 관계자들이 곳곳에서 대화 중인 건물을 한 바퀴 찬찬히 돌다 보니 플라자호텔 방향으로 나있는 외벽 쪽에 아래층부터 건물 끝까지 길게 그을름이 생기고 유독 공기가 매워 기침이 자꾸 나오는 곳이 보였다.
"왜 유독 여기만 까맣죠?"라고 묻자 현장 관계자들이 입 모아 "저 그을음이 보이는 계단 쪽 유리창 시공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공기가 통했다"며 "그게 아니었으면 연기가 빠지지 못해 큰일 날 뻔했다"고 "유리가 있었으면 진짜 다 죽었어요. 닫혀 있었으면 연기 꽉 차서 안에 있던 사람들 못 나왔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불은 계단 부근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리모델링 공사 중 계단 옆 유리창 끼우는 작업이 진행되기 전이었고 그 덕분에 화재 진입과 인명 피해 방지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화재 당시 엘리베이터는 작동이 중단됐고, 내부 인원들은 반대편 계단을 통해 대피했고 높은 층에 있던 이들은 옥상으로 올라갔다. 이와 같은 신속한 대응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소방과 경찰의 화재 원인 조사 후 공사가 재개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