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효균 기자] 사진가 김철현의 사진전 'URBAN DENSITY, BUSAN / 도시 밀도, 부산'이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예술마을 내에 있는 포네티브 스페이스(ponetive space)에서 10월 4일~11월 9일까지 초대전으로 열린다.
이번 전시 작품은 부산 원도심의 전경을 파노라마로 펼쳐내는 동시에 그 안의 디테일을 선보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좁은 골목과 계단, 담장, 주거 공간 등을 확대해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김철현 사진가는 작품을 통해 숨을 쉬기조차 버거울 만큼 촘촘하게 얽힌 공간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변화가 더딘 풍경 속 본인의 과거와 오늘의 부산을 다시 만남을 표현한다. 외부인(外部人)이 된 작가가 바라본 고향은, 타지인(他地人)의 시선과 내면의 추억이 교차하는 곳임을 또렷이 보여준다.
김철현 사진가는 "전시를 위한 모든 사진의 후보정 및 프린팅은 자신이 직접 작업했다"고 전했다.

< 작가의 글>
부산을 떠난 지 27년 후, 2012년부터 나는 내가 태어난 동네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원도심, 그리고 산복도로 일대를 관심을 가지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급격한 재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부산 산복도로 일대는 원도심만의 독특한 생활양식과 풍경, 그리고 여전히 빼곡한 계단식 구조인 집들과 굽이진 계단, 알록달록한 담벼락과 오래된 좁은 골목길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원도심의 모습 안에는, 내 유년의 기억과 지금의 현실이 중첩되어 있다. 멀리서 보면 한눈에 들어오는 ‘밀도’의 도시, 가까이 다가서면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계단과 골목,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보인다.
이 작업을 준비하며, 나는 도시의 발전과 변화, 그리고 그 이면에 자리한 일상과 기억의 가치에 대해 생각했다. 산복도로에서 마주하는 ‘멈춰진 시간’은, 단순한 정체나 침체의 상징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삶의 흔적이자 공동체의 유산이다. 물론 현실의 도시는 여전히 불편함과 노후화, 인구 감소, 복지와 문화 인프라의 부족, 젊은 세대의 이탈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협동하고, 이웃을 돌보고, 오래된 골목의 온기를 지켜낸다.
사진을 통해 나는 이곳의 밀도와 단절, 그리고 유대의 풍경을 기록한다. 계단 위로 이어지는 흔적, 문틈 사이로 스미는 빛, 낡은 벽을 타고 흐르는 계절의 변화. 파노라마의 넓은 시야와 세밀한 디테일 모두, 내가 자라온 부산 원도심이 지닌 시간과 삶의 무게를 전하는 소중한 언어다.
앞으로도 나는 부산 원도심과 산복도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해 나갈 것이다. 이번 전시가 관람자에게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도시와 사람,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깊은 사유와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사진가 김철현 소개>
2018년 8월, 25년간의 대학에서 후진 양성을 위한 교직 생활을 정리하고 현재는 사진·영상 콘텐츠 제작과 드론 항공 촬영 교육을 하는 K.PhotoLab 대표를 맡고 있다.미국 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사진 학사, 미국 Brooks Institute School of Photographic Art and Science에서 사진 석사, 그리고 대전 한남대 건축학과 대학원에서 건축학 박사수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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