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이학주에게 '에스콰이어'는 단순한 작품이 아니라 배우로서의 길을 다시 확인한 시간이었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강박에서 벗어난 그는 한층 더 성장한 자신과 마주했다. 또한 부족함을 채워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목표도 다시 한번 다졌다. '에스콰이어'의 여정을 마친 이학주는 이미 그런 배우로 서 있는지도 모른다.
배우 이학주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M C&C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JTBC 토일드라마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극본 박미현, 연출 김재홍, 이하 '에스콰이어')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변호사 이진우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에스콰이어'는 정의롭고 당차지만 사회생활에 서툰 신입 변호사 효민(정채연 분)이 온 세상에 냉기를 뿜어대지만 실력만큼은 최고인 파트너 변호사 석훈(이진욱 분)을 통해 완전한 변호사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7일 종영했다.
특히 작품은 단순한 소송극을 넘어 사랑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상처까지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새로운 결의 법정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시청률 8.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그는 "작품을 촬영할 때마다 어느 정도 기대는 하지만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는 기대한 것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특별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밖에는 안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본을 읽었을 때 사건들이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시청자분들이 생각해 볼만한 주제였던 것 같아요. 또 이 사건을 통해서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게 종합적으로 볼 때 의미 있다고 생각했죠. 쉽지 않은 문제들을 심플하게 다루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변호사들의 이야기가 편하게 전개해 보여준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이학주가 연기한 이진우는 법무법인 율림의 3년 차 어쏘 변호사(법무법인에 고용돼 월급을 받는 변호사)다. 율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간 실무자 역할로 석훈을 직장 상사이자 인생 형으로 진심으로 따르고 존경한다. 석훈이 시시콜콜 확인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업무를 해낼 정도로 석훈이 가장 의지하는 사람이 되는 인물이다.
이학주는 이런 이진우의 매력을 섬세한 연기력으로 표현했다. 오랜 시간 쌓아 온 신뢰와 팀워크를 탕으로 일할 때는 확실한 선을 지키지만 사적인 대화를 나눌 땐 허심탄회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극의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그는 "제 캐릭터가 굉장히 밝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제가 밝은 캐릭터를 연기한 경험이 많지 않아 두려움과 걱정이 있었다"며 "현장에서 편하게 해주시고 부족한 부분은 다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고 전했다.
"제가 신나 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을 많이 찾아내려고 했어요. 그런 부분이 입혀지면 얄미워지지 않고 매력적으로 보일 거라고 생각했죠. 제가 가장 집중했던 건 진우가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었어요. 상대방의 긴장을 풀어주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기 위해 초반에 친구들을 놀리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렇게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인물. 이 부분에 집중해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후배들에게 필요한 순간에 든든한 말 한마디로 응원을 전해주고 실질적으로 업무에 도움이 되는 트레이닝 훈련을 제공하는 등 든든한 선배미를 보여준 캐릭터였다. 그렇다면 실제 이학주는 현장에서 어떤 선배였을까. 그는 "선배 역할 못 하는 선배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막 챙겨주고 조언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장에서 후배들을 보면서 참 잘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결국 나부터 잘하자는 생각을 했죠. 선배 같은 역할을 해야 했는데.(웃음) 좀 후회가 되기도 해요. 조금 더 챙겨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런 여유가 아직 저에게는 없는 것 같아요. 더 사랑을 주는 사람이 돼서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 것 같아요."

또한 입사 동기인 허민정(전혜빈 분)과는 특별한 동료애를 바탕으로 작품의 몰입도를 견인했다. 이야기 후반에는 자신을 피해 다니는 민정을 붙잡고 흔들림 없는 진심을 드러내 안방극장을 설렘으로 물들였다. 그는 "허민정 변호사와의 장면은 전혜빈 선배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제가 애드리브를 준비해도 다 받아주셔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정말 챙김을 많이 받는 후배였다"고 떠올렸다.
"처음 촬영한 게 놀이동산 신이었는데 어려운 장면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극도의 즐거움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서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이미 전혜빈 선배는 준비를 마친 상태였어요. 거기서 에너지를 받아서 그때부터는 저도 '다 해도 되겠다' '같이 즐기면서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한 사람이 온전히 다 해내야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준비하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걸 그때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실제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방식에도 변화를 맞이했다. 예전에는 집에서 철저히 준비한 연기를 현장에서 그대로 펼치려 했지만 그럴수록 여건에 맞지 않아 스트레스가 컸다고 한다.
"예전에는 제가 촬영을 다 혼자 하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계속 판단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을 비롯해 다른 분들이 다 OK 해줬는데 저 혼자서 '이렇게 해볼걸'하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근데 이거를 포기하고 나니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도 좀 보이게 됐던 것 같아요. 조금 더 포용하는 자세를 알게 됐죠."
가장 힘들었던 부분으로 그는 '긍정적인 캐릭터의 수위 조절'을 꼽았다. 이학주는 "적절한 수위를 찾는 게 힘들었다. 하지만 촬영장에서 자유를 주고 격려를 해주셔서 훨씬 편하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능력이 지금 나에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에는 지금 없더라도 채워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예전에는 부족한 부분들을 계속 더 채워가면서 없는 거에 대한 실의에 빠졌다면 지금은 없는 것을 채워 넣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죠. 이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됐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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