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 곤충만 남은 오봉저수지…강릉 ‘살수 전쟁’ [오승혁의 '현장']
  • 오승혁 기자
  • 입력: 2025.09.03 00:00 / 수정: 2025.09.03 09:57
2일 역대 최저 저수량 기록한 강릉 오봉저수지
100여대 물탱크차 오가며 살수 이어가
상수원지 보호 구역이라는 표지판이 무색하게 2일 최저 저수량을 기록한 강릉 오봉저수지에는 풀과 곤충만 가득차 있다. /강릉 오봉저수지=오승혁 기자
상수원지 보호 구역이라는 표지판이 무색하게 2일 최저 저수량을 기록한 강릉 오봉저수지에는 풀과 곤충만 가득차 있다. /강릉 오봉저수지=오승혁 기자

[더팩트|강릉 오봉저수지=오승혁 기자] "저희도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오늘 물탱크차가 몇 번이나 오갈지는..." -오봉저수지 인근 살수차 회차 지점 교통 정리 공무원

"이게 맞아? 이게 진짜 말이 되는 거야?" -물이 말라 풀이 무성하고 땅바닥이 보이는 오봉저수지를 내려다 보던 시민

2일 '오승혁의 현장'은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재난사태가 선포된 강원도 강릉시 오봉저수지를 찾았다. 오봉저수지는 강릉지역 시민 생활용수 87%를 책임지는 양의 물이 저장되는 곳이다. 하지만 그곳은 이름만 저수지였다. 풀과 곤충의 놀이터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이날 역대 최저 저수량인 14.2%를 기록하면서 바닥을 보인 오봉저수지는 물이 말라 무성하게 풀이 자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물탱크차 등을 비롯한 급수 관련 차량만 출입이 가능하게 통제된 도로의 끝부분에서 강릉시 공무원들이 교통 통제를 진행하고 있었다.

우선 이 통제 지점 근처에 주차한 뒤 오봉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길을 따라 걸으며 <더팩트> 유튜브 채널 라이브로 구독자들과의 소통을 이어갔다. 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다는 응원과 시의 미흡한 행정을 지적하는 강릉 시민들의 채팅이 등장했다.

상수원 보호구역 안내판 뒤에 있는 저수지에 물이 가득해야 하지만, 무성하게 자란 풀과 나비, 잠자리들만 보였다. /강원도 강릉=오승혁 기자
상수원 보호구역 안내판 뒤에 있는 저수지에 물이 가득해야 하지만, 무성하게 자란 풀과 나비, 잠자리들만 보였다. /강원도 강릉=오승혁 기자

원래라면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고 수영, 취사, 낚시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입간판, 플래카드 등이 오봉저수지 인근 곳곳에 보이는 점이 자연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물이 가득해야 할 저수지에는 풀과 나비, 잠자리 등의 곤충만 가득했다.

이 장면이 믿기지 않는 듯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려 오봉저수지를 막막한 표정으로 바라 보며 사진, 영상 등을 찍는 강릉 시민들도 보였다. 취재하는 내내 육군, 해군, 공군 물탱크차와 여러 기업의 로고가 붙은 살수차 등이 꾸준히 길을 오갔다.

강릉 오봉저수지로 향하는 물길을 향해 육, 해, 공군의 물탱크차들이 살수를 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오승혁 기자
강릉 오봉저수지로 향하는 물길을 향해 육, 해, 공군의 물탱크차들이 살수를 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오승혁 기자

100여대의 물탱크차가 물을 부지런히 싣고 나르며 가뭄 해결을 위한 살수를 반복했다. '살수 작전'이라는 표현이 연상될 정도로 몇 개의 조로 이뤄진 듯한 물탱크차들은 살수를 마치면 다시 수원지로 가서 물을 싣고 돌아왔다. 이들은 아직 저수량에 여유가 있는 강릉 지역 내 하천과 저수지에서 취수한 물을 오봉저수지에 투입한다.

오봉저수지에 직접적으로 살수하는 모습은 도로 통제로 인해 취재할 수 없었으나 오봉저수지로 향하는 물길에 직접 살수해 물이 흐르게 만들고 저수량을 늘리는 모습은 취재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물탱크차에 올라 살수하는 군인들과 교통통제를 담당하는 경찰, 공무원들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이들은 물탱크차의 살수로 물이 오봉저수지를 향해 흘러가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고 희망을 찾았다.

이날 오봉저수지가 역대 최저 저수량을 기록하기 전부터 저수율이 꾸준히 하락하자 강릉시는 지난달 31일부터 수도 계량기 75%를 잠그는 제한 급수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이어 수영장, 사우나 등의 영업을 중단하고 공중화장실을 폐쇄하는 등 물을 아끼기 위한 극한의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마실 물도 부족한 상황에서 여러 기업들의 생수 등의 필요 물자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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