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1980년대 그 시절 당시 편견과 폭력적인 오해와 맞서 싸우고 견뎌야 했던 모든 애마들에 대한 지지와 응원을 담고 싶었다."
솔직하게 2부까지는 '애마'라는 작품이 크게 와닿진 않았다. 그러나 제작발표회 당시 이해영 감독의 메시지는 다시 한번 '애마'를 마지막까지 달리게 만든다. 혹시라도 다음 회차를 두고 망설이는 비슷한 이들이 있다면 그들의 등을 밀어주고 싶다. '애마'는 6부 전편을 봐야 온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22일 오후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새 시리즈 '애마'(감독 이해영)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서는 뜨는 톱스타 정희란(이하늬 분)과 신인 배우 신주애(방효리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1981년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금의환향하는 정희란의 당차고 화려한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신성 영화사 대표 구중호가 건넨 '애마부인' 대본이다.
젖가슴이란 단어로 도배된 시나리오에 분노한 희란은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의 노출은 없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희란은 신성 영화사와 마지막 한 편의 계약의 남아있던 상황이었고, 이에 구중호는 계약을 무기 삼아 희란을 조연으로 강등시킨다.
구중호는 신인 감독 곽인우와 함께 새로운 얼굴을 찾기 시작한다. 때마침 나이트클럽에서 탭댄스를 추며 배우의 꿈을 키워가던 신주애는 우연한 기회로 '애마부인'의 오디션에 참가한다. 그의 당돌한 매력에 완전히 빠진 곽인우는 곧바로 주애를 캐스팅하고, 구중호 역시 주애를 새로운 스타로 키워내고자 한다.
오래전부터 팬이었던 희란처럼 되고 싶었던 주애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이에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배우로서 성공하겠다고 다짐하며 스타가 되고자 욕망을 불태운다. 반면 희란은 굴러올 돌 주애를 노골적으로 불편해한다.
그렇게 티켝태격하며 경쟁하던 두 사람은 '애마부인'을 촬영하며 어느 순간 카메라 너머에 있는 세상의 부당함에 서서히 눈을 뜨게 되고 연대를 시작한다. 또한 희란은 구중호의 금고에서 충무로의 이면이 숨어 있는 장부를 발견하고 자신과 같은 이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다.

작품은 1980년대를 풍미했던 희대의 화제작이자 에로영화였던 '애마부인'의 비하인드와 코미디를 보여줄 것이라는 초반 홍보와 달리 회차가 진행될수록 조금 더 묵직한 이야기를 담는다. 당시 충무로 영화판의 치열한 경쟁과 욕망, 그리고 엄혹한 시대가 드러낸 야만성 혹은 모순을 풀어낸다.
그러다 보니 사실 극 초반에는 다소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지점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애마'라는 이름을 단순히 '애마부인'의 주인공이라는 개념으로만 한정 짓지 않고 싶었다. 많은 오해와 편견을 견디며 살아낸 여성들의 상징으로 넓게 해석하고자 했다. 그들의 견딤과 버팀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싶었다"는 이해영 감독의 말은 다시 한번 '애마' 앞에 앉게 만들고 주행을 하게 만드는 힘을 준다.
결국 작품은 '애마부인'으로 뭉친 두 여성의 연대, 그리고 그들을 지지한 이들의 용기를 보여주기 위해 마지막까지 힘 있게 달린다. 야만의 시대와 권력, 시스템에 맞서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하는 이들의 서사는 마지막까지 뭉클한 울림을 안긴다. 이에 불합리한 시대를 살아간 그들이 80년대 여성 캐릭터의 틀을 넘기 위해 어떻게 맞서는지 모두가 함께 지켜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때문에 작품을 이끌고 연대를 보여줄 주인공들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에 이하늬가 1980년대 당대 최고의 탑배우 희란 역을 맡아 극의 큰 중심을 잡았다.
이하늬는 희란을 연기하기 위해 톤부터 1980년대로 돌아간다. 서울 사투리와 평소 말투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극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여기에 어떤 스타일링을 입혀도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보는 재미까지 더한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보여준 액션을 활용해 적재적소에서 묵직한 한 방을 날린다. 이처럼 이하늬는 희란으로서 때로는 뭉클함을 때로는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방효린은 '애마부인'의 주연으로 발탁된 신인배우 신주애로 분해 이하늬와 호흡을 맞췄다. 그가 왜 수천명이 참여한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애마'에 합류했는지를 보여주는 '애마' 속 신주애였다. 신예라는 수식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이하늬와 합을 주고받으며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준다.

두 사람 외에도 진선규 조현철 박해준 김선영 현봉식의 존재감이 '애마'를 가득 채운다. 특히 박해준은 앞선 '폭싹 속았수다'의 이미지를 모두 지워내며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의 리얼한 연기를 보여줘 놀라움을 안긴다.
'애마'는 두 여성의 연대를 중점으로 부조리한 시대와 권력을 풍자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용기를 그린다. 물론 현재의 시스템이 1980년대보다 드라마틱하게 나아졌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부분도 많을 터다.
'변화'라는 건 이토록 어렵다. 그러나 타협하지 않고 용기 내고 맞서는 이들의 마음이 한데 모이면 생각했던 '변화'보다 더 뜻깊은 한걸음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과거보다 더 나은 현재에는 많은 이들의 용기와 연대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애마'다.
그리고 이해영 감독은 마지막까지 주애의 말을 빌려 어딘가에서 '애마'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응원을 전한다.
"맷집으로 버티고, 악으로도 깡으로도 버티고, 아무리 애를 써도 언젠가 K.O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죠. 근데 그냥 매일 하루씩 싸우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라고 생각하면 막상 두려울 건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 잊지 않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아직 링 위에 함께 있어요."
총 6부작으로 구성된 '애마'는 22일 오후 4시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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