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명주 기자] '오은영 스테이'가 위로와 공감을 통한 따스한 힐링 예능을 표방했으나 이와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논란에 휩싸였던 스타들이 출연해 해명하는 자리로 전락한 것. 또한 출연자들의 치유 과정도 매끄럽게 그려지지 않으면서 상처받은 이들의 회복과는 멀어진 프로그램을 향해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매주 월요일 방송하는 MBN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스테이'는 살아가면서 겪게 된 예상치 못한 아픔을 온전히 회복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그저 감내하며 살아가던 사람들이 템플스테이에 입소해 1박 2일을 보내며 위로와 공감 그리고 다양한 해결책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는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를 필두로 배우 고소영과 코미디언 문세윤이 출연한다. 지난 6월 23일 첫 방송해 현재 7회까지 시청자들과 만났다.
'오은영 스테이'는 방송 전 오은영표 힐링 예능으로 관심을 모았다. 매주 금요일 방송하는 채널A 예능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와 지난해 9월 종영한 채널A 예능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그가 출연자들을 향해 전문적인 위로와 조언을 건네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안겼고 이에 오은영표 상담 방식은 주목을 받았다. 그런 그가 가슴 속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과 절에서 1박 2일을 보내며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고 하니 이목이 모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프로그램은 위로와 공감보다 논란을 겪은 연예인들의 해명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7회에서는 JMS(기독교복음선교회) 신도라는 의혹에 한동안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췄던 배우 강지섭이 등장해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2023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통해 JMS 교주 정명석의 파렴치한 성범죄 혐의와 피해자들의 증언이 전해지면서 사회에 큰 파장이 일었고 이에 대한 영향으로 강지섭은 'JMS 신도가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네티즌들은 그가 정명석의 생일날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오늘은 나의 인생 멘토 되시는 선생님의 생신이다. 축하드린다"고 글을 쓴 점과 그의 옷방에 JMS 예수 그림이 놓인 점을 근거로 들어 강지섭을 JMS 신도로 지목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그는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장문의 해명 글을 올리며 "추악한 일이 있었음을 인지하기 전에 나왔다"고 탈교 사실을 설명했다.
그랬던 강지섭은 최근 '오은영 스테이'에 나와 주홍 글씨라는 닉네임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올바른 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잘못된 길이었다. 무지로 인해 낙인찍혔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어 "마음의 안식처를 얻고 싶었고 (힘든 연예계 생활을) 바르게 견디고 싶어서 간 곳"이라고 과거 JMS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를 전했다.
그룹 EXID(이엑스아이디) 하니 역시 지난 3~5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웅과 결혼할 예정이었으나 같은 해 7월 양재웅이 운영하는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환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결혼을 잠정 연기했다. 특히 하니가 결혼을 발표한 시점이 환자 사망 사고 나흘 뒤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은 더 커졌다. 이에 하니는 MC로 활약할 예정이었던 JTBC 예능 '리뷰네컷'에서 하차한 것은 물론 한동안 방송 활동을 멈췄다.
오랜만에 '오은영 스테이'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하니는 방송에서 '눈치'라는 키워드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그는 "눈치를 많이 보는데 그만 보고 싶다. 눈치를 자꾸 봐야 하는 (연예계) 환경 속에 있었다"며 "최근에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내 삶이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삶에 대해 통제하고 싶은 마음을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화면에는 '하니, 결혼 언제까지 미루나' 'EXID 하니, 양재웅과 결혼 무한 연기' 등 논란이 일어났을 당시의 기사 제목들이 비쳤다.
하니의 허심탄회한 고백에 응원을 전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유가족들이 병원을 향해 의료사고 의혹을 제기하고 양재웅을 포함한 의료진 6명을 유기치사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만큼 방송에 나와 자신의 상처를 호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족이 사망한 비극을 겪은 유가족의 아픔을 생각했다면 보다 신중하게 사연을 전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하니에 이어 강지섭까지 논란에 휩싸였던 연예인들이 출연해 아픔을 호소하며 복귀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 나오면서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출연자들이 오은영 박사를 비롯한 다른 출연자들을 통해 공감을 얻고 아픔을 회복하는 과정이 매끄럽게 그려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까지 4기 출연자들의 입소가 그려진 가운데 1기 입소자들을 다룬 방송에서는 출연자들이 오은영 박사의 편지를 받고 위로받는 모습과 템플스테이 이후 달라진 삶을 사는 모습이 나왔다.
이에 이들의 치유가 조명됐으나 2기와 3기부터는 이러한 모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출연자들이 자신의 상처를 말하고 오은영 박사의 조언을 받는 것을 끝으로 바로 다음 출연자들의 모습이 나오면서 이야기가 급하게 마무리되는 분위기를 전한다.
아울러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고소영의 모습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애초 고소영은 따뜻하고 친근한 '공감 요정'으로 활약해 출연자들이 마음을 어루만질 예정이었으나 이와는 관련 없는 모습들이 방송에 등장하고 있다. 그가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하는 모습, 절에서 다도를 배우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데뷔 33년 만에 첫 고정 예능에 도전하는 고소영이기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모일 법도 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방송의 흐름이 위로·공감과 멀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모습을 전하는 것이 방송 취지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공감과 위로를 주겠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기획 의도에 집중하지 못하는 '오은영 스테이'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본래의 의도에 맞는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은영 스테이'는 매주 월요일 밤 9시 10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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