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건너는 술 ‘경성과하주’, 그 한 잔의 위로 [오승혁의 '현장']
  • 오승혁 기자
  • 입력: 2025.08.02 00:00 / 수정: 2025.09.15 11:48
1일 라움아트센터서 와인&전통주 살롱 개최
여름에 어울리는 술 다수 시음 가능해
1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와인&전통주 살롱에 참여했다. 8월로 접어들었지만 끝을 모르는 폭염이 이어져 더위 조심하세요라는 말이 진심을 담아 일상적으로 오가는 요즘 달콤하고 시원한 술 한 잔으로 여름을 견디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곳으로 향했다. /라움아트센터=오승혁 기자
1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와인&전통주 살롱'에 참여했다. 8월로 접어들었지만 끝을 모르는 폭염이 이어져 '더위 조심하세요'라는 말이 진심을 담아 일상적으로 오가는 요즘 달콤하고 시원한 술 한 잔으로 여름을 견디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곳으로 향했다. /라움아트센터=오승혁 기자

[더팩트|오승혁 기자] "경성과하주에서 '과하'는 한자로 지날 과(過), 여름 하(夏)인데요. 말 그대로 여름을 나는 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죠. 상하지 않고 여름을 견디기 위해 달고 도수가 높게 만들었어요."

"이순신 장군께서도 즐겨 드셨다는 기록이 있죠. 만드는 방식은 유럽의 포트 와인과 같은데, 한국이 역사는 한 100년 앞서 있고요."

1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와인&전통주 살롱'에 참여했다. 8월로 접어들었지만 끝을 모르는 폭염이 이어져 '더위 조심하세요'라는 말이 진심을 담아 일상적으로 오가는 요즘, 달콤하고 시원한 술 한 잔으로 여름을 견디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곳으로 향했다.

라움아트센터와 서울 마곡에 위치한 온오프라인 주류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바틀리스트'가 협업해 이번 살롱을 개최했다. 바틀리스트는 중소벤처기업부, 한국관광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기관의 육성 스타트업이다. 유럽의 고성을 연상시키는 건물로 드라마, 영화 등의 촬영에 주로 쓰이며 주말에는 결혼식장으로 이용되는 이곳에 이날부터 오는 3일까지 사흘 동안 30곳 이상의 와인, 전통주 업체가 부스를 열고 100여종 이상 술의 시음을 진행한다. 소믈리에들이 각 주종에 대한 설명을 더하는 도슨트 프로그램과 음악회 등도 함께 펼쳐져 참가자들의 일상 탈출을 돕는다.

평일인 금요일 낮임에도 현장에는 수백명의 참가자들이 각기 다른 부스 앞에서 시음을 즐기며 "진짜 맛있다" "부드럽다" 등의 관심사를 연발했다. 정원에서 웨딩 콘셉트로 옷을 차려 입고 와인잔을 든 채 기념 사진을 찍으며 즐기는 이들도 더러 보였다.

주류 전문가인 바틀리스트 대표에게 현장에서 여름과 어울리는, 이 여름을 그나마 즐겁게 보낼 수 있게 도울 주류들을 추천 받았다. 먼저 여름에 어울리는 술이라는 주제를 들은 대표는 한 전통주 부스로 향했다. 이순신 장군도 즐겨 드셨다는 '경성과하주' 한 모금에 마음이 스르르 편해졌다. 처음에는 무겁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곧 조화로운 단맛이 현장까지 이동하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적절히 식혀줬다. 도수는 20.0%로 전통방식으로 복원된 조선시대 약주다.

옆에 위치한 다른 전통주 부스에서 향긋한 과일 향이 퍼져나왔다. '이제'라는 이름의 술이 뿜는 향이었다. ‘배 이(梨)’ 자에 ‘만들 제(製)’, '배로 만들다'라는 뜻과 ‘이제부터 우리가 행복할 시간’이라는 의미를 중의적으로 담고 있다. 나주 배를 발효한 저도수 스파클링으로, 도수는 5도다. 이제부터 행복해진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과하지 않게 기분 좋은 달콤함이 혀를 감쌌다.

전통주에서 유럽 와인으로 넘어가자, 대표는 헝가리산 ‘토카이 아수 6푸토뇨시’를 권했다. "숫자는 당도를 의미하는데 6이 가장 높아요. 그래서 예전엔 황제만 마셨던 술이다"라는 설명을 듣자 괜히 관심이 더 커졌다. 꿀처럼 달고, 점성이 있는 액체는 기분 좋은 무게감을 남겼다. 디저트 와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지친 여름 기분 전환을 위해서는 제격이었다.

조금 더 ‘지금의 계절’에 어울리는 술로는 ‘펫낫'을 추천했다. 오렌지 와인이라고 하지만, 오렌지를 넣은 건 아니다. 오렌지 빛깔의 와인 색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발효 중 병입하는 방식이라 탄산감이 있고, 생토마토 느낌도 난다. 투명한 와인잔을 채운 주황빛 액체는 보기만 해도 상큼했다. 목 넘김은 경쾌했고, 거품은 입 안에서 빠르게 퍼졌다.

'신의 물방울'이라고 불리는 고급 와인 '로마네 콩티'의 산지인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서 생산된 샴페인도 현장서 큰 인기를 모았다. 떫고 무겁기 보다는 여름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상쾌한 맛이 목을 적셨다.

현장에서 가장 ‘프리미엄’한 술을 찾는다면, 단연코 우리나라 브랜디 ‘고운 달’이었다. 국내산 과실주를 증류해 만든 이 술과 화가 장욱진이 콜라보해 만든 미술 작품을 함께 파는 패키지는 105만원으로 고급 와인에 버금 가는 가격을 자랑했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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