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23일부터 10월 26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이하 파주관) 열린 수장고(16수장고)에서 수장형 전시 '겹빛: Where Gleams Overla'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개방·공유·활용을 모색하는 수장고에서 펼치는 일곱 번째 전시로, '빛'을 주제로 호롱과 등잔, 촛대와 같은 민속자료 210여 점과 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강애란, 부지현, 이성근 등 13명의 작가 작품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찰나의 빛, 다양한 색을 띠며 우리에게 의미로 다가오다
이번 전시는 인간의 삶 속에서 빛이 지닌 역할에 주목한다. 빛의 시작을 의미하는 '발화'에서 곳곳에 빛이 퍼져가는 '확산', 삶의 다양한 곳에서 빛을 찾는 '활용', 빛 자체의 의미 이상을 탐색하는 '확장'까지 총 4부로 구성했다.

'발화'에서는 기름이나 밀랍을 태워 생성되는 따뜻한 붉은빛을 이야기한다. 등잔, 호롱, 초를 중심으로 선보이는데, 종지형, 호형, 탕기형 등 다양한 형태의 등잔과 호롱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소기름, 밀랍, 파라핀 등 여러 재료로 제작된 전통 초는 시각적 다양성을 더한다. 옛 등잔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박소희 작가의 '호롱'시리즈도 함께 선보이는데, 전통의 형태에서 보이는 현대의 감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느낄 수 있다.
◆어느 곳 하나 빛이 닿지 않는 곳이 없도록, 확산 그리고 활용
작은 불꽃에 지나지 않던 빛은 놓이는 공간에 따라 그 크기를 달리해 퍼져간다. '확산'에서는 따뜻함을 자아낸 노란빛의 크기 차이를 보여주는 등잔대와 촛대, 제등과 현등을 선보인다.
등잔대와 촛대의 빛은 '점'이 되어 일정한 영역을 비추고, 제등의 빛은 사람이 내딛는 발걸음에 맞춰 '선'이 되며, 천장과 들보에 걸리던 현등의 빛은 '면'으로 퍼져 공간을 비춘다.
이를 바탕으로 등경을 기하학적 형태로 제작하고 기능을 재해석한 김동규 작가의 '호롱불', 도장을 이용해 흙물을 면에 찍어내는 방식인 이장압인(泥裝壓印) 기법을 활용해 빛과 그림자의 선, 면의 요소를 강조한 진혜린 작가의 '흰빛 시리즈(Light)', 한국의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나무와 금속의 결합을 구현한 최승천 작가의 '촛대'를 만나볼 수 있다.

빛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삶의 현장을 밝히고, 그 기능을 넓혔다. '활용'에서는 인간의 적극적인 빛 활용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석유, 카바이드 등 화학적 에너지원과 전기로 선명한 푸른빛을 내는 산업 조명구는 물론, 생활 전력 조명구를 만날 수 있다.
어선에서 활용한 배등, 탄광안전모에 달린 조명, 플래시건과 무대조명은 생활에서 산업으로 옮겨간 필수 조명구였다. 바다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들을 모아 조명으로 새롭게 재탄생한 이혜선 작가의 '손등대' 시리즈와 'Frog Lighthouse=', 흙을 빚어 빛을 불어넣은 윤지훈 작가의 'Mushroom Series'와 'Mini Lamp'도 함께 자리한다.
◆빛, 그 자체로 의미를 증명하려는 끝없는 시도
'확장'에서는 빛의 본질과 의미를 탐색한 현대 작품을 선보인다. 폐집어 등과 같이 버려진 도구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 소비의 순환 등을 사유하는 부지현 작가의 'Luminous', 콘크리트를 주재료로 도시의 꺼지지 않는 빌딩 불빛을 재현한 랩크리트(LAB CRETE)의 'B-01 Light Scape Series', 동아시아 건축물이 갖는 생명력에서 영감을 받은 다주로(Dajuro)의 '호롱'과 '초롱', 금속 장신구의 연결에 사용되는 오링(O-ring)에 착안해서 관계의 균형을 탐색하는 방효빈 작가의 'O-Light Series'와 'X-Light Series'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아울러 고비에 꽂힌 두루마리 모습에 영감을 받아 전통의 질서와 관념을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강애란 작가의 'Scrolled Book', 프리즘에 굴절된 빛에서 나타난 다양한 색으로 실존에 대한 사색과 탐색을 하는 김선희 작가의 '실제, 실체의 실재│다가오는 파동', 재료의 각 교차 지점을 버려진 통신 케이블로 엮어 일상 속의 관계의 결을 탐구하고 삶의 연속성과 생명력, 회복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이성근 작가의 '인간+자연+사랑+빛' 등은 모두 '빛' 그 자체가 지닌 의미를 증명하려는 저마다의 다채로운 시도이자 다양한 소재와 형태의 변주물 등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가 관람객을 맞는다.

이번 전시는 2021년 7월 파주관 개관 이후 일곱 번째 수장형 전시로, 여타 박물관과 미술관처럼 일반적인 전시 공간에서 개최되는 것과 다르다. 수장고 공간에서 개최하는 '하이브리드 전시'이기 때문이다.
수장형 전시는 소장품의 안정적인 보존을 위한 공간에 전시 기능을 더해, 보존과 향유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는 파주관만의 특별한 전시 방식이다. 이는 박물관이 그간 축적한 지식과 정보를 대중에게 '개방'하고, 널리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파주관의 설립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또한 수장형 전시는 이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사업이기도 하다.
'열린 수장고'에서 개최하는 이번 전시로 관람객은 전통 유물과 현대 작가의 작품이 공존하는 공간 속에서 시간의 결이 겹치는 특별하고도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