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오승혁 기자] "이거 하프타임 안에 맥주 살 수 있겠나?" "계속 빙빙 돌고 있는데 주차 자리 없어요?"
확실히 달랐다. 대회 내내 약 3만 7000석 규모의 용인미르스타디움을 10분의 1 내외 밖에 채우지 못해 '흥행 실패'라는 지적을 받던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 '한일전'의 흥행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15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용인미르스타디움. 경기를 1시간 20분 가량 앞둔 저녁 6시 무렵에도 주차 자리가 없고 퇴근 시간 교통 정체와 맞물려 차들이 경찰의 도로 통제에 따라 평소에는 좌회전과 유턴이 가능한 구간들도 직진으로 지나치는 모습을 보였다.
차를 교통 정리 중인 경찰관 앞에 세운 몇몇 이들은 "계속 주변을 돌고 있는데 주차를 도대체 어떻게 하냐고" 질문 하기도 했다. 마음 급한 이들은 차에서 내려 용인미르스타디움까지 걷거나 길에 세워져 있는 전기 자전거, 킥보드를 통해 이동했다.
지난 한국-중국 1차전에 4400명 가량의 관중이 입장했고 2차전인 한국-홍콩의 경기에도 5500명 정도가 들어온 것과 달리 이날 경기에는 1만명 이상의 관중이 자리를 채웠다. 장내 아나운서는 1만 8418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일본의 축구팬들은 원정석을 가득 매우고 '닛폰(Nippon)'을 계속 연호하며 응원전을 펼쳤다. 전반전이 끝난 뒤 하프타임 사이에 맥주, 생수 등을 사기 위해 매점을 찾은 이들은 수백명이 줄선 풍경을 보고 "이거 후반전 시작 전에 맥주 살 수 있겠냐"고 걱정했다.
붉은 빛이 반짝거리는 붉은 악마 뿔 머리띠를 한 한국 축구팬들도 일본의 응원전에 질세라 "대~한민국!"을 계속 외치며 응원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아쉽게 한국은 0-1로 일본에 패배했다. 전반 6분에 나상호가 시도한 슈팅이 오른쪽 골대에 맞고 튀어 나왔고 역습을 진행하던 일본이 전반 8분 소마 유키의 크로스를 저메인 료가 받아 절묘한 왼발 발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만일 1골을 넣어 무승부를 거둔다 해도 골득실차에서 뒤져 우승에 실패할 수밖에 없던 홍명호보는 후반에 무조건 2골 이상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 붉은악마들이 더 크게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전을 이어갔지만, 이호재의 그림 같은 시저스킥도 일본의 오사코 게이스케 골키퍼에게 막혔고, 한국의 득점 기회를 끝내 얻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