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류덕환의 '천국보다 아름다운' 순간들
  • 최수빈 기자
  • 입력: 2025.05.29 00:00 / 수정: 2025.05.29 00:00
극 중 목사 役으로 열연
"나를 더 믿고 사랑하게 해준 작품"
배우 류덕환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JTBC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씨엘엔컴퍼니
배우 류덕환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JTBC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씨엘엔컴퍼니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류덕환의 제2막이 시작됐다. 잠깐의 쉬는 시간을 가졌던 그는 약 5년의 공백 끝에 다시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한층 단단해진 눈빛과 담백해진 말투, 깊어진 생각. 류덕환은 배우로서 조금 더 어른이 된 모습으로 '연기'라는 이름을 꺼내 들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그 시작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류덕환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JTBC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극본 이남규, 연출 김석윤)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목사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80세 모습으로 천국에 도착한 해숙(김혜자 분)이 젊어진 남편 낙준(손석구 분)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현생 초월 로맨스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25일 종영했다. 류덕환은 "촬영이 끝난 지 오래됐지만 제작진, 배우들과 지금도 잘 만나고 있다 보니 끝났다는 느낌이 없다"며 "하지만 주변 지인들한테 잘 봤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우리 드라마가 잘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작품은 '눈이 부시게' 이남규 작가와 '나의 해방일지' 김석윤 감독의 만남으로 방영 전부터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또한 배우 김혜자 손석구 한지민 이정은 등 '김석윤 사단'이 총출동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시청률 또한 5.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해 8.3%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하지만 류덕환은 김석윤 감독의 작품에 첫 출연이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제작진과 출연진은 모두 김석윤 감독과 한 번 호흡을 맞춰 본 적 있기에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단다. 그는 "김석윤 감독님은 사람을 끌어내는 능력이 남다르다. 현장에서도 이상한 믿음을 갖게 하시는 분이다"라고 호평했다.

"드라마를 통해 주고 싶은 메시지도 너무 명확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를 바라보고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저도 정말 많이 배웠어요. 저만 처음이다 보니까 팀에 누를 끼치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아, 눈치도 정말 많이 봤죠. 하지만 모든 문제를 감독님이 다 해결해 주셨고 어색한 분위기도 다 풀어주셔서 잘 적응할 수 있던 것 같아요."

류덕환은 천국의 하나뿐인 목사 역으로 열연했다. /스튜디오 피닉스, SLL
류덕환은 천국의 하나뿐인 목사 역으로 열연했다. /스튜디오 피닉스, SLL

류덕환이 분한 목사는 천국에 있기에 가장 할 일이 없는 인물이다. 그는 어렸을 적 미아가 돼 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숨을 거뒀다. 길을 잃으면 교회 앞에서 기다리라는 부모의 말을 기억하고 죽고 나서도 교회 앞을 전전하다가 어느새 목사라는 직업을 갖게 됐다. 이야기 말미 목사가 해숙이 기억 속에서 지워버린 아들이었다는 반전이 밝혀져 극에 깊이를 더했다.

류덕환은 이 반전을 캐스팅 당시 곧바로 전달받았다. 그는 "감독님이 저한테 '덕환 씨 봅시다'라고 연락을 주셔서 오디션인 줄 알고 갔죠. 근데 감독님이 첫 마디로 '합시다'라고 하셨다"며 "그래서 저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대본도 못 봤는데 말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감독님이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이 목사인데, 김혜자 선생님의 아들이라고 처음부터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감독님께 '반전을 미리 말씀해 주시면 어떡하냐'고 여쭤봤는데 감독님이 '반전이 중요한 역할이 아니다'라고 답해주셨어요. 자기가 생각하는 목사의 몫은 시청자분들이 이 드라마를 보다가 힐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 시간이 저라는 배우가 채워주면 좋겠다고 해주셔서 출연을 결심했죠."

이러한 디렉팅에 류덕환은 김석윤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작품의 전반적인 세계관은 따라가되, 해숙과 목사가 그려가는 또 다른 서사에 집중했다. 음식을 만들어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마치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떠올리게 했다.

"김혜자 선생님이랑 만나는 장면은 다른 드라마 찍듯이 촬영했어요. 메인 스토리로 이어지는 느낌보다는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으로 보이길 바랐죠. 감독님께서 나중에 해숙과 목사의 장면만 따로 붙여서 봐도 재밌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반전 있는 인물이라는 점은 신경을 많이 안 쓰면서 편하게 연기했죠. 아픔을 말할 수 없는 목사로서의 슬픔만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그러나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후반부에 갈수록 드라마가 전체적인 방향성을 잃었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했다. 류덕환 또한 "9부였나 10부쯤 촬영할 때 모든 배우들이 감독님한테 전화를 엄청 많이 했다. '도대체 우리 드라마는 어디로 가냐' '어떻게 끝내실 거냐'고 했다"고 털어놨다.

류덕환은 배우로서 내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 휴식 기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스튜디오 피닉스, SLL
류덕환은 "배우로서 내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 휴식 기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스튜디오 피닉스, SLL

"감독님이 본인도 미안하셨는지 결말에 대해 얘기해주셨어요. 그때 제목의 뜻을 이해했죠. 처음에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의미하는 건 도대체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이건 혜자 선생님의 지금 나이에, 선생님의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말이 자극적이거나 충격적인 반전이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희는 지금 분위기에 맞는 아주 예쁜 엔딩이었다고 생각해요."

류덕환에게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2020년 방송된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 이후 약 5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LTNS' 짧은 출연도 있었지만 주연작으로는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긴 공백기를 깨준 작품이다. 류덕환은 "배우로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3~4년 정도는 안 쉬고 달렸어요. 그 이후에 결혼했는데, 와이프와 가족들한테 시간을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품 활동을 하다 보면 매일 새벽에 나가거나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았으니까요. 그러면서 카페 운영도 해보고, 저녁도 집에서 먹다 보니 소중함을 더 알게 됐어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대화를 나누고 밥을 함께 먹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렇게 3년 정도 쉬고 복귀를 하려고 했어요. 근데 제가 취미로 전시를 보러 다녔는데,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좀 질투가 나는 거예요. 다 자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저는 작품 얘기만 하니까요. 그걸 보면서 '배우는 자기 얘기를 할 수 없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전시를 준비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2년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어요. 그때 그 전시를 안 했으면 후회를 많이 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연기에 대한 마음을 먹은 직후 배우 류덕환으로서의 제2막을 열게 된 작품이 '천국보다 아름다운'이다. 그는 "쉬는 동안 생각도 정리가 됐고 조금은 성장한 것 같다. 어른으로서 더 채워진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그동안 저는 너무 이타적으로 살아왔어요. 근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저를 좀 아끼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제가 현장에서 긴장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봐서였는데 그게 사라진 것 같아요. 제 직업 자체가 타인을 연구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을 관찰해야 하다 보니, 정작 주변만 보고 스스로를 본 적이 없던 거예요. 이 작품을 하면서 나를 조금 더 믿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subin713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