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실력만 출중하다고 스타가 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스타라고 해서 그 신의 주축이 되는 것도 아니다. 가수 송가인은 스타이자 여자 트로트계 대들보다.
송가인은 2019년 TV조선 '미스트롯'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트로트 신드롬의 선봉에 섰다. 너도나도 여러 장르를 섞은 세미 트로트를 선호할 때 송가인은 오랫동안 내공을 쌓은 판소리에 기반한 출중한 가창력으로 우직하게 정통 트로트 계보를 잇고 있다. 나아가 다방면에서 선후배들에 힘을 보태며 신 부흥에 힘쓰고 있다. 그가 스타 이상의 대들보인 이유다.
'미스트롯'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송가인의 행보는 알찼다. 싱글과 협업 곡도 있지만 정규 앨범만 무려 3장을 냈다. '佳人(가인)'(2019), '몽(夢)'(2020), '연가(戀歌)'(2022)에서 다양한 장르와 여러 시도를 하면서도 일관되게 정통 트로트를 앞장세웠다. 여자 트로트 계보를 이을 가수로 누구나 주저없이 송가인을 꼽는 건 바로 그의 굳건한 정체성이 있어서다.
정규 3집 후 기존의 소속사를 떠나 1인 기획사 가인달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새출발을 시작한 송가인은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텀이 긴 2년 10개월 만인 지난 11일 새로운 정규 앨범을 내놨다. 정규 4집 '가인;달'이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는 라틴 펑크, 발라드, 컨트리 폭스까지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앨범 전반을 채우는 건 역시 정통 트로트다.
타이틀곡 '아사달'은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을 만든 석공 아사달의 설화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송가인의 한 서린 국악 창법이 곡 전체를 이끌며 정서를 깊이 있게 전한다. 서정적인 가사와 애절한 멜로디가 어우러진 정통 트로트의 정수다. 송가인이 앨범 발매 쇼케이스에서 "그 어떤 곡보다 깊게 몰입해서 들었고 작업했다"고 말한 그 곡이다.
그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아사달'의 이야기도 듣는 이들을 단번에 빠져들게 만든다. 곡 전반에 반복되는 "비나이다"란 가사가 초반에서 중반을 거쳐 후반부로 갈수록 느낌이 달라진다. 이야기가 쌓이고 고조되는 것에 맞게 단 네 글자인 "비나이다"에도 감정의 무게가 실린다. 그 감정은 마지막 그의 숨소리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렇게 한편의 영화를 완성한다.
또 다른 타이틀곡 '눈물이 난다'는 서정적인 기타 연주와 감각적인 스트링 라인이 돋보이는 곡으로 바이올린, 첼로, 드럼의 합주로 세련된 멜로디를 선사한다. 살아있는 전설 심수봉이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맡아 송가인의 새로운 새로운 매력을 끌어냈다. 심수봉이 후배 가수에게 곡을 준 건 처음일 뿐만 아니라 심수봉의 목소리도 음원 곳곳에 들어가 있다.
이 두 곡에서도 송가인의 정체성과 트로트 신 내에서의 역할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첫 번째는 정통 트로트를 향한 송가인의 진심이고 두 번째는 대선배와의 협업을 통한 정통성이다.
송가인은 쇼케이스에서 정통 트로트를 놓지 않는 이유로 "정통 트로트와 판소리는 비슷한 점이 많다. 정통 트로트가 나의 장점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잘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 정통 트로트는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장르고 앞으로도 정통 트로트를 놓지 않고 계속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통 트로트를 향한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말이다.
더불어 심수봉과의 협업에 대해선 "선생님께 무작정 찾아갔다. 집도 1분 거리였다. 마침 곡을 써놓은 게 있다고 하시길래 운명이다 싶었다"며 "곡 작업을 재미있게 하고 레슨까지 해주셨다. 녹음을 할 때도 직접 프로듀싱을 해주시고 코러스를 부탁드렸는데 그것도 해주셨다"고 떠올렸다. 송가인이 선후배 간에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부 남자 트로트 가수들은 대형 팬덤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성 트로트 가수들은 입지가 그에 못 미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송가인은 "무게감과 부담감이 있다. 후배들을 이끌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들 놀 때 연습해야 한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열심히 하면 좋은 날이 온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는 말뿐만이 아니다. 어려운 시기에 송가인의 도움을 받았다는 미담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황홍비는 과거 형편이 좋지 않았던 시절임에도 송가인이 암 수술비를 지원해준 사연을 전했고 김소유는 송가인이 자신의 SNS 글을 보고 연락이 왔다며 "언니 카톡 하나가 이렇게 큰 힘이 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송가인은 팬덤이 약한 여자 트로트 가수임에도 발매 이틀 만에 여자 트로트 가수 역대 최다 판매량인 2만여 장을 기록하고 각종 음원 차트에 전곡 진입시켰다. 이런 성과는 정통 트로트 장르와 몸담고 있는 신에 대한 송가인의 진정성이 더해졌기에 더 빛나고 나아가 그의 행보를 응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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