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부 “주의 의무 위반 정도 매우 무거워…윤리적 비난 가능성 높아”[더팩트 | 대전=김성서 기자] 만취한 상태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하고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7단독(재판장 김지영)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38)에게 징역 1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10월 대전 서구 둔산동 한 네거리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과 30대 남성을 들이받은 뒤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장소는 시속 30㎞ 이하로 서행해야 할 어린이보호구역이었지만, 사고 당시 시속 75㎞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04%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이후 A씨는 사고 지점에서 4㎞가량 떨어진 유성구의 한 도로에서 화단을 들이받고 도주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고로 20대 여성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을 거뒀고, 30대 남성은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숨진 여성은 가족과 떨어진 채 혼자 대전에 살며 취업을 준비하던 대학생으로 아르바이트를 마친 후 귀가하던 중이었다.
재판부는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 의무, 신호, 제한속도 등 이 사건 사고 당시 주의 의무 위반의 정도는 매우 무겁다"면서 "교통안전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고, 사상 당한 피해자의 개인적 권익 보호가 필요해 엄중의 처벌 필요성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도주 직후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사고 현장을 이탈해 피해자들의 2차 사고 위험성이 있었다"면서 "블랙박스 자체를 탈거한 뒤 사고 차량에서 빠져나와 윤리적 비난 가능성이 높고 유가족과 피해자들과 합의에 이르지 못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유족은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형량이 아무리 높다 한들 저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항소 여부는 마음을 가다듬은 뒤 고민해 봐야 할 듯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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