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근한 삶의 터를 지키고 싶은 주민들의 아름다운 꿈, 상대적 박탈감으로 상처 줘선 안돼[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도시재생 사업은 개발에 의해 주민들이 오랜 삶의 터에서 축출되는 공동체 해체를 막기 위해 고안된 국책사업이다.
전국 낙후지역 500여 곳에 매년 10조원의 재원을 5년간 투입하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광주시의 경우만 해도 현재 22곳 이상에서 사업이 추진 중이다.
'미국 대도시의 삶과 죽음'이라는 저서를 펴내 도시사상가로 회자되는 제인 제이콥스의 언급은 도시재생 사업의 본질에 다가서는데 하나의 지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제이콥스는 소규모 개발을 통해 '보행자들에게 친근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창했다. 이를 위해 빌딩이 늘어서는 대 블록을 지양하고 소 블록의 가로를 만들어 거리를 걷는 이들이 빈번하게 접촉하며 공간의 생기를 체험하는, 낮 익고 친근한 도시공간이야말로 도시인들의 진정한 삶의 터라는 생태 도시론을 펼쳤다.
한국형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취지 또한 본질적인 측면에서 제이콥스의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도시 활력 회복을 기반으로 경제 생태계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목적이 덧붙여졌을 뿐이다. 공간 혁신을 통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도시재생사업은 당초의 취지대로 순항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도시공간은 다양한 환경과 다양한 욕구와 맞물려 자생적 변화를 하는 유기체적 성격을 지닌다는 논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때로 순항하고, 때로 난항을 겪을 수도 있지만 영원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한국형 도시재생사업의 현 시점에서만 본다면 가장 큰 장벽은 도시재생 지역들이 아파트 숲 사이의 섬처럼 갇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시의 경우만 해도 현재 지역주택조합과 지구단위정비 재개발사업을 통해 건설됐거나 추진 중인 대단위 아파트 개발 사업이 17곳 이상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이 초고층 아파트인데다 투기자본이 몰려, 상당한 액면의 웃돈이 붙었다는 말들이 분분하다.
도시재생지역 주민들 입장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도시재생 경계 지역 저편에서 1억원의 웃돈이 붙었느니 2억원의 웃돈이 붙었느니 하는 말들이 쏘다니는 상황에서 심기가 뒤틀리는 것은 당연하다. 도시재생 사업에 동의할 당시 낮 익고 친근한 주민 공동체를 지켜가자는 가치관도 흔들리게 마련이다.
도시재생 추진을 통한 결실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소규모 주거개선사업이나 대부분 1000만원을 넘지 않는 주민제안 공모사업에 자족해야 하는 재생지역 주민들 입장에서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시나 구청이 대단위 아파트 사업 승인 과정에서 인근 도시재생사업 지역과의 이해 충돌문제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 고민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주민 수 늘리기에 급급한 기초 자치단체들은 오히려 관내에 대단위 아파트가 건립되는 것을 반기는 눈치다.
치부의 수단으로 비쳐지는 대규모 아파트 사업과 도시재생뉴딜이라는 가치와 이해의 충돌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재생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활력을 주기는커녕 또 다른 소외와 무기력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총체적 실패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
이미 진행된 단지 개발 때문에 충돌이 불가피하다면 도시재생 지역의 경제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사업의 주안점을 재편해야 할 것이다. 주민소득 사업과 골목 형 일자리 창출에 보다 많은 관심을 할애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형별로 천편일률적인 사업의 내용도 정부 차원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뉴딜 사업 승인 과정에서도 주민 경제 활성화가 평가의 주요 항목으로 재 조정돼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사회통합 기여를 도시재생뉴딜사업의 핵심 항목으로 내세우고 있다. 낮 익은 삶의 터를 지키며 친근한 이웃들과 함께 살고 싶은 재생지역 주민들의 소박한 소망이 아파트 숲에 갇혀 상처받는 상실감으로 전락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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