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정유재란' 특강에 4000만원 투입...도올 강의료는 400만원?
  • 유홍철 기자
  • 입력: 2021.04.29 13:18 / 수정: 2021.04.29 14:43
도올 김용옥 교수가 순천에서 정유왜란을 말하다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유홍철 기자
도올 김용옥 교수가 '순천에서 정유왜란을 말하다'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유홍철 기자

'정유왜란'이란 주장에 대한 설명 부족, 비전공 분야 녹아나지 않은 강연에 지루함 마져[더팩트 순천=유홍철 기자] 28일 오후 순천생태문화교육원에서 도올 김용옥 교수의 '순천에서 정유왜란을 말하다' 주제로 특강이 펼쳤졌다.

순천을 주무대로 펼쳐진 정유재란을 재조명하고 당시 순천부에 속한 민초들의 활약상과 삶을 되돌아 보고 후손에 교훈을 주기 위한 기획이라면 이날 강연 기획의도에 토를 다는 사람은 많지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강의 뒤에 숨겨진 이면을 살펴보면 몇 가지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도올 강의에 4000만원이라는 적지않은 예산을 써도 되는 것인가? 철학자인 도올을 역사문제를 재해석하는데 동원한 것이 타당한 걸까? 또 기왕에 특강에 나선 도올의 강연이 과연 '정유왜란'을 말하고 있었는가? 등등의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도 제법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이날 도올 강의에 투입된 예산 4000만원 중에서 도올에게 돌아가는 강의료는 400만원에 불과한 점에 비춰 많은 예산이 배정됐다.

그렇다면 강의료를 뺀 나머지 3600만원은 어디에 쓰인 걸까?

순천시의 설명에 따르면 방송 송출료와 스팟광고, 유투브 업로드 등에 2000만원이 계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마디로 광고비나 다름없는 부분에 절반의 예산이 쓰인 셈이다. 나머지 1600만원은 무대와 영상제작비 명목으로 편성됐다.

물론 4000만원의 예산은 공중파인 지역 민간 방송사와 일괄 계약형식으로 집행됐다. 이날 도올의 강연은 2시간 동안 진행됐으나 오는 5월 15일 한 시간짜리로 편집된 채 방영될 예정이다.

문화정책에 관여해온 한 관계자는 "방송을 끼고 한 행사여서 예산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전국 방송도 아닌 전남동부권에 국한된 방송이라면 2000만원에도 할 수 있고 3000만원에도 할 수 있는 고무줄 같은 예산 편성인 것 만은 분명하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이 공중파 방송에 우호적인 관계자를 맺어야 하는 마당에 굳이 내 돈 쓰듯이 예산을 깎아야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고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도올은 동서양 철학을 망라한 특강으로 이름을 날린 유명 철학자이다. 역사문제를 철학자에게 맡기는 게 맞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그가 정유왜란으로 주장하는 것은 대략 두 가지 측면이다.

1592년 4월 시작된 임진왜란은 1년 2개월 간 진행됐고 이후 4년의 휴지기가 있었다. 정유년인 1597년 1월 다시 일본이 침략해서 1년 4개월 간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임진왜란은 입명가도(入明假道)로서 명나라를 삼키기 위해 조선에 길을 잠시 터 주라는 요구였던데 반해, 정유재란은 임진왜란 때 처절하게 당한 이순신과 호남인에 앙갚음을 위해 순전히 조선을 침략하기 위해 란을 피운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4년의 시간적 거리와 일본 침략 의도가 달랐다는 점에서 임진왜란에 부속한 재란이 아니고 독립적인 정유왜란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이날 강의 제목에서 보듯 왜 '정유왜란'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유투브 도올TV에서 '노자' 강의를 통해 이미 제기한 정유왜란이라고 한 이유를 반복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날 순천 특강에서 정유재란 당시 민초들의 활약이나 삶을 생생하게 들려주거나 정유왜란이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더 추가적인 것도 없었다.

더구나 자신의 전공 영역이 아닌 탓인지 중간중간에 역사적 사실이 강연 내용에 녹아나지 않아서 매끄럽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평소 철학 강의에서처럼 자연발생적 뜨거운 함성은 보기 힘들었다. 격려성 박수가 몇 차례 있었을 뿐이었다.

물론 특강에 대한 질의, 답변도 생략됐다.

강의가 끝나도 청중들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도올이 오히려 '강연 끝났습니다'라고 하고서야 청중들이 멋쩍게 자리에서 일어날 정도였다.

도올이 강의 시작전에 "내가 역사학자도 아니고 해서 (최근에) 자료를 읽고 공부해서 강연에 임한다"는 취지의 사족을 붙이기는 했다.

순천시가 도올의 유명세를 빌어서 정유재란을 알리려는 의도를 모를 바 아니다. 하지만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서도 충분한 연구나 자료의 뒷받침 없는 공허하고 지루한 특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같은 소감은 기자만의 느낌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 같이 했던 몇몇 지인들의 반응도 대체로 대동소이했다는 점이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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