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미안하다"...초등생 사망한 통학로 여전히 위험
  • 이경민 기자
  • 입력: 2021.03.19 18:16 / 수정: 2021.03.19 18:16
19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동 한 초등학교 통학로 인근 도로에 꽃바구니와 함께 시민이 쓴 편지가 놓여있다. /전주=이경민 기자
19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동 한 초등학교 통학로 인근 도로에 꽃바구니와 함께 시민이 쓴 편지가 놓여있다. /전주=이경민 기자

"천국에서 자전거 실컷타고...어른들이 참말로 미안하다."

사망 사고 낸 운전자 "아이 보지 못했다"[더팩트 | 전주=이경민 기자] 19일 전북 전주시 덕진동 금암초등학교 통학로 옆에 꽃바구니와 꽃다발이 놓여있다. 이곳은 전날(18일)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A(11) 군이 레미콘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숨진 장소다.

꽃다발 옆에는 '얼굴도 모르는 친구지만 그 소식을 듣고 맘이 너무 아팠어요. 우리 어른들을 용서해요. 아픔이 없는 그곳에 평안하기를...'는 손으로 쓴 편지가 적혀 있었다.

다른 꽃다발에는 '국화꽃보다 예쁜 A 군아 어른들이 참말로 미안하다. 하늘 천국에서 자전거 실컷 타고 마음껏 뛰고 놀으렴'이란 글귀가 남겨있었다.

이날 오전 숨진 A 군의 초등학교에서는 작은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에 동참한 한 학부모는 "이 학교 통학로는 매우 위험해서 그동안 수십 차례 경찰서와 전주시에 민원을 제기해왔는데, 서로 책임만 떠넘겼다"면서 "내가 조금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하다"고 말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은 평소와 달리 스쿨존 주정차 위반 단속 차량들이 연신 오가고 있었다.

현장을 지켜보던 학부모들과 상인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단속 차량을 피해 골목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차량 때문에 또 사고가 발생할 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상인은 "사고가 나자 보여주기식 단속을 하고 있다. 오늘만 벌써 수십 대의 단속 차량이 오갔다"면서 "결국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단속차량을 피해 골목으로 숨어들어 아이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일 전북 전주시 덕진동 금암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은 불법주정차 차량들로 가득했다. /전주=이경민 기자.
19일 전북 전주시 덕진동 금암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은 불법주정차 차량들로 가득했다. /전주=이경민 기자.

한 학부모는 "스쿨존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 때문에 아이들 안전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지만, 전주시와 경찰서는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전주덕진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레미콘 트럭 운전사 B(50대) 씨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서 B 씨는 "어린 아이를 미처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scoop@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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