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검사 후 격리해제 요구도 무시…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른 것" 해명[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나왔는데 또 양성이라니…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증상이라는 이유로 진단 검사도 받지 않고 퇴원한 뒤 양성 판정을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이에 대한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무증상 감염자가 '3차 대유행'에 또 다른 도화선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더팩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경기도 시흥에 사는 20살 A씨는 지난 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A씨는 병상을 찾지 못해 사흘간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다 7일 이천 국방어학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들어갔다. 그러곤 일주일 만인 14일 격리에서 해제됐다.
문제는 무증상 감염자로 분류된 A씨가 제대로 된 치료나 진단 검사도 없이 격리에서 해제됐다는 점이다. 결국 집으로 돌아온 A씨는 16일 다시 검사를 받고 17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A씨와 가족들은 이러한 상황을 예견해 방역당국에 수차례 진단 검사를 요구하며 관련 대책을 문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질병관리청에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대책없는 답변이 전부였다.
A씨 아버지는 "가족들은 또 격리를 하라고 하고, 아들은 일상생활을 해도 괜찮다는 게 방역당국의 지침이라고 하던데 너무 황당하다"며 "분명히 양성이 나올 것 같아서 진단 검사를 해달라고 했는데 그걸 (방역당국이) 무시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주위에서 아들이 음성 판정을 받았는지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데 그때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처하다"며 "방역당국에선 '지침'이라는 앵무새같은 답변만 계속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흥시 관계자는 "질병관리청의 지침과 현재 병상 수 부족으로 인해 무증상 감염자가 격리에서 해제될 경우 진단 검사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따로 진단 검사를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후속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관련 자료조차 없다는 점이다. '조용한 전파'를 일으키는 무증상 확진자들이 예상보다 깊숙하게 지역사회에 퍼져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금부터 이에 대한 조사와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연이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조치를 하더라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격리 해제 기준은 조금씩 상이할 수 있다"며 "증상이 없으신 분들에 대해서는 감염 위험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관리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다만 확진자 중 경증·무증상 감염자가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방역당국의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기초역학조사 과정에서 '무증상'이라고 답한 비율은 지난 9월 38.3%, 10월 39.4%, 11월 37.3%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현재의 조치가 세계적인 기준에 부합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등을 비롯한 외국에서도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에 대해 현재 우리처럼 운영하고 있는 곳이 많다"며 "전문가들끼리 여러번 논의한 끝에 일정 시간 무증상을 보인 감염자는 바이러스 전파력이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염내과 교수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말했듯 현재의 폭발적인 확산세는 지역사회의 경증이나 무증상 감염자들이 주요 감염원"이라며 "아직 치료제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처참한 선진국들의 방역 수준이 우리에게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염 경로를 찾을 수 없는 조용한 전파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무증상 감염자들에 대한 현재의 지침을 바꿔서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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