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 현수막 설치작업 중 6m 추락…친형 "안전관리 허술해 사고" 국민청원[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사고 나기 전날, 본가에서 첫째와 둘째 아들을 보고 손을 흔들고 어디론가 급히 가는 모습이 마지막이었습니다."
흉부외과 전문의 손모(41)씨는 6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 앞서 이같이 말하며 울먹였다.
손씨의 동생(39)은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구 한 특급호텔 4층 연회장에서 ‘현수막 설치 작업’을 하다가 리프트에서 6m 아래로 떨어져 사경을 헤매고 있다.
손씨는 "병원에서 일을 하면서 당직을 자주 서는 탓에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저를 대신해 동생은 아빠처럼 아이들을 돌봤다. 이런 착한 동생이 뇌사 상태에 빠졌다"며 애달퍼했다.
손씨는 동생과의 추억을 꺼냈다. 그는 "동생은 조카를 아꼈다. 자신의 휴대전화에 조카 사진을 올리곤 했다. 첫째 아들이 발달장애인이다. 말도 하지 못하고 소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 그럼에도 첫째는 삼촌만 보면 얼굴을 비비면서 ‘애정’을 표하곤 했다. 첫째는 삼촌의 사고를 모르고 있다. 이런 현실이 슬프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은 아빠인 저보다 아이들과의 스킨십이 좋았다. 아이들 컴퓨터를 고쳐주고 게임도 함께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뒷산에 가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함께 지새곤 했다. 산에 오를 때 첫째 손을 꼭 잡고 다녔다. 몸이 불편한 첫째가 유독 삼촌을 잘 따랐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손씨는 자신의 동생이 당한 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그는 "기사가 보도되자 오늘(6일) 연락이 왔다. 호텔 측이 진솔한 사과를 하길 바란다"며 "정확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1인 시위’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당시 상황을 영상으로 봤다. 호텔 측이 연회장에 테이블을 먼저 설치한 탓에 리프트 바닥에 안전 지지대를 설치할 공간조차 없었다"고 강조했다.
손씨는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제 동생이 호텔에서 대형 현수막 설치 작업 중 추락해 현재 의식불명 상태입니다. 도와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6일 오후 3시30분 기준 이 청원은 6027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글이 30일 이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청와대는 해당 청원글에 대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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