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표가 없는 게 아니라 목표를 일굴 밭이 없다"[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친구(경남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보통 어떤 직종에 종사하고 있나? 취직은 잘 되는가? 만족하며 살고 있나?"
얼마 전 서울에 사는 선배 기자가 점심식사를 하며 가볍게 던진 질문이다. 일자리 문제를 사회적 시선이 아닌 개인적인 삶에서 답을 찾으려 하니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내 지인들 중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하루살이 처럼 살아가는 이들도 제법 되기 때문이다.
창원에서 일하는 친구인 A(30)씨는 제조업 분야의 한 중소기업에서 6년간 근속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일거리가 줄고 회사 사정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이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평생 직장을 꿈꾸며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인생의 목표가 뚜렷했지만 상황이 바뀌면서 앞날을 생각하니 덜컥 겁부터 났다고 한다. 이 때문에 A씨는 그동안의 경력도 마다하고 전혀 연관성이 없는 업종으로 전환했다. 그나마 주변에서 지금은 어떤 직장이라도 몸담고 있는 게 행운이라며 격려해줘서 위안을 삼고 있다.
B(31)씨와 C(29)씨는 "6개월 이상 한 직장에서 일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계약직의 노예'라고들 말한다. 자기계발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더욱이 요즘엔 코로나19 때문에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한탄한다.
그들은 "근성이 없다고 오해하는 사람마저 생기니 한편으론 민망하면서도 고까운 생각마저 든다. 목표가 없는 게 아니라 목표를 일굴 밭이 없다. 자격증과 스펙은 쌓여가지만 일자리는 갈수록 줄기만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올해 3분기 고용동향에 따르면 9월 기준 신규 구인인원은 17만1078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3%(7643명) 감소한 반면 신규 구직건수는 36만1385건으로 21.4%(6만3586건)나 증가했다. 또 노동가능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퇴직자 수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경남의 경우 '1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수는 증가했지만 '10인 이상 100인 미만'과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 수는 5분기 연속 감소했다.
대학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있는 경남의 한 대학생은 취직 준비를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막막하기만 하다. 가족이 거주하는 경남에서 일을 하고 싶지만 현실이 여의치 않다.
경남의 많은 회사들이 코로나19 이후 문을 닫거나 신규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좀 괜찮다고 생각되는 회사들은 거의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된 탓이다.
경남지역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인 청년층의 유출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뭐니뭐니해도 지속가능한 일자리 마련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현재 도 차원의 일자리 창출사업은 대부분 단기적·단발적인 것이 대부분이어서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 지원책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알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책를 마련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영국의 유명한 희극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의 경남지역 청년들은 '가까이서도, 멀리서도' 비극을 연출해야 하는 무대 위에 올라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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