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과거 '틀'서 벗어나자" 변화·혁신 주문한 총수들 '언행일치'
  • 서재근 기자
  • 입력: 2019.02.15 23:51 / 수정: 2019.02.15 23:5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부터)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 아래  방식으로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더팩트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부터)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 아래 방식으로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더팩트 DB

'외부 인사 수혈에 정기 공채 폐지까지' 대기업 변화 '빠르다'[더팩트 | 서재근 기자] "새롭게 열리는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 키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고, 일하는 방식에서 변화와 혁신 추진하겠다."(정의선 현대자동차 총괄 수석 부회장)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더 큰 행복을 만들어 나가자."(최태원 SK그룹 회장)

"최고의 인재들이 최고의 연구·개발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구광모 LG그룹 회장)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SK, LG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혁신 경영'에 속도가 붙고 있다.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 아래 그룹 총수들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최우선 실천 과제로 제시한 '변화'와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한 '40대 총수'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올해 첫 대외 행보 행선지로 서울 강서구에 있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낙점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기술분야의 석·박사 과정 R&D 인재들과 만났다. 구 회장의 LG사이언스파크 방문은 지난해 6월 그룹 회장 취임 이후 세 번째다.

올해 들어 2개월여 동안 '정중동' 행보를 이어간 구 회장이 그룹 연구개발(R&D)의 중추를 맡고 있는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데는 올해 초 그가 신년사에서 던진 메시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구 회장은 신년사에서 '고객'이라는 단어만 무려 30차례 언급하며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줄 수 있는 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LG 테크 컨퍼런스' 행사에서도 구 회장은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배경과 관련해 "고객과 사회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 싶은 LG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기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믿음과 최고의 R&D 인재육성과 연구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실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올해 첫 대외 행보 행선지로 서울 강서구에 있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낙점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기술분야의 석·박사 과정 R&D 인재들과 만났다. /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올해 첫 대외 행보 행선지로 서울 강서구에 있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낙점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기술분야의 석·박사 과정 R&D 인재들과 만났다. /LG그룹 제공

미래 기술 개발 외에도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의 체질 개선은 매우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LG전자가 네이버의 기술연구개발법인 네이버랩스와 로봇 분야 공동 연구 업무 협약(MOU)을 맺었고, 그룹 내 주요 5개 계열사(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 CNS)가 공동출자한 벤처투자 펀드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미국의 자율주행 셔틀버스 개발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미래 기술 개발뿐만 아니다. 같은 달 단행한 정기 인사에서는 '순혈주의' 틀을 깨고 외부 인사를 주력 계열사 수장으로 영입해 '구광모 체제' 이후 달라질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구 회장의 '탈권위 리더십'도 관심을 모은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도 구 회장은 지난해 9월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노타이 차림의 캐쥬얼한 복장으로 대학원생들의 전공 분야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하는 등 선대에서 볼 수 없었던 총수의 이미지를 보여줬다.

재계 서열 1위 삼성전자의 변화도 뚜렷하다. 가장 큰 특징은 '소통'이다. 연초 '도전자의 자세'를 주문,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내외를 새해 들어 국내외를 막론하고 '소통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2개월여 동안 이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두 차례 만남을 가진 데 이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등 고위급 인사들과 잇달아 만나 삼성전자의 국내 주요 생산라인을 공개하며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이달 초에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으로 건너가 현지 반도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쉴 틈없이 아랍에미리트(UAE)로 행선지를 옮겨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만나 차세대 이동통신(5G) 및 IT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초 수원사업장을 방문한 이재용 부회장은 직접 구내 식당을 찾아 직원들과 눈을 맞추고 인사하며 함께 사진을 찍는 등 격식 없는 모습으로 소통했다. /독자 제공
지난달 초 수원사업장을 방문한 이재용 부회장은 직접 구내 식당을 찾아 직원들과 눈을 맞추고 인사하며 함께 사진을 찍는 등 격식 없는 모습으로 소통했다. /독자 제공

특히, 이 부회장의 '달라진' 소통 방식은 재계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과 만남에서 연구소 방문을 요청하고, 이 국무총리와 면담에서도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와 더불어 "건의할 것은 건의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대화를 주도했다.

그의 적극적인 소통은 회사 내부에서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초 수원사업장을 방문한 이 부회장은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직원들과 눈을 맞추고 인사하며 함께 사진을 찍는 등 '격식 없는' 모습으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최근 파격 실험에 나섰다. 올해부터 상·하반기 연 2회 시행하던 대규모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없애고 직무중심의 '상시 공채'로 전환하기로 한 것. 10대 그룹 가운데 정기 대규모 공채를 없앤 건 현대차그룹이 최초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신년사에서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혁신을 주문한 지 한 달여 만에 그룹 차원에서 새로운 시도에 나선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새로운 도전은 이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플랫폼 개방,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대량생산체제 구축 등 '세계 최초', '업계 최초' 타이틀을 선점한 미래차 개발 사업도 '정의선 체제' 전환 이후 탄력이 붙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임직원 300여 명과 가진 행복토크 행사에서 긍정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고 조그마한 해결방안부터라도 꾸준히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임직원 300여 명과 가진 '행복토크' 행사에서 "긍정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고 조그마한 해결방안부터라도 꾸준히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그룹 제공

SK그룹 역시 '일하는 방식의 변화' 부분에 있어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부사장', '전무', '상무' 등 임원 직급을 폐지하는 방안을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 기존의 호칭은 '본부장', '실장' 등으로 통일하고, 임원들의 영문 직급 표기 역시 '이그제큐티브 바이스 프레지던트(부사장·전무) 등으로 표기했던 것을 앞으로는 '바이스 프레지던트'로 통일한다.

뿐만 아니라 임원들의 업무용 차량 운영 방식도 손 본다. 직급별 차종 제한을 두던 관행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필요시마다 운전기사를 요청하는 '공용 기사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SK의 이 같은 변화는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최 회장은 지난달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임직원 300여 명과 가진 '행복토크' 행사에서도 "조직과 제도, 사람을 바꾸고 새롭게 한다고 긍정적 변화가 한 번에 생기지는 않지만, 긍정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고 조그마한 해결방안부터라도 꾸준히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4대 그룹 관계자는 "과거에는 직급 체계에 따른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보편적인 '대기업의 문화'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특히, 그룹 최고의사결정권자를 중심으로 소통하고 유연하고 젊은 조직을 만들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추구하려는 노력이 지속해서 확산한다면 수평적 소통 문화가 '보편적인 기업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