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돌고돌아 제자리로 돌아왔다. 괜한 2년의 시간만 낭비한 꼴이다. 여기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은 국민의 몫으로 남게 됐다. 정부의 면세점 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2년 전인 2014년 면세점 특허 기간을 5년으로 줄였던 정부는 이날 다시 특허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고 갱신도 허용하기로 했다. 더욱이 정부는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의 반발 속에 각종 논란과 구설을 낳았던 신규 특허 여부 결정은 이달 말로 연기하며 여전히 분란의 씨앗을 남겼다.
일부 사업자들은 개선안에 포함된 '시장 지배적 추정 사업자의 특허심사 부분'이 사실상 롯데면세점의 신규 특허 획득을 정부가 도와주는 대목이라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시장 지배적 추정 사업자'란 '매출비중 1개 사업자가 50% 이상 또는 3개 이하 사업자가 75% 이상인 경우 해당하는 사업자'다. 개선안은 이들 사업자에 대한 특허 심사시 총평가점수 1000점에서 일부 감점할 수 있게 했다. 현재 면세업계에서 이 부분에 적용되는 사업자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각각 51.5%와 28.1%로 이들은 전체 시장의 79.6%를 차지하는 지배적 사업자다.
신규로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특허 심사에서 롯데의 경영권 분쟁에 따른 각종 구설과 면세점 독점 부문이 부각되면서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을 두산에 내줬다"면서 "정부가 독점 해소라는 애초의 취지를 너무 쉽게 뒤집었다. 감점이라고 하지만 배제가 아닌 만큼 사실상 롯데면세점의 재진입 장벽을 정부가 나서서 낮춰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면세업의 특성상 물건은 선구매해야 한다. 롯데(면세점)는 애초에 우리와 물건을 들여오는 단가부터 다르다"면서 "롯데면세점의 독과점 논란이 다시금 재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 일명 '홍종학법'으로 불리는 5년 시한부 면세점 특허 제도가 시행됐다. 그러나 이 법은 단 2년 만에 관광산업 경쟁력 약화와 고용 불안 증대, 투자 위축 등 부작용을 양산했다.

5년 시한부 면세점 정책은 그동안 무성한 뒷말을 남겼다. 중국과 일본이 각각 자국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면세점을 크게 늘려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5년 시한부 면세점 정책은 이런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로 지탄의 대상이 됐다. 이럴바에는 허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해 관련 업체간 건강한 경쟁을 유도하는 편이 국익에 더 부합한다는 쓴소리가 많은 지지를 얻기도 했다.
정부는 그간 시장 논리를 강조하며 규제의 문턱을 낮춰왔다. 하지만 면세점 정책에서 만큼 정부는 '시장 논리'보다 '이익환수'에 방점을 찍었다. 개선안을 살펴보면 정부는 특허수수료를 기존 매출 0.05%로 일괄적으로 적용했지만 개선안에서는 면세점별 매출 구간에 따라 0.1~1.0%로 차등화한다. 매출 2000억원 이하 사업장은 매출액의 0.01%를, 2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일 경우 2억원에 2000억원 초과분의 0.5%를 거둬들인다. 1조원을 초과할 경우 42억원에 1조원 초과분의 1.0%를 특허수수료로 챙긴다.
면세업계 1위 롯데면세점을 차등 수수료율에 적용하면 지난해 기준 롯데면세점이 내야할 수수료는 서울시내 3개 면세점(소공점, 월드타워점, 코엑스점)을 합해 종전 16억원에서 193억원으로 12배 이상 껑충 뛴다. 2014년 기준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매출은 1조9763억원으로 전체 45.4%를 차지했다. 이어 월드타워점은 4820억원(11.1%), 코엑스점은 1732억원(4.0%)이다.
글로벌 면세 시장의 경쟁 심화 속에 정부가 세계 1위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의 면세 시장을 밑둥부터 흔들어선 안된다. 정부가 이제라도 자유로운 시장 경제 논리에 맞게 과감히 규제를 풀고 중국과 일본의 추격을 뿌리치고 세계 최고 규모의 우리 면세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