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온즈 최하위 추락! 블루윙즈 강등권 위기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한국 프로 스포츠 '명가'로 자리매김했던 '삼성家'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KBO리그 페넌트레이스 5년 연속 1위를 달성했던 삼성 라이온즈는 창단 첫 최하위 꼴찌로 추락(이하 12일 기준)했고, 지난해 K리그 클래식 준우승을 차지했던 수원 삼성 블루윙즈 시즌 내내 부진하며 12개 팀 가운데 9위에 머물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는 빠른 속도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10일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원정 경기에서 6-8로 패하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구단 창단 이래 실질적인 첫 꼴찌를 경험하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80경기 이상 치른 시점에서 최하위로 떨어진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이 최하위로 떨어진 것은 8구단 체제였던 지난 2007년 5월 5일 이후 무려 3354일 만이다. 말 그대로 굴욕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다.
선두권 진입은 어렵다는 예상이 많았으나 꼴찌 추락은 그야말로 충격이다. 전력이 지난해보다 많이 약해졌지만, 꼴찌까지 예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전력 약화에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며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삼성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전력 이탈이 계속됐다. 마운드부터 흔들렸다.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 도박 스캔들에 휩싸이며 선발, 불펜, 마무리 투수를 차례로 잃었다. 결국, 삼성은 주축 투수 세 명을 엔트리에서 제외한 채 한국 시리즈에 나섰고, 두산 베어스에 왕좌 자리를 내줬다. 삼성은 협의가 인정된 임창용은 방출했고, 조사가 진행 중인 윤성환과 안지만은 그대로 안고 갔다. 따가운 여론에 정상적으로 겨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두 투수는 전성기 시절 구위를 잃었다.
윤성환은 지난 10일 한화전에서 4.2이닝 8실점으로 시즌 최소 이닝 소화, 최다 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올해 성적은 8승 5패 평균자책점 4.26이다. 눈에 보이는 수치는 나쁘진 않지만, 구위와 평균자책점에서 제 몫을 못하고 있다. 안지만은 더욱 심각하다. 임창용을 대신해 클로저 임무를 맡았으나 상대 타선을 이겨내지 못하고 시즌 도중 불펜으로 내려왔다. 29경기에 등판해 2승 4패 5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은 5.55에 달하고, 피안타율은 2할8푼2리, 이닝당출루허용율(WHIP) 역시 1.51로 부진하다.
타선에도 전력 이탈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모기업이 삼성 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이관하면서 투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무분별한 운영비를 줄이며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었던 박석민(NC 다이노스)과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지바 롯데)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검증된 중심 타자를 한꺼번에 잃었다.
설상가상 용병 농사 역시 흉작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콜린 벨레스터(3패 평균자책점 8.03)와 앨런 웹스터(4승 4패 평균자책점 5.70)는 각각 부상과 부진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기고 퇴출됐다. 벨레스터의 대체 선수 아놀드 레온은 지난 5월 KIA 타이거즈와 첫 등판 5이닝 12피안타(2피홈런) 8실점 한 뒤 어깨 통증을 호소해 2군으로 내려갔다. 삼성은 11일 웹스터의 대체 선수로 요한 플란데를 영입한 상태다. 나바로를 대신해 삼성 유니폼을 입은 아롬 발디리스는 5월 4일까지 타율 2할1푼7리 1홈런 13타점에 그치며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30일 1군에 복귀해 맹타를 휘두르고 있으나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다.
수원 삼성 역시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지난 2014년 경영 투명성을 위해 기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구단 운영권이 이관되면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리그 준우승을 기록하며 나름의 성과는 냈으나 올해는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수원 삼성은 리그 19경기를 마친 현재 4승9무6패(승점 21)로 9위에 머물러 있다. 시즌 개막전부터 성남 FC에 0-2로 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했고, 연승 없이 '퐁당퐁당 경기(승무패를 반복)'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시즌 첫 승을 거뒀던 지난 4월 2일 상주 상무전(2-1 승리) 이후 5경기 연속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쌓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원 삼성은 전북과 함께 9무승부로 비긴 경기가 가장 많은데, 6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승점 1 획득에 그쳤다.
수원 삼성은 아시아 무대에서도 부진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2승3무1패(승점 9)를 기록해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타이를 이뤘으나 승자승 원칙에 밀려 조 3위로 일찌감치 대회를 마쳤다. 수원 삼성의 경기력에 실망한 서포터즈는 경기장의 현수막을 거꾸로 내걸며 항의 표시를 하기도 있다.
수원 삼성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해결사 부재다. 수원 삼성은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모두 승부에 쐐기를 박을 해결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최전방은 산토스(17경기 7골) 혼자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동건은 3골(15경기)에 그치고 있고, 김건희는 13경기째 무득점이다. 측면 자원인 권창훈(5골)과 염기훈(4골)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원톱 자원이 부진해 단조로운 공격 패턴으로 일관하고 있다.
뒷심 부족과 수비 집중력을 보완하기 이해 수원 삼성은 '멘탈 강화'와 새로운 외국인 공격수 영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국가대표팀 멘탈 코치를 역임했던 윤영길 스포츠심리박사에게 심리 치료를 받으며 정신적 안정과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 결과 2연패 뒤 최근 수원 FC와 '수원 더비'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반등의 기회를 마련했다. 11일엔 부상과 부진이 겹친 브라질 공격수 이고르와 임대 계약을 해지하며 새로운 공격수 보강에 힘쓰고 있다. 첫 번째 결실로 지난 시즌 챌린지 득점왕에 올랐던 조나탄을 영입했다. 이어 유럽 출신 측면 공격수 영입도 임박한 상태다.
한국 프로스포츠 양대 산맥인 야구와 축구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家.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스타 군단을 구축하며 보냈던 화려한 시절은 이제 과거가 됐다.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와 수원 삼성이 대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