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곤 세상토크] '김영란법'과 박근혜 대통령의 '두 마리 토끼' 사냥
  • 명재곤 기자
  • 입력: 2016.06.20 10:22 / 수정: 2016.05.05 21:12

김영란법 시행을 놓고 두 마리 토끼사냥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 사진은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마친뒤 새누리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장면./임영무 기자
'김영란법' 시행을 놓고 '두 마리 토끼사냥'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 사진은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마친뒤 새누리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장면./임영무 기자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전현직 관료들의 유착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 정부가 제출한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습니다.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부탁드립니다."(2014년5월19일,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문' 중)

'관피아' 등 공직사회에 대한 ‘반(反)부정부패’국민여론이 비등한 세월호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는'부패를 윤할유로 경제가 성장할 수 없다'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룰)'이 필요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가 지난 지금에도 시민사회 및 정치권의 핫 이슈로 세월호가 머물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당시 박 대통령이 김영란법을 언급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김영란법은 무엇보다도 공직자의 부정부패 연결고리를 끊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8월 임시국회, 9월 정기국회중에도 김영란법의 국회통과를 거듭 요청했다. 2015년 3월 ‘김영란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박 대통령의 관심과 지원이 적지않은 힘이 됐다.

김영란법의 골자는 법 적용 대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한 번에 100만 원, 1년에 3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와 관계없이 형사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100만 원 이하일 땐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금품’의 기준에는 현금과 상품권, 술-골프 접대 등이 들어있다.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등의 한도도 정한다. 적용 대상자는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교사 및 교직원, 언론사 종사자등이다. 정부 시행령 제정안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대한변호사협회가 위헌여부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낸 상태이지만 김영란법은 오는 9월 28일 발동하는 것으로 공포됐다.

김영란법은 우리사회의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 엄청난 순기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불과 시행 5개월여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법의 '손질'필요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단적으로 '경제' 때문에 이 법의 시행령을 시장흐름에 맞게 제정하고 나아가 국회가 법 개정 자체도 검토하기를 바랐다. 박 대통령도 물론 법 취지는 십분 공감한다.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속으로 많이 했다. 국회 차원에서도 한 번 다시 검토를 해불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김영란법이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내수까지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법이 통과됐으니 정부가 선물 가격 상한선 등 합리적인 수준으로 시행령을 제정하려고 연구하고 있다.위헌이냐 아니냐를 떠나 걱정스럽다." (2016년4월26일, 박근혜 대통령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 발언 중)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행령을 마련중이고, 헌법재판소가 위헌여부를 심사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이같은 대통령의 발언이 해당 기관에 일종의 지침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농축수산업계 등에서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대통령의 관심과 언급에 전국 700만 소상공인들은 약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져 위로가 된다”고 화답했다.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대로 시행령이 확정된다면 적용 대상자가 1인당 3만원 이상의 식사를 대접받는다면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선물은 상한선이 3만 원이고 경조사비는 5만 원이 최고치다.

농축수산물업계, 요식업계, 화훼업계 등 대접(접대)문화의 기본적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영역에서는 '빡빡한'시행령 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최근 강하게 내고 있다. 예컨대 한우선물세트가 보통 십만 원 선을 훌쩍 넘는데 선물 상한선이 3만 원에 고정되면 한우 농가들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하소연을 한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주최한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식사대접 허용 상한액을 현행 3만 원에서 7만 원 수준으로, 경조사 허용 상한액을 현행 5 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규제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아예 제외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등 대외 기관가 접촉을 많이하는 대기업 집단은 여론을 주시하면서 아직까지는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해 3월 1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영란법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남윤호 기자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해 3월 1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영란법'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남윤호 기자

박근혜 정부가 '김영란법 딜레마'에 빠졌다.

불과 2년 전에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듯 김영란법 입법을 호소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막상 시행을 목전에 둔 지금에는 '경기(내수) 위축'우려감 때문에 이 법의 유연성 발휘를 화두로 던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김영란법 인식변화는 현 경제 위기상황, 특히 내수 침체 국면을 감안할 때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오죽했으면 " 그런데 바쁘셔서 (골프 칠)그럴 시간이 있겠어요?"라던 대통령이 이제는 “(공직자들이 골프를)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상황인식이 변했으니 말이다. 정부가 정책혼선의 질타를 감수하면서도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를 추가 발급하기로 한 결정도 결국은 내수진작을 위한 고육지책의 하나로 보여진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집권여당 새누리당이 참패를 당한 것도 경제실패가 한 이유였고, 남은 임기동안 경제살리기를 정책 제1순위로 잡아야 하는 대통령이기에 김영란법과 경기의 관계를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게 당연할 수도 있겠다. '뜨거운 감자' 김영란법을 손대는 자체가 그만큼 현 경기가 어렵다는 걸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영란법 취지는 누구나 찬성하지만 구체적인 적용 대상(개인, 법인), 물품, 금품, 가격, 처벌수위등을 확정하는 게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선물과 뇌물, 대접과 접대, 직무 상관성의 차이를 어떻게 명확하게 구분하느냐가 법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그런 가운데 경기 진작측면에서 각계각층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고 형평성을 유지해야 하는 게 '목소리 큰'우리 사회에서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시행령 제정안을 공개하고 논의과정을 거쳐 9월28일 이전에 시행령을 확정한다. 정치권은 대체로 김영란법을 시행한 다음에 문제점이 도출되면 그때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는 분위기다.

박근혜 정부가 김영란법 원칙과 취지를 살리면서 내수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지혜를 짜내지 못한다면 한 마리 토끼라도 확실하게 잡기를 바란다. 부정부패 근절과 법치가 중장기적으로 사회경제적 이익을 증진한다는 연구자료가 한 마리 토끼를 잡는 데에 활용될 수 있을련지 모르겠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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