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옥중’ 한명숙 전 총리, ‘당 분란 우려…신문도 안 본다’
  • 이철영 기자
  • 입력: 2015.10.19 14:20 / 수정: 2015.10.19 14:20

한명숙 전 총리의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왼쪽)가 21일 오후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명숙 전 총리를 면회하고 나오고 있다. /서울구치소=이새롬 기자
한명숙 전 총리의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왼쪽)가 21일 오후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명숙 전 총리를 면회하고 나오고 있다. /서울구치소=이새롬 기자

"당이 잘 수습돼서 내년 총선에서 꼭 승리했으면"

남편 박성준 교수·정봉주 전 의원 21일 특별면회시 소회 밝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명숙 전 총리는 새정치민주연합 분란 우려에 신문도 보지 않는 것으로 정봉주 전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정 전 의원은 취재진에게 "한 전 총리께서 폐쇄공포증 등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며 안타까워 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21일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한 전 총리의 남편 박성준(성공회대) 교수와 정 전 의원이 한 전 총리를 면회하고 나오는 모습을 단독으로 포착했다. 이날 면회는 대기시간을 포함해 낮 12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 약 1시간 가까이 이뤄졌다.

취재진은 아내의 면회를 마치고 나온 박 교수를 통해 한 전 총리의 근황을 들으려 했으나 일본인 지인 등과 함께 있어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더팩트>는 박 교수와 함께 한 전 총리를 면회한 정 전 의원을 통해 한 전 총리의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21일 오후 한명숙 전 총리 면회를 마치고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한 전 총리의 근황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구치소=이새롬 기자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21일 오후 한명숙 전 총리 면회를 마치고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한 전 총리의 근황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구치소=이새롬 기자

정 전 의원은 한 총리에게 바깥일에 대해 신경 쓰지 말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한 전 총리께서 신문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신문을 보니 자꾸 당의 소란스러운 모습만 나와서 걱정이 된다고 했다. 당이 잘 수습돼서 내년 총선에서 꼭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한 전 총리의 근황에 관해 정 전 의원은 “(한 전 총리께서) 잠을 좀 주무시지 못한다고 한다. 방이 좁아 폐쇄공포증을 심하게 느끼고 있다”라고 해서 “수면제를 좀 드시라고 했다”고 밝혔다.

71세의 나이인 한 전 총리로서는 수감 생활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한 전 총리의 평소 성격상 누군가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개인이 감내한다는 점 등도 지인들이 걱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실형 2년을 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24일 오후 형 집행을 위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은 가운데 지지자들 앞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남윤호 기자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실형 2년을 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24일 오후 형 집행을 위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은 가운데 지지자들 앞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남윤호 기자

정 전 의원은 “한 전 총리가 워낙 온건(穩健)해서 바깥 활동도 의무과도 안 가신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건강해 보였다. 살은 좀 빠졌다”라고 근황을 알렸다.

정 전 의원에 따르면 이날 면회에서 한 전 총리는 남편 박 교수와 주로 책에 관한 대화와 눈 건강을 챙기라며 약 넣는 방법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또 이날 면회에는 한 전 총리의 일본인 지인들도 함께였다. 한 전 총리는 결혼을 앞둔 일본인에게 “11월에 결혼식인데 가보지 못해 미안하다. 그 자리에 저도 있다고 생각해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은 정 전 의원을 통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의 ‘대법원 불복’ 발언과 관련 문재인 대표가 ‘(한 전 총리는)정치적으로 억울한 것을 다 안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을 전달했는지 물었다.

정 전 의원은 “(한 전 총리에게) 안 전 대표와 문 대표의 설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런 부분까지 이야기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수감 중인 한 전 총리를 둘러싼 논란은 20일 오전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기자간담회로 촉발했다. 이날 안 전 대표는 “윤리의식은 부족하고 온정주의는 넘칩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까지 불복하는 우리 당의 태도는 일반 국민의 정서에 비추어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한 전 총리를 직접 겨냥했다.

이에 문 대표는 2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한 전 총리가) 비록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그것이 정말 정치적으로 억울한 그런 사건이었다는 것은 응당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것”이라며 “그 부분을 섣불리 온정주의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은 당치 않은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전정희(익산시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구치소를 찾아 한 전 총리를 면회하려 했지만,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서울구치소=이새롬 기자
전정희(익산시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구치소를 찾아 한 전 총리를 면회하려 했지만,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서울구치소=이새롬 기자

또 이날 서울구치소엔 전정희(익산시을) 새정치민주연합도 서울구치소를 찾았다. 예정에 없었던 방문이었다. 취재진은 전 의원에게 한 전 총리 면회 여부를 묻자 “그동안 한 전 총리를 보지 못해 이감 전에 찾아뵙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의원은 이날 한 전 총리를 면회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한 전 총리를 면회하고 발길을 돌리던 정 전 의원은 “국무총리까지 지낸 분이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조금만 들여다보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권의 치졸한 복수다. 이미 한 전 총리에게 창피를 줬다. 이제라도 정권의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달 20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 전 총리는 통상의 절차대로 수형자 분류 과정을 거쳐 다음 달 10일 교도소로 이감될 예정이다.

[더팩트 ㅣ 서울구치소=이철영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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