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의 펜질팬질] 샤이니에 '입덕'했음을 숨기지 말지어다
  • 정진영 기자
  • 입력: 2015.06.12 10:37 / 수정: 2015.06.12 10:40

좋으면 좋다고 왜 말을 못 해? 샤이니의 단독 콘서트를 본 이후로 기자는 이들의 팬이 됐다. /배정한 기자
좋으면 좋다고 왜 말을 못 해? 샤이니의 단독 콘서트를 본 이후로 기자는 이들의 팬이 됐다. /배정한 기자

샤이니를 좋아하는 아주 '객관적인' 이유

"그럴만해. 내가 가요 기자를 하면서 많은 공연을 봤지만 세 번 콘서트를 보러 가서 세 번 다 앙코르까지 본 건 샤이니가 유일해."

"샤이니 공연이 확실히 재밌지. 구성도 다채롭고. 공연에 대한 판단이야 주관적이겠지만 남자인 내가 그렇게 느낄 정도면 진짜 재밌는 거 아닐까?"

서로 다른 이 두 남자 기자의 대답의 앞에는 한 가지 공통된 질문이 있었다. "저 아무래도 콘서트 갔다 온 뒤에 샤이니에 '입덕'(한자 들 '입'자에 오타쿠의 변형인 덕후의 '덕' 자가 합쳐진 말. 특정한 대상을 좋아하게 됨을 의미)한 것 같은데 어쩌죠."

사실 이런 질문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기자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특정인에게 과한 호감을 드러내는 걸 지양한다. 실제 기자가 "난 A가 좋더라"고 하면 "그럼 A 나오는 행사에는 네가 가면 안 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실 콘서트를 보기 전까지 샤이니에 대한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라이브 실력은 인정, 늘 열심히 하는 것 같아 호감, 그리고 생각이 바른 친구들인 듯' 정도가 샤이니에 대한 감상이었다.

단독 콘서트 샤이니 월드 IV in 서울에서 샤이니 멤버들. 콘서트 마지막 날까지 멤버들은 최선을 다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단독 콘서트 '샤이니 월드 IV in 서울'에서 샤이니 멤버들. 콘서트 마지막 날까지 멤버들은 최선을 다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랬던 생각이 지난달 17일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이날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는 그룹 샤이니의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왜 하필 일요일에 프레스 오픈을 하는 거냐며, 기사는 언제 쓰냐며 투덜거렸던 마음이 공연이 끝나고 싹 사라졌다. 공연 내용이 자꾸 생각나고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데 종현이 진행하는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소녀시대 팬인 한 기자 친구에게 이런 감정이 뭐냐고 묻자 "님이 '덕통사고'를 당한 겁니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껏 H.O.T.뿐이었던 마음에 갑자기 들어온 샤이니는 점점 자리를 키워갔다. 자꾸 샤이니 기사를 검색하게 되고 출근길과 퇴근길에 꼭 샤이니 노래를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음원 사이트에서 '좋아요'라는 것도 눌러봤다.

흔한 샤이니 팬 기자들의 대화. 어느 날부터 출퇴근하며 샤이니의 노래를 듣는 게 일상이 됐다. /정진영 기자
흔한 샤이니 팬 기자들의 대화. 어느 날부터 출퇴근하며 샤이니의 노래를 듣는 게 일상이 됐다. /정진영 기자

또 다른 샤이니 팬인 기자와 대화. 가끔 좋은 캡처 사진을 공유하기도 한다. /정진영 기자
또 다른 샤이니 팬인 기자와 대화. 가끔 좋은 캡처 사진을 공유하기도 한다. /정진영 기자

밤늦은 시간, 음원차트 순위 하나에 울고 웃는 스스로를 보며 '뭐 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했고, 동료든 관계자든 누구에게라도 이런 상황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샤이니에 대한 애정을 굳이 감추지 않는 한 기자를 만나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신기한 건 함께 샤이니 이야기를 한 기자들 가운데 단 한 명도 샤이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았으며, 심지어 어느 정도 호감은 다들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샤이니를 좋아하는 건 완전 주관적인 게 아니라 '일부 객관적인' 거였다는 걸.

떴다고 자만하지도 않고, '적당히'라는 말을 모르는 듯 늘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내는 샤이니. 그러니 지난 2008년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한 이후 최근 발표한 '뷰'에 이르기까지 많이 고민하고 공부하며 음악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 기특한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그룹이든 노래든 이름을 잘 지어야 한다는데, 샤이니는 이름처럼 참 빛난다 빛나.

"샤이니 앨범 사려고 오늘도 누나 팬은 돈을 법니다."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연예팀ㅣ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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