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석원에게 사랑이란? 끌어당기는 힘, 변화를 준 동기, 그리고 백지영
배우 정석원(30) 앞에서 입을 떼기가 무척 조심스러웠다. 무뚝뚝하고 '강한 남자' 이미지라서가 아니다. 그의 해맑은 미소에 장난기 가득한 고갯짓을 본다면 첫인상에 오해할 일은 없다. 다름 아닌 그의 아내이자 가수인 백지영(39)에 대한 질문 때문이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석원은 자기관리가 취미이자 특기인 '바른 생활 청년'이었다. 여기에 '가장'으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 진중한 무게감이 더해져 짙은 남성미를 풍겼다. 연기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고 배우로서 고민하며 한 단계 발전했다.

그의 앞에서 백지영 이야기는 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자 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한 작품을 마친 배우로서 인터뷰를 나누는 데 이전부터 그의 이름 앞에 맴도는 '백지영의 남자'는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랑꾼' 향기를 폴폴 풍기는 그에게 백지영의 이름을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굳이 지영 씨 언급으로 주목을 받고 싶지는 않지만 열애를 공개한 후부터 제 기사에는 아내 이름이 있으니까요. 질문을 미리 빼달라고 요청한다고 해서 이야기가 안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저보다는 작품을 함께한 팀에게 미안한 적은 있죠."
의외로 표정 변화 없이 쿨한 답변이 나와 분위기가 한결 편해졌다. 그러더니 취재진 앞에 '사랑꾼' 정석원이 나타나더니 또 '결혼전도사' 정석원이 등장했다.
"결혼하고 시야가 넓어지고 마음도 편해졌어요. 일단 먹여 살려야 하는 가정이 생겨서 일에 좀 더 진지하고 책임감 있게 접근하고요. 더 열심히 해요. 지영 씨를 안 만났다면 여전히 운동만 하고 액션 연기 고민하고 있겠죠. 삶 죽음에 대해 세세하게 생각하지 못해서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을 거예요."

정석원은 백지영과 9살 연상연하 커플로 열애부터 결혼까지 큰 관심을 받았다. 모든 연예인의 사랑이 대중의 관심거리가 되곤 하지만 두 사람을 향한 시선은 조금 매섭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 대해 정석원은 "사랑으로 모든 걸 극복했어요"라는 비현실적인 드라마 대사 대신 솔직한 경험담을 털어놨다.
"제가 지영 씨한테 많이 기대요. 인터뷰 전에도 아내에게 전화해서 '선배님 어떻게 해야 해?' 물었어요. 결혼 전에 '책임지지 못할 거면 빨리 헤어져라' 이런 말도 있었잖아요. 그렇게도 해봤는데 사람 관계가 쉽게 정리가 안 되더라고요. 서로 붙는 건 어쩔 수 없이 붙나 보더라고요. 헤어질 때도 있었고 결혼 전에는 확신이 없으니까 의심도 했지만 찢어놓으면 더 붙게 되고, 사랑할 수밖에 없었어요."
'사랑의 힘'이라는 게 정말 있나 보다. 제대로 사랑을 아는 남자, 남편이었다. 두 사람이 가끔 방송에 나왔을 때 서로를 바라보는 '러브러브' 눈빛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다. 정석원에게 제대로 사랑의 뜻을 배워보고 싶었다.
"전 요즘 개들한테도 사랑을 느껴요. 보고만 있어도 좋은 것, 같이 있으면 좋은 게 사랑이 아닐까요. 뭘 해주지 않아도 이게 느껴지는 것들이요. 보이지 않아서 설명할 수 없는 건데 이게 사랑 같아요.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같이 있는 순간이 즐거운 거죠. 사랑은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는 힘이죠."

'상남자'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그답게 애교나 닭살스러운 멘트는 없었지만 사랑을 소중히 여기고 한 사람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은 충분히 느껴졌다. "'사랑꾼' 캐릭터는 좋다. '팔불출'은 아닌데"라고 갸우뚱하는 그의 한마디는 '땡'이다.
이렇게 오늘도 연애를 글로, 아니 인터뷰로 배웠다.
[더팩트 | 김경민 기자 shi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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