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경민 인턴기자]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2014 브라질 월드컵 기간 특집을 꾸몄다. 그러나 한국의 16강 진출이 실패하며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된 데다 월드컵 특집이라고 해도 비슷한 패턴의 방송들을 봐왔던 시청자들은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국민 예능 '무한도전'은 달랐다.
28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응원단 프로젝트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무한도전 응원단'은 지난 23일 포르투 알레그레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우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알제리와 경기를 현지에서 관람하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이날 방송된 응원전이 펼쳐진 경기는 한국이 2-4라는 대참패를 겪은 악몽이었다. 열광적인 응원 열기를 전달하고 들뜬 분위기를 이어나가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제 손으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경기를 보며 좌절하고 안타까워하는 응원단의 분위기를 여과 없이 방송하며 꾸밈없는 예능의 진면목을 보였다.

경기장에 들어선 멤버들은 단체 군무를 펼치며 현지인들에게 '코레아'를 따라 부르게 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응원단의 꽃 배우 손예진은 경기장에 태극기가 들어설 때부터 감동의 눈물을 보였다. 각 방송사의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들이 녹화되는 상황에 붉은악마의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함성까지 더해져 보는 이들도 타지에서 국가 대표팀 경기를 보는 듯한 감정이입을 하게 했다.
하지만 알제리 대표팀이 골을 하나 둘씩 넣을 때마다 멤버들은 탄식하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한 표정을 짓는가 하면 울컥하고 터져 나오는 안타까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네 번째 골이 들어갔을 때에는 애써 밝은 척 '괜찮다'고 '이길 수 있다'고 포장하기보다는 주저앉아 얼굴을 두 팔에 묻었다.
국민들이 경기를 지켜보며 느꼈던 감정들이 멤버들의 얼굴에도 그대로 묻어났다. 유재석은 마지막에 선수들에게 격려하는 박수를 보내기 위해 응원단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목소리는 완전히 쉬어 있었다. 손예진과 바로의 눈에서는 계속 눈물 줄기가 흘러내렸다.
웃음을 책임지겠다는 '무한도전'도 이미 결과를 뻔히 아는, 그래서 더 흥미가 떨어질 수 있는 경기를 특집으로 다루기에 다소 부담스러웠을 것. 그러나 속상한 결과를 받게 된 응원의 끝에는 '울어줄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응원'이라는 자막으로 공감을 형성했다. '무한도전 응원단'의 진실한 응원 메시지는 고스란히 안방에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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