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주먹] ⑤ '슈거'레이 레너드(하) - 듀란, 헌즈, 헤글러와 '세기의 대결'<영상>
  • 박상혁 기자
  • 입력: 2014.04.20 14:00 / 수정: 2014.04.19 21:32
장기인 풍차 회전 훅을 날리는 슈거 레이 레너드(왼쪽) / 슈거 레이 레너드 페이스북
장기인 풍차 회전 훅을 날리는 슈거 레이 레너드(왼쪽) / 슈거 레이 레너드 페이스북

격투기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UFC를 비롯해 지금은 종영된 과거 '낭만 주먹'들의 사랑과 의리를 담은 드라마 '감격시대'까지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전설의 파이터'들이 떠오르는 요즘, 이들에 대한 기억은 무심하게 흐르는 세월 탓에 머릿속에서 잊혀지고 있지만, 그들이 남긴 명장면들은 여전히 기억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이따끔씩 그 시절의 '추억'을 회상할 때면, 어깨가 절로 들썩이고, 삼삼오오 모인 술 자리에선 그들의 명승부가 최고의 안줏거리를 대신 하기도 한다. 파이터의 혼이 실린 펀치와 킥 등이 지금까지 팬들에게 쾌감과 감동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팩트>은 누군가의 영웅이자, 꿈이기도 했던 파이터들의 이야기를 '전설의 주먹' 코너를 통해 다시 꺼내본다. <편집자 주>

[박상혁 기자] 프로 데뷔 2년 만에 챔피언에 오르면서 레너드는 1980년대를 대표하는 복싱 영웅이 된다. 그 외에 마빈 헤글러, 토마스 헌즈, 로베르트 듀란 등이 미들급과 웰터급에서 전성기를 누렸는데, 레너드까지 포함해 이들 4명을 1980년대 복싱 황금기를 이끌었던 4대 복싱 영웅으로 꼽는다. 비슷한 체급의 선수들이다 보니 서로 경기를 치른 적이 많았다. 이들의 대결은 당시 복싱팬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으며 지금까지도 명승부로 회자된다. 이중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은 경기가 바로 파나마의 복싱 영웅 듀란과 경기다.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진실, "듀란은 왜?"

1980년 6월 레너드는 캐나다 퀘벡에서 라이트급에서 체급을 올린 듀란과 방어전을 치른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6-4 정도로 레너드의 우세를 점쳤지만, 그는 듀란의 치고 껴안는 전법에 말려들어 전원 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이후 절치부심한 레너드는 같은 해 11월에 열린 듀란과 2차전에서 빠른 풋워크로 듀란을 농락하며 8회 TKO승을 거둔다.

하지만 이 경기는 레너드의 승리로 끝나긴 했지만 듀란이 경기 중 갑자기 등을 돌리며 시합을 포기해 의혹을 남겼다. 듀란 자신은 갑작스러운 위경련으로 경기를 계속할 수 없었다고 후에 밝혔다. 이 경기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있었는데, 듀란이 생리 현상을 호소했다고 하는 이도 있고 또 다른 이들은 레너드가 라이벌전에 걸맞지 않은 상대를 자극하는 쇼맨십을 계속해 듀란이 짜증이 나서 그만두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쨌든 듀란이 왜 갑자기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진실은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


숙명의 라이벌, 토마스 헌즈와 웰터급 통합전

듀란과 방어전에 승리한 레너드는 1981년 10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숙명의 라이벌 토마스 헌즈와 웰터급 통합전을 가진다. 지금까지 열렸던 수많은 라이벌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최고로 꼽는 시합이다. 레너드의 우세를 점친 미국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헌즈의 우세를 점친 전문가들이 많았다. 레너드의 기술보다 헌즈의 공격력이 워낙 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레너드는 시합 전 왼쪽 눈 부상이 있었고, 헌즈의 잽을 계속 허용하는 바람에 중반전 이후 거의 보이지 않게 된 악조건 속에서 경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레너드는 조금씩 경기 분위기를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리면서 초반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마침내 14회 헌즈를 눕혀 버렸다. 헌즈는 프로 데뷔 후 첫 패배를 당했고, 그것도 실신 상태의 KO패라 더욱 충격이 컸다. 이 경기에 승리하며 레너드는 헌즈와 양분한 웰터급을 통합하게 된다. 스타성 역시 폭등했다.


마빈 헤글러와 '더 슈퍼 파이트'(The Super Fight)

1982년 들어 프로모터들은 레너드와 마빈 헤글러의 일전을 준비한다. 둘의 대결은 성사만으로도 관심을 끌었고 프로모터들에게는 떼돈을 안겨줄 회심의 카드였다. 헤글러와 레너드 역시 목돈을 만질 기회로 생각한다. 그러나 레너드는 그해 11월 두 번째 은퇴 선언을 한다. 이제 이룰 것은 다 이뤘고, 눈 부상도 심각하며 가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등 이유가 골고루 나왔지만, 실상은 헤글러와 시합에서 그에게 돌아갈 대전료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은퇴를 했다는 소문이 설득력을 얻었다. 진실이 어떻든 그는 이번의 은퇴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안티팬들이 늘었고, 끊임없이 가십 소식으로 작아졌다.

우여곡절 끝에 레너드는 1983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경기력으로 자신이 최강자라는 것을 입증하겠다며 다시 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1986년 4월 6일 마침내 모두가 바라던 '슈퍼파이트' 레너드와 헤글러와 경기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야외 특설 링에서 시작됐다. 1만5336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입장 수익만 790만 달러(약 82억원)였고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75개국에 동시 생중계가 됐던 경기였다. 전문가들은 헤글러의 절대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경기 분위기는 달랐다. 레너드는 자신을 괴롭힌 듀란처럼 아웃복싱 스타일로 치고 불리하면 클린칭하는 전법으로 헤글러의 러시를 막아냈다. 경기 내내 링 주위를 돌며 아웃복싱을 펼치는 레너드를 헤글러가 쫓아다니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을 정도였다. 헤글러는 묵직한 정타를, 레너드는 많은 펀치를 상대방에게 날렸다는 분석이 있었고, 최종 판정은 레너드의 승리였다. 하지만 레너드의 지루한 경기 운영에 헤글러와 헤글러의 팬들, 그리고 화끈한 경기를 고대했던 수많은 시청자의 엄청난 비난이 이어졌다.

jump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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