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경남 사천=임영무·이새롬·오경희 기자] "원대 복귀했다." 강기갑(59)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소박한 일상으로 돌아가 의사봉 대신 굴착기 핸들을 잡고 능숙하게 과수원 농사에 열중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강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통진당 분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와 탈당을 선언한 뒤 정계를 떠났다. 그 후 7개월여가 흘렀다. <더팩트> 취재진이 지난달 29일 경남 사천시 사천읍에서 단독으로 포착한 강 전 대표의 모습은 완연한 '농군'이었다.


강 전 대표는 고향인 경남 사천읍 한 작은 마을에서 매실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부인 박영옥(47)씨와 4명의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서울에서 이곳까지는 승용차로 4시간40분. 취재진이 강 전 대표를 찾았을 때 그는 굴착기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트레이드 마크인 흰색 두루마기 대신 흙 묻은 작업복을 입고, 당 대표 의사봉 대신 굴착기 조정기를 잡고 능숙하게 운전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자신의 농장으로 안내했다. 그를 따라 향한 곳은 농장 뒷산. 산 곳곳에는 1000여 주의 매실나무에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매화 꽃 향기가 참 매혹적이다. 매실나무에 거름을 줘야 하는 데 몸이 안 좋아서 때를 못 맞췄다"는 그는 산을 오르며 그간의 생활을 조금씩 풀어 놨다.

강 전 대표는 "의정 생활 9년 동안 손 놨던 농사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시작한 건 3개월 전이다. 몸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초 통진당 분당을 막기 위해 물과 소금까지 끊고 5일간 완전 단식에 들어갔다. 이때 체력을 크게 쇠진해 세 달여 동안 강원도에서 요양 생활을 해야 했다.
건강을 되찾은 그는 매실 농사에 팔을 걷어붙였다. 매실나무에 거름을 주고, 수확한 매실을 잼·엑기스 등의 가공식품으로 만드는 일이 그의 일상이 됐다. 그래서인지 산을 오르다 멈춰서 매실나무의 가지를 치는 그의 모습은 자연스러웠다. 폭설로 무너진 농장 뒷산을 복구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그가 굴착기를 구입하고, 운전하게 된 이유다.

특히 굳은살이 박인 손이 '농군 강기갑'을 보여 줬다. 그의 손 마디마디는 갈라져 있었고, 손톱이 떨어져 나가 있었다. 취재진이 그의 건강을 걱정하자 "농사하는 사람은 운동이 따로 필요없다"며 웃음 지었다. 실제 그는 산에서 캔 칡 더미를 보란 듯이 어깨에 짊어지고 내려갔다. 강 전 대표는 "국회에 파견 근무 나갔다 원대 복귀했더니 할 일이 많다"며 "앞으로도 농군의 삶을 살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임영무·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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