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자키의 눈] 'JAPANESE ONLY' 걸개와 '자이니치' 이충성 ①
  • 김광연 기자
  • 입력: 2014.03.12 16:57 / 수정: 2014.03.12 23:30
우라와 레즈 수비수 마키노 토모야키가 지난 8일 트위터에 우라와 서포터 걸개 사진을 첨부하며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 마키노 토모야키 트위터
우라와 레즈 수비수 마키노 토모야키가 지난 8일 트위터에 우라와 서포터 걸개 사진을 첨부하며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 마키노 토모야키 트위터

[요시자키 에이지 칼럼니스트] 지난 8일 일본 사이타마 현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에서 열린 2014시즌 J리그 2라운드 우라와 레즈 다이아몬즈와 사간 도스전에서 'JAPANESE ONLY'란 걸개가 우라와 서포터석 입구에 걸렸다. '일본인만 입장 가능'을 뜻하는 이 말의 참뜻을 놓고 현재 우라와 구단이 조사하고 있다.

우라와는 열광적인 응원으로 유명한 구단이다. 경기 중간 걸개를 발견한 관중이 구단 관계자에게 보고했고 서포터에 철거를 권유했으나 경기 끝까지 걸개가 걸렸다. 현장을 지나간 관중이 트위터에 걸개를 건 장면이 담긴 사진을 올리며 사태가 크게 알려졌다. 사실 그 문구가 누구를 대상으로 했는지는 밝혀지진 않았다. 하지만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충분히 전달됐다.

우라와 주전 수비수 마키노 토모아키(27)는 경기 후 지난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경기 0-1 패배보다 더 아쉬운 일이 있었다. 자존심을 가지고 우라와를 위해 열심히 뛰는 선수에게 너무 하는 처사다. 이러다 보니 선수와 서포터가 하나가 될 수 없고 좋은 결과도 안 난다"며 자신의 서포터를 비판했다. 2시간 만에 1만 건이 넘는 리트윗을 기록했다. 우라와 서포터 걸개는 올 시즌 팀에 새롭게 합류한 재일교포 4세인 이충성(29·귀화명 리 타다나리)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 국적을 취득했으나 한국계 선수를 영입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1974년생 기타큐슈 출신 축구 전문 프리랜서 기자. 오사카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 졸업. 주간 사커매거진 한국소식 코너 담당(11년). 스포츠지 넘버에서 칼럼 연재(7년) 최근에는 축구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정치, 북한 사정 등의 글을 쓰기도 한다. 박지성 나를 버리다, 홍명보의 미라클 등을 번역, 일본에 출판했다.
1974년생 기타큐슈 출신 축구 전문 프리랜서 기자. 오사카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 졸업. 주간 사커매거진 한국소식 코너 담당(11년). 스포츠지 '넘버'에서 칼럼 연재(7년) 최근에는 축구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정치, 북한 사정 등의 글을 쓰기도 한다. 박지성 "나를 버리다", "홍명보의 미라클" 등을 번역, 일본에 출판했다.

우라와는 한국 선수를 영입하지 않은 그들만의 '전통'이 있다. 우라와의 불문율이자 엄연히 지속해온 '사실'이다. 1993년 J리그 출범 이후 20년 역사상 우라와에서 뛴 한국 선수는 딱 한 명이다. 바로 1995년 팀에 몸담은 곽경근(42) 전 부천 FC 감독뿐이다. 영입 정책 자체는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구단의 고유 권한이다.

'맞수 국가'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우라와의 색깔이자 전통이라 할 수 있다. 왜 한국 선수를 영입하지 않느냐 개방해야 한다'고 권할 수 없다. 우라와는 기존 외국인 선수 외에 아시아 국가 국적의 선수 한 명을 따로 둘 수 있는 '아시아 쿼터제'도 호주 선수 위주로 활용하고 있다. 스폰서 입장인지 서포터의 반발 때문인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존중해야 할 부분이다.

같은 J리그 구단인 가시마 앤틀러스 역시 출범 이후 한국 선수를 쓰지 않는 정책을 고수했다. 하지만 2009년과 2010년 각각 이정수(34·알 사드)와 박주호(27·마인츠)를 영입한 바 있다. 파격적인 영입 배경에는 박주호가 J2리그(2부리그) 미토 홀리호크에서 뛰며 일본어에 능통하고 포지션이 당시 가시와의 숙제였던 왼쪽 사이드백이라는 배경이 컸다. 이정수도 가시마 이적 직전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서 뛰었다. 이처럼 조건이 맞으면 팀은 기존 방침을 깨고 선수를 영입한다. 이것이 축구계가 돌아가는 이치다. 단지 그것뿐이다. 다른 감정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이번 이충성을 겨냥한 걸개 논란은 사실 예견된 사안이다. 글쓴이는 우라와에 있는 식당을 좋아해 도쿄에서 지하철을 30분 정도 타고 자주 방문한다. 이곳 단골손님 가운데 우라와 서포터가 많다. 얘기 듣기로 서포터 가운데 '강경파'가 "이충성이 활약하지 못하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선수의 국적과 민족, 피 등을 전제에 두고 활약을 평가하겠다는 것에 분명히 반대 의견을 보낸다. 보수나 진보와 같은 이념도 개입할 수 없다. 일종의 레이시즘(인종차별주의)으로 보이는 이번 사태는 절대적인 악이다.

<정리 = 김광연 기자>

fun350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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