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원엽 기자] 볼턴 원더러스에 머물기엔 너무나 아까웠다. 올 시즌 1부 리그 승격은커녕, 2부 리그 잔류도 확실치 않은 팀의 '레전드'가 돼가는 분위기라 무척 안타깝다는 얘기다. 여전히 빼어난 기량. 거기에 더해지고 있는 노련미. 볼턴 부동의 에이스 이청용(26)을 두고 하는 말이다.
26일 자정(이하 한국 시각) 리복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2013~2014시즌 잉글리시 축구협회(FA)컵 4라운드(32강) 볼턴과 카디프 시티(1부 리그)의 경기. 이청용의 존재는 이날 역시 무척 돋보였다. 팀은 비록 골키퍼 앤디 로너건의 결정적인 실수 탓에 0-1로 졌지만, 그의 경기 내용은 볼턴 선수 가운데 가장 빛났다. 두 팀 통틀어도 마찬가지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해 폭넓은 움직임을 보인 그는 전후반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누볐으며, 화려한 발재간, 날카로운 패스, 재치있는 돌파 능력 등 특유의 경기 내용은 여전했다. 오히려 1부 리그 시절보다 물이 오른 눈치였다.
FA컵 중계로 오랜만에 이청용의 경기를 즐긴 팬들은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클래스가 다르다"면서 "2부 리그서 뛰고 있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는 댓글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은 배성재-박문성 콤비도 이청용의 경기력에 대한 칭찬을 끊이지 않고 했다. 영국 언론의 시각도 국내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이청용에게 팀 내 최고인 평점 7을 부여하며 "볼턴 선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비록 프리미어리그 최하위이지만, 1부 리그 팀을 상대로 확인한 '블루 드래곤'의 건재에 많은 이가 즐거운 날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즐겁지 않다. 볼턴은 6승 10무 10패(승점 28)로 리그 24개 팀 가운데 18위에 머물러 있다. 강등 첫해인 지난 시즌 곧바로 승격을 노리다 승격 플레이오프 문턱에서 좌절됐기에 당시엔 '희망'이라도 품었지만, 올해 팀 사정은 가히 절망적이다. 22위까지 떨어지는 3부 리그 강등도 가능한 분위기다. 한 번 떨어지면 다시 승격되기 어렵다는 말이 실감 나는 상황에서 더기 프리드먼 볼턴 감독은 "이청용이 필요하다. 이적시킬 계획은 전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청용의 팀 내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모험을 두기보다는 입지가 안정적인 팀에서 꾸준한 출장을 하는 게 우선이지만, 가슴 한 구석이 씁쓸한 게 사실이다.
이청용은 올 시즌 리그 26경기(21선발)에 출전해 득점 없이 4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4도움은 팀 내 최다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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