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골라인] '발롱도르 실패' 리베리의 한탄과 '위대한' 호날두
  • 심재희 기자
  • 입력: 2014.01.21 07:40 / 수정: 2014.01.21 08:55
2013년 FIFA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3위에 그친 프랭크 리베리(위)와 1위를 차지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출처=바이에른 뮌헨 페이스북, 레알 마드리드 페이스북
2013년 'FIFA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3위에 그친 프랭크 리베리(위)와 1위를 차지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출처=바이에른 뮌헨 페이스북, 레알 마드리드 페이스북

[ 심재희 기자]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2013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 수상에 실패한 프랑스 출신 축구 스타 프랭크 리베리(30·바이에른 뮌헨)가 뒤늦게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다. 틀린 말이 아닌 것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축구는 11명이 하나로 뭉쳐 펼치는 '팀 스포츠'고, 팀의 승리가 가장 중요한 공통 목표기 때문이다. 하지만 'FIFA 발롱도르'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FIFA 발롱도르'는 클럽과 함께 국가대표팀 기여도와 성적도 중요시되며, 팀이 아닌 '개인'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이다.

'FIFA 발롱도르'는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Ballon d'Or)가 통합되어 2010년부터 제정됐다. 국제축구연맹과 축구전문지 프랑스풋볼이 따로 시상하던 두 개의 상이 합쳐져 단일화 됐다. 서로 다른 상이 가지고 있던 반쪽짜리 '최고'라는 수식어가 'FIFA 발롱도르'로 묶이며 그 빛을 제대로 내기 시작했다. FIFA 회원국 감독과 주장, 그리고 기자단이 33.33%의 비율로 투표해 수상자를 가린다. 투표자들은 500여 명으로 알려져 있고, 자기 주관을 담아 투표 용지에 1위, 2위, 3위의 이름을 기입한다. 일정한 평가 기준을 둔 채점 방식으로 순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투표로 합산 포인트를 매겨 수상자를 결정하는 게 특징이다.

리베리는 2013 'FIFA 발롱도르' 투표에서 3위에 그쳤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26·FC 바르셀로나)에게 밀렸다. 호날두의 발롱도르 수상 이후 그는 "나(리베리)는 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모든 대회에서 우승했고, 호날두는 우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발롱도르는 내가 받았어야 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클럽 만큼 'FIFA 발롱도르'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국가대표팀 성적에서 리베리는 할 말이 없다. 호날두에게 완전히 밀렸다.

리베리가 이끈 프랑스는 2014브라질월드컵 유럽예선과 친선경기에서 모두 부진했다. 유럽예선 I조에서 스페인에 뒤져 조 2위로 플레이오프로 미끄러졌고, 플레이오프에서도 우크라이나와 접전을 벌인 끝에 골득실에서 앞서 가까스로 본선행 막차를 탔다. 2013년 10번의 경기에서 5승 2무 3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리베리는 10경기에 모두 출전해 5골을 터뜨렸고, 그가 골을 잡아낸 4경기에서 프랑스는 모두 이겼다. 그러나 골을 기록한 리베리가 상대가 핀란드, 호주, 벨라루스, 그루지아로 비교적 약체들이었다. 가장 중요한 경기였던 우크라이나와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고, 친선전이었던 스페인과 독일을 상대로도 골 맛을 못 봤다. 그가 은근히 주장하는 호날두의 '양민학살'을 말할 처지가 아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도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포르투갈 역시 2014브라질월드컵 유럽예선에서는 고전했다. F조에 속해 러시아에 승점 1이 뒤지며 플레이오프로 떨어졌다. 하지만 '난적' 스웨덴과 플레이오프에서 호날두가 해결사로 날아올랐다. 1차전 홈 경기에서 결승골을 폭발하며 1-0 승리를 이끌었고, 2차전 원정 경기에서는 해트트릭을 작렬하며 3-2 승리와 함께 조국에 본선행 티켓을 안겼다. 2013년 포르투갈의 A매치 성적은 7승 3무 2패. 그 가운데 호날두는 9경기 출전해 10골을 터뜨렸다. 호날두가 출전한 경기에서 포르투갈은 5승 3무 1패의 성적을 올렸고, 호날두가 골을 잡아낸 경기에서 4승 1무 1패의 성적표를 남겼다. 호날두는 리베리와 달리 스웨덴, 네덜란드, 크로아티아 등 강팀을 상대로도 득점포를 폭발했다.

국가대표팀 활약과 성적에서 모두 뒤진 리베리는 클럽 성적에서는 호날두보다 앞섰다. 그의 주장대로 바이에른 뮌헨은 5관왕을 차지했고, 레알 마드리드는 '무관'에 그쳤다. 하지만 클럽에서 거둔 개인 성적에서는 리베리가 명함을 내밀기 힘들어진다. 리베리가 터뜨린 골(22득점)은 호날두(69골)의 1/3도 채 되지 않았다. 리베리가 2013년에 호날두보다 더 위대한 팀에 있었지만, 더 '가치 있는 선수'로 보기는 곤란하다. 다른 스포츠 종목의 MVP(most valuable player)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FIFA 발롱도르'는 위대한 팀이 아닌 '가장 가치 있는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리베리도 물론 훌륭한 선수지만 바이에른 뮌헨 속에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났고,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라는 빅 클럽을 진두지휘하는 '무한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결과적으로 볼 때, 리베리는 'FIFA 발롱도르'의 기준이 되는 3요소인 클럽 성적, 국가대표팀 성적, 개인 성적 가운데 한 가지만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국가대표팀 성적과 개인 성적에서 모두 호날두와 메시에게 뒤진 결과가 3위로 나타났다. 팀이 단 하나의 우승컵도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국가대표팀 성적과 개인 성적에서 모두 '위대했던' 호날두가 최종 승자가 된 것은 결코 잘못된 결과가 아니다.

축구에서 종종 팀보다 더 위대한 선수가 나타나기도 한다. 2013년 호날두가 바로 그랬다. 세계 최고 클럽과 국가대표팀으로 평가받는 레알 마드리드와 포르투갈에서 그는 환하게 빛났다. 여러 차례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했지만 성숙한 자세와 출중한 기량으로 팀을 뛰어넘는 '위대함'을 발산했다. 2013년 'FIFA 발롱도르'의 주인공은 '확실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kkaman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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