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현장] 김원일? 신영준? 기자들도 헷갈린 포항의 '기적골'
  • 유성현 기자
  • 입력: 2013.12.01 18:42 / 수정: 2013.12.01 19:51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40라운드 최종전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가 1일 오후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포항 
김원일이 후반 추가시간에 슈팅을 하고 있다. / 울산=배정한 기자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40라운드 최종전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가 1일 오후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포항 김원일이 후반 추가시간에 슈팅을 하고 있다. / 울산=배정한 기자


[울산=유성현 기자] 경기 종료를 1분여 남긴 상황에서 터진 결승골. 이 골 하나에 K리그 클래식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는 극적인 뒤집기로 마무리된 승부에만 그치지 않았다. 워낙 급박하게 돌아간 상황은 승부를 가른 '기적 같은 골'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헷갈리게 만들 정도였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는 1일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40라운드 울산 현대와 원정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김원일의 짜릿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포항은 최종 성적 21승11무6패(승점 74)로 울산(22승7무9패·승점 73)에 극적인 '뒤집기 쇼'를 연출하며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올랐다. 지난 1986년, 1988년, 1992년, 2007년에 이어 통산 5번째 우승. 올해 FA컵 제패에 이어 K리그 클래식까지 정상까지 오른 포항은 사상 첫 '더블'을 달성한 클럽으로 프로축구 역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포항은 이날 울산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만 역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가대표 골키퍼' 김승규가 버티는 울산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후반 추가시간 '0의 균형'이 이어졌다. 홈팀 울산은 최전방 공격수까지 모두 수비에 가담해 눈앞에 다가온 우승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일이 터졌다. 포항의 김원일이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버저비터'를 연상케 하는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득점이었다. 경기장은 한 순간에 열광과 환희, 침묵과 좌절로 뒤섞였다.

예상치 못한 시점에 터진 결승골에 기자석도 혼란에 빠졌다. 1분 뒤 울산의 우승을 가정하고 준비한 기사들이 승부가 뒤집히면서 휴지조각이 된 건 간간이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과연 포항에 승리를 안긴 결승골의 주인공이 누구였냐는 것. 골이 터질 당시엔 워낙 골문 앞에 여러 선수들이 뒤엉킨 상황이었기에 마무리 슈팅이 누구의 발 끝에서 나왔는지 현장에서 육안으로 확인하기엔 확실히 애매한 구석이 있었다.

방송 중계의 느린 그림으로 확인해도 결승골의 주인공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았다. 박성호가 넘어지면서 시도한 오른발 슈팅이 빗맞아 데굴데굴 오른쪽으로 흐르자, 이를 본 두 명의 선수가 재빨리 2차 슈팅을 시도했다. 먼저 발을 뻗은 건 수비수 김원일이었다. 김원일은 몸을 돌려 흐르는 공을 오른쪽 골문으로 가볍게 찼다. 하지만 여기서 변수가 발생했다. 박성호의 발에 맞고 흐른 공을 노렸던 선수는 김원일 말고 또 있었다. 신영준은 공이 흘러나오는 타이밍에 맞춰 김원일의 오른발이 나올 때 함께 왼발을 뻗었다. 각도 상으로는 공이 김원일을 거쳐 신영준의 발에 맞고 골문 안쪽으로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K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경기의 '주인공'이 두 명으로 보도되는 해프닝은 그렇게 탄생했다. 워낙 급박하게 승부가 결정된 탓에 매체마다 득점자의 이름이 달랐다. 특히 결승골이 터진 뒤 모두가 얼싸안고 기뻐하는 포항 선수들의 골 뒤풀이는 도대체 누가 골을 터뜨렸는지 더욱 아리송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됐다. 독자 입장에서는 도대체 누가 결승골을 터뜨렸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결국 공식 기록엔 김원일의 골과 박성호의 도움이 적혔다. 김원일의 슈팅 이후 신영준의 발이 공에 닿지 않은 것으로 판정됐다. 그야말로 '역대급 극장'에 걸맞은 '역대급 해프닝'이었다. 결승골의 주인공인 김원일의 소감도 결코 평범하진 않았다. 수훈 선수 인터뷰가 처음이라는 그는 "발 밑에 공이 왔길래 그냥 골대 쪽으로 찼다"며 덤덤하게 이야기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yshal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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