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0일 오전(한국시각) 브라질 상파울루의 바루에리 호세 코레아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29' 웰터급 매치 에릭 실바와 김동현 경기 주요 장면. 2라운드 종료 1분 58초를 남기고 '집념의' 왼손 카운트 펀치를 날린 김동현이 경기 후 포효한 뒤 결과에 승복한 실바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 슈퍼액션 중계 화면 캡처 |
[신원엽 기자] "30초 만에 KO로 이길 것이다." 대단한 착각이었다. '브라질의 신성' 에릭 실바(29)는 경기 전 오만한 태도를 보이며 자신의 승리를 호언장담했지만, 결과는 그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김동현은 평소 지루한 경기를 펼친다"고도 한 그다. 하지만 더는 싸울 힘과 체력이 없던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힘'을 짜낸 '스턴건' 김동현(32)의 승리로 10일 오전(한국시각) 브라질 상파울루의 바루에리 호세 코레아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29' 웰터급 매치는 끝났다. 실바를 향해 압도적인 응원을 보내던 브라질 홈 팬들의 함성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탄식으로 바뀌었다.
1라운드 초반. 김동현은 관중들의 야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실바를 정신없이 몰아붙였다. 타격과 그라운드 기술을 섞으며 쉬지 않고 실바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불도저 같았다. 상대에게 좀처럼 공격할 공간을 주지 않은 그는 1라운드 2분 47초를 남겨두고 왼손 펀치로 상대를 쓰러뜨렸고, 마운트 포지션을 유지한 끝에 파운딩 펀치를 퍼부으며 1라운드를 마쳤다. 실바가 자랑한 경기 초반 막강한 화력은 도저히 나올 틈이 없었다. 지난 8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실바의 경기 초반 화력은 막강하다. 실바에게 진 대부분의 선수는 이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그 부분을 많이 경계하기에, 중·후반에 승부를 볼 생각"이라고 말한 김동현의 변칙 작전이 완벽하게 들어 맞은 것이다.
운명의 2라운드. 김동현은 1라운드에서 체력을 너무 소진한 탓인지 실바에게 끌려다녔다. 강력한 니킥과 펀치를 연이어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패기로 맞섰지만, 실바의 기세를 꺾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숨죽였던 브라질 팬들의 함성은 더욱 커졌다. 김동현은 그대로 서서 실바에게 잽을 허용하는 등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급기야 실바에게 등을 보인 뒤 별다른 저항 없이 허리를 잡힌 채 옥타곤에 무릎을 꿇었다. 가까스로 일어났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김동현은 그렇게 무너져 갔다.
하지만 상대의 공격에 충격을 입었지만, 김동현의 정신력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로기 상태로 보여 금세 쓰러질 듯한 모습에서 환상적인 KO펀치를 작렬했다. 상대의 펀치를 계속 안면에 허용하면서도 단 한 번의 기회를 노린 것이 주효했다. 실바의 턱을 응시하던 김동현은 왼손 카운터 펀치를 날려 적중했고, 곧바로 쓰러진 실바에게 달려들어 한 차례 파운딩 펀치로 래프리 스톱을 받아냈다.
김동현의 놀라운 정신력이 돋보인 경기였다. 이 경기를 중계하던 슈퍼액션 중계진은 "정말 대단하다. 최고의 경기였다"며 그의 투혼을 치켜세웠다. 경기 후 실바는 김동현에게 먼저 다가가 포옹을 나누고 웃어 보이는 등 '스턴건'의 승리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쓰러져 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등 '대단한 집념을 보인' 상대에 대한 존경이 뚝뚝 묻어나왔다. 2라운드 종료 1분 58초를 남기고 화끈한 KO승을 거두고 한국인으로는 처음 UFC 9승을 달성했고, 이날 UFC 측은 옥타곤 위에서 김동현의 '승자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다. 상심한 홈 팬들의 감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전 기세등등했던 실바와 홈 팬들의 자존심이 완벽히 무너졌다.
wannabe2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