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프리즘] 반전, 신의 한 수…유럽 이적시장 달군 '핫' 키워드 5
  • 김용일 기자
  • 입력: 2013.09.04 10:58 / 수정: 2013.09.04 10:58

여름 이적 시장에서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은 가레스 베일. / 레알 마드리드 홈페이지 캡처여름 이적 시장에서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은 가레스 베일. / 레알 마드리드 홈페이지 캡처


[김용일 기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유럽 축구 이적 시장이 이번에도 숱한 화제를 뿌리며 막을 내렸다. 변화의 바람을 원하는 명문 구단을 중심으로 수많은 루머가 오고 갔다. 3일(한국시각) 이적시장 마감일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올 시즌 유럽 축구계의 판세를 뒤흔들 이적시장에 대한 결과를 5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 사상 최고액

마침내 스페인 마드리드 땅을 밟았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로 주목 받은 가레스 베일(24)이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8600만 파운드(약 1447억 원)의 세계 축구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었다. 종전 역대 최고 이적료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가 200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당시 기록한 8000만 파운드(약 1400억 원)다. 6년의 장기 계약이다. 베일을 내보낸 뒤 막대한 수입을 얻은 토트넘은 크리스티안 에릭센(21)과 파울리뉴(25) 등 다양한 리그에서 뛴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과연 8600만 파운드의 가치가 있는가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키 183cm 몸무게 73kg의 다부진 체격을 지닌 베일은 지난 시즌 토트넘에서 44경기를 뛰며 26골을 터뜨렸다. 프리미어리그 MVP에도 뽑혔다. 빠른 발을 무기로 뛰어난 득점력과 프리킥 능력을 겸비했다. 애초 왼쪽 풀백으로 빅리그에 데뷔한 베일은 윙 포워드와 최전방 공격까지 멀티 플레이어 재능을 갖췄다. 레알 마드리드는 '좌 베일, 우 호날두'라는 역사상 가장 위협적인 날개를 갖추게 됐다. 이제 그는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선수다.

이적 시장 마감 30여 분전 메수트 외질의 아스널행을 보도한 영국 언론. / skysports 캡처
이적 시장 마감 30여 분전 메수트 외질의 아스널행을 보도한 영국 언론. / skysports 캡처

◆ 반전

여름 이적 시장에서 더딘 행보로 비난을 받은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이적 시장 마감을 30여 분 남겨두고 반전에 성공했다. '대어'로 꼽힌 독일 국가대표 메수트 외질(25) 영입에 성공한 것이다. 아스널은 레알 마드리드에 4240만 파운드(약 725억 원)를 지급하면서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다시 썼다. 계약 기간은 5년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09년 안드레이 아르샤빈(32)을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데려올 때 투자한 1500만 파운드(약 264억 원)였다. 이적 과정은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새벽까지 국내 축구 팬의 관심을 끌었던 외질의 이적설은 마감을 불과 30분 남긴 오전 6시 30분쯤 아스널 홈페이지에 그의 이름이 뜨며 입증됐다. 외질은 2010년 1500만 유로를 받고 베르더 브레멘(독일)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옮겼다. 프리메라리가 간판 미드필더로 명성을 떨친 그는 여름 이적 시장에서 이스코(21)와 가레스 베일(24)이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영입되자 3년 만에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에버튼을 떠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마루앙 펠라이니(왼쪽)가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과 유니폼을 들고 사진 촬영하고 있다. / 맨유 홈페이지 캡처
에버튼을 떠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마루앙 펠라이니(왼쪽)가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과 유니폼을 들고 사진 촬영하고 있다. / 맨유 홈페이지 캡처

◆ 신의 한 수

'천군만마, 신의 한 수'라는 표현이 똑 들어맞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마루앙 펠라이니(26) 영입에 성공하며 중원을 보강했다. 이적료를 두고 이적시장 종료일까지 첨예한 대립을 보인 양 팀이었다. 그러나 펠라이니가 에버튼 시절 '스승' 데이비드 모예스(50) 감독 부름에 손을 잡았다. 맨유는 중원 보강이 절실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후반까지 '중원의 핵'으로 뛴 폴 스콜스의 대체자를 찾지 못했다. 모예스 감독은 중원 개혁을 외쳤으나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 스콜스(39)의 후계자로 점찍은 선수 영입이 죄다 불발됐다. 가뜩이나 웨인 루니(28)와 불화설까지 나돌며 팬들의 불신을 샀다. 그런 가운데 펠라이니 영입은 가뭄 속 단비였다. 키 194cm 몸무게 85kg의 체격을 갖춘 그는 기민한 볼 키핑과 개인 전술, 골 결정력을 지녔다. 섀도 스트라이커와 최전방 스트라이커까지 소화가 가능한 공격의 '만능열쇠'다. 지난 2008년 벨기에 주필러리그 스탕다르 리에주에서 1500만 파운드(약 255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EPL 무대를 밟았다. 에버튼 구단 역사상 최고 금액이었다. 모예스 감독 지휘 아래 착실히 커리어를 쌓은 펠라이니는 5년 동안 138경기를 뛰며 25골을 넣었다. 특히 지난 시즌에만 섀도 스트라이커로 뛰며 11골을 넣으며 공격적인 재능을 뽐냈다.

숱한 이적설에도 리버풀 잔류를 선택한 루이스 수아레스. / BBC 보도 캡처
숱한 이적설에도 리버풀 잔류를 선택한 루이스 수아레스. / BBC 보도 캡처

◆ 내실

화려한 영입은 없었으나 내실을 다진 팀도 두드러졌다. 리버풀은 간판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26)의 이적설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그는 브랜든 로저스(40) 감독과 불화로 훈련에 불참하는 등 이탈 조짐이 보였다. 얼마 후 감독과 면담을 한 뒤 훈련장에 다시 나타난 수아레스에 대해 이적 교감을 나눈 것으로 현지 언론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적시장 막바지에 수아레스는 "몇 주 전부터 리버풀에 잔류하기로 했다. 리버풀을 위해 뛰겠다"고 말했다. 결국, 리버풀은 이적 시장 마감을 앞두고 불안 요소로 거론된 수비진에 마마두 사코(23)와 티아고 일로리(20)를 영입했다. 공격에선 첼시의 빅토르 모제스(23)를 데려와 옵션을 늘렸다. 이아고 아스파스(26)와 콜로 투레(32), 시몽 미뇰렛(24) 등은 앞서 영입을 마쳤다. 팀의 주력 선수를 지키면서도 스쿼드를 착실히 보강했다. 양과 질에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베일을 잃은 토트넘 또한 막대한 이적료를 챙겨 로베르토 솔다도(28)와 파울리뉴, 에릭센, 에릭 라멜라(21) 등을 영입했다.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폭넓은 선수단 가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홍정호(왼쪽)가 1일(한국시간)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 입단한 소식이 구단 홈페이지를 장식했다. / 아우크스부르크 홈페이지 캡처
홍정호(왼쪽)가 1일(한국시간)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 입단한 소식이 구단 홈페이지를 장식했다. / 아우크스부르크 홈페이지 캡처

◆ 코리안 리거

'맑음, 흐림, 갬'으로 요약된다. '제2의 홍명보'로 불리는 한국 국가대표 중앙 수비수 홍정호(24)는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를 떠나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로 전격 이적했다. 계약 기간은 4년이다. 이미 지난 두 시즌 동안 구자철(24), 지동원(21)을 임대로 데려와 효과를 본 아우크스부르크는 '믿고 쓰는 한국산'에 매료됐다. 이번엔 수비수다. 아우크스부르크는 리그 4라운드를 치른 가운데 2승 2패(승점 6)로 10위에 매겨져 있다. 그러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개막 라운드에서 0-4로 대패하는 등 수비 불안에 허덕인다. 라그나르 클라반(28)과 얀 잉버 칼센브라커(29)의 중앙 수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 키 186cm 몸무게 77kg의 다부진 체격의 홍정호는 대인 방어 뿐 아니라 민첩성도 뛰어나다. 스스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반면 '버림받은 자' 박주영(28)은 이적 시장 종료까지 팀을 찾지 못했다. 최악의 경우엔 무의미한 아스널 잔류가 점쳐진다. 스완지시티에서 감독과 불화설을 나도는 등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시련의 시간을 보낸 기성용(24)은 선덜랜드로 임대 이적했다. 내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뛸 수 있는 팀'을 선택한 그에게 구름이 걷히기를 기대하고 있다.

kyi0486@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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