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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을용(왼쪽)이 2003년 12월 7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동아시아연맹 축구선수권대회 중국전에서 리이의 뒤통수를 내리치고 있다. / 유튜브 영상 캡처
FC 서울과 베이징 궈안(중국)의 2013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이 열린 2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 상암 세 번째 취재만에 중국 축구의 한심한 수준을 느꼈다. 중국 하면 떠오르는 '더티 플레이'와 '소림 축구'는 그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그림이었지만 실제 눈앞에서 느낀 플레이는 상상 이상이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발목을 향해 들어오는 태클과 비신사적인 행위는 혀를 내두르게 했다. 그리고 이어진 라커룸 추태까지 장내·외에서 그들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열린 우리와 평가전에서 당시 '최고의 스트라이커' 황선홍(45) 현 포항 스틸러스 감독을 '아웃' 시킨 것도 모자라 국제 대회에서 만날 때마다 이유도 없는 거친 파울로 일관하는 그들을 직접 보면서 다시 한번 입술을 깨물었다.
어이없는 중국축구의 추태를 보고 과거의 한 장면이 머리에 스쳤다. 벌써 10년이 지난 그때로 기억이 향했다. 2003년 12월 7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2003년 동아시아연맹 선수권대회 중국전에서 이을용(38·은퇴)은 공격수 리이(34·은퇴)의 거친 파울을 참다못해 뒤통수를 손바닥을 내리치는 '을용타'를 선보였다. 상대를 직접 때린 것은 분명 옳은 행동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간의 보여준 중국 선수의 더티한 플레이를 잘 아는 팬들 사이엔 비난보다 '시원하다'는 동정 여론이 일었을 만큼 통쾌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를 이뤘다.
이날 경기는 초반부터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14일 원정 1차전을 0-0으로 비기고 무조건 이겨야 했던 서울은 파상 공세를 펼치고도 전반 9분 만에 프레데릭 카누테(36)에게 선취골을 허용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원정골 우선 원칙에 의해 베이징이 8강에 올라가는 상황. 서울 선수들은 초조해졌고 베이징은 이를 교묘히 이용했다. 제대로 몸에 닿지도 않았지만, 중동에서 볼 수 있는 '침대 축구'를 서슴지 않았다. 의도적인 시간 지연 행위는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후 후반 15분 아디(37)의 동점골이 터지자 전세는 완전히 서울에 쏠렸다. 서울은 일방적인 경기로 베이징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베이징을 당황했고 중국 특유의 '앞뒤 가리지 않는 태클'로 흐름을 끊어놓으려 애썼다. 심한 파울을 당한 윤일록(21)과 아디(37)는 다리를 붙잡고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기어코 후반 24분 윤일록, 종료 직전 추가 시간에 고명진(25)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뒤집자 베이징 선수들은 모두 주저앉았다. 후반 34분 카누테는 공격 찬스에서 오프사이드임에도 골문으로 공을 차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경고누적 퇴장을 당했다. 경기 자체보다는 투정에 익숙한 이들의 추한 모습은 경기장 안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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