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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 시절 '5분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차범근. / 스포츠서울 DB
고메즈는 지난 17일(한국시각)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2~2013시즌 DFB 포칼(독일 FA컵) 준결승 볼프스부르크와 경기에서 3골을 터뜨렸다. 후반 28분 교체 투입돼 후반 35분부터 6분 동안 3골을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과장을 좀 보태 눈 깜짝할 사이에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바이에른 뮌헨의 6-1 대승을 이끌었다. 고메즈의 6분 해트트릭이 왠지 낯설지 않은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영웅 차범근의 빛나는 기록이 곧바로 떠올려지기 때문이다. 고메즈보다 더 대단한 '5분 해트트릭'을 완성했던 차범근이다. 때는 1976년 9월 11일. 제6회 박대통령 축구대회(박스컵) 화랑(한국 1진. 2진은 충무)과 말레이시아의 개막전이었다. 화랑은 예상 외로 매우 고전하며 경기 막판까지 크게 뒤졌다. 자책골 불운까지 겹치며 전반을 0-3으로 끌려가며 마쳤고, 후반 중반 박상인의 추격골이 터졌지만 후반 34분 추가 실점을 내주며 1-4로 밀렸다. 패색이 짙던 위기 상황에서 차범근이 화랑의 구세주로 등장했다. 후반 38분 골을 잡아내며 희망을 되살렸고, 후반 42분과 43분 연속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적적인 '5분 해트트릭'으로 화랑을 패배의 수렁에서 건져냈다. 차범근의 '5분 해트트릭'에 힙입어 말레이시아와 4-4로 비긴 화랑은 기세를 드높이며 결승까지 올랐고, 브라질(상파울루 주 리그 21세 이하 대표팀)과 비기며 공동우승을 차지했다. 차범근은 7골 4도움의 '괴물 활약'과 함께 한국축구의 영웅으로 우뚝솟았다. 직접적인 비교는 당연히 의미가 없지만, 상황만 놓고 보면 차범근의 '5분 해트트릭'이 고메즈의 기록보다 더 극적이고 대단했다. 고메즈가 바이에른 뮌헨이 승기를 잡은 뒤 승부에 쐐기를 박는 해트트릭을 기록했다면, 차범근은 팀을 패배의 위기에서 건져내는 마법같은 해트트릭을 작렬했다. 선발로 출전해 체력적으로 한계점이 온 후반 막바지에 골폭풍을 몰아쳤다는 점도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고메즈와 차범근의 해트트릭에 대한 글을 쓰면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다. 2001년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있었을 때, 독일어 교수와 축구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당시 교수의 '차붐'에 대한 끝없는 칭찬에 매우 뿌듯해 했었고, 1976년 박스컵 '5분 해트트릭' 이야기를 서투른 말로 전했던 기억이 머리를 스쳤다. 축구광인 그 교수라면 아마도 이번 고메즈의 해트트릭을 보고 필자에게 들었던 차범근의 신화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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