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기적' 밀란-리버풀, 이제는 챔스 고민 '동병상련'
  • 유성현 기자
  • 입력: 2013.01.19 09:00 / 수정: 2013.01.19 09:00

18일 현재 리그 8위에 머물러 있는 리버풀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린 4위 자리를 향한 힘겨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캡처
18일 현재 리그 8위에 머물러 있는 리버풀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린 4위 자리를 향한 힘겨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캡처


[유성현 기자] 지난 2005년 5월 26일(한국시각),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스타디움에서는 축구 역사상 손꼽히는 희대의 명승부가 연출됐다. 주인공은 이탈리아의 AC밀란과 잉글랜드의 리버풀. 두 팀은 2004~2005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맞닥뜨렸다. 전반 종료까지만 하더라도 경기는 맥없이 끝나는 듯 했다. AC밀란이 전반을 3-0으로 앞선 채 마친 상황에서 리버풀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리버풀의 저력은 위기에서 빛났다. 리버풀은 후반 9분 스티븐 제라드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단 6분 동안 3골을 몰아치며 마침내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 접전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맞이한 승부차기에서는 예르지 두덱 골키퍼의 선방쇼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최고의 무대에서 펼쳐진 숨 막히는 역전극은 '이스탄불의 기적'이라 불리며 영국 언론이 선정한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고 명승부 1위로 꼽히기도 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06~2007시즌까지만 해도 두 팀의 위상은 여전히 높았다. 다시 한 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맞붙어 마지막 전쟁을 치렀다. AC밀란은 필리포 인자기의 연속골을 앞세워 2-1 승리를 거두며 2년 전 패배를 완벽하게 설욕했다. 적어도 그 때까지는 두 팀의 '봄날'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두 팀의 상황은 급변했다. 6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 최강자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루던 두 명문구단의 현실은 한없이 초라해졌다. 시즌의 반환점을 돌아선 현재 AC밀란은 이탈리아 세리에A 7위, 리버풀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8위에 머물러 있다. 매 경기 전력을 다해도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찬란했던 과거를 기억하는 팬들의 한숨은 깊어만 갔다.

AC밀란은 올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강호 바르셀로나를 만났다. 도박사들은 전력이 불안정한 AC밀란보다 바르셀로나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통산 우승 횟수는 AC밀란이 7회, 바르셀로나가 4회다. / AC밀란 공식 홈페이지 캡처
AC밀란은 올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강호 바르셀로나를 만났다. 도박사들은 전력이 불안정한 AC밀란보다 바르셀로나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통산 우승 횟수는 AC밀란이 7회, 바르셀로나가 4회다. / AC밀란 공식 홈페이지 캡처

과거 명승부를 함께 일궜던 '역전의 용사'들은 거의 모두 팀을 떠났다. AC밀란에는 리버풀과 치른 두 번의 결승전에서 뛴 선수 중 마시모 암브로시니만이 주장이 돼 팀에 남아 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알레산드로 네스타(몬트리올), 젠나로 가투소(시옹), 클라렌세 셰도르프(보타포구) 등 적잖은 '밀란맨'들이 10년 이상 팀을 지켜왔지만, 올시즌을 앞두고 세대교체라는 명목 아래 다른 팀으로 적을 옮겼다. 지난 시즌 공수의 핵으로 활약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티아구 실바는 모두 파리 생제르맹으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무리한 리빌딩으로 지난 시즌 2위에 올랐던 AC밀란의 순위는 단 1년 만에 급전직하했다.

리버풀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2위에 올랐던 2008~2009시즌 이후 7위-6위-8위를 기록하며 단 한 번도 5위 안에 들지 못했다. 최근 수 년간 리그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면서 '전통의 강호'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AC밀란과는 달리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았던 멤버들은 어느 정도 팀에 남아 있다. 스티븐 제라드, 제이미 캐러거, 호세 레이나, 다니엘 아게르 등 풍부한 경험을 지닌 선수들이 든든하게 팀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리빌딩'에서 문제가 생겼다. '3500만 파운드(약 591억 원)의 사나이' 앤디 캐롤은 웨스트햄으로 임대 생활을 떠나 '최악의 이적'으로 꼽히고 있고, 스튜어트 다우닝과 조던 헨더슨 등 이적생들의 부진이 겹치면서 전력 보강 효과가 미약했다.

두 팀 모두 시즌 초반보다는 그나마 상황이 나아진 편이다. AC밀란과 리버풀은 각각 1승3패로 15위, 2무3패로 18위에 머무르며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서서히 명문팀의 저력을 보이며 나란히 순위를 중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각각 리그 3위와 4위 안에 들어야 한다. 그러나 중상위권 팀들의 순위 경쟁이 워낙 치열해 도전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횟수 2위와 3위에 빛나는 AC밀란(7회)과 리버풀(5회). 한때 유럽을 호령했던 두 팀이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 위기라는 같은 고리에 묶인 웃지 못할 상황이다. 이들이 남은 시즌에서 '이스탄불의 기적'과 같은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도 후반기를 맞이하는 축구팬들의 특별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yshalex@tf.co.kr

[영상] '역대 최고 명승부' 리버풀-AC밀란의 이스탄불 혈투 (http://www.youtube.com/watch?v=to-X2PNDW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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