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스페인] 나홀로 '생존' 혹은 극적인 '공존'
  • 김성범 기자
  • 입력: 2012.06.18 15:52 / 수정: 2012.06.18 15:52

외나무다리는 아니다. 혼자 지날 수도, 함께 발맞춰 건널 수도 있는 다리다. 그러나 모두 냉혹한 승부를 거친 뒤의 얘기다. 당대 최강을 넘어 역대 최강을 꿈꾸는 스페인, 그 상대를 넘어 동유럽 강호로서 자존심을 세우려는 크로아티아가 맞붙는다. 양보란 없다. 빅매치는 예고됐다.

◆ 유로 2012 C조 조별 라운드 3차전 크로아티아 vs 스페인

2012년 06월 19일 03시 45분(한국 시각), 아레나 그단스크

▲ 관전 포인트

스페인은 아일랜드전 4-0 대승으로 8강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었다. 크로아티아와 겨루는 최종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최소 조 2위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페인이 설렁설렁 뛸 것이라 생각하는 이는 없다. 목표는 우승, 그것도 메이저 대회 3연패다. 더군다나 8강부터는 단판 토너먼트다. 삐끗하면 떨어진다. 조별 리그 최종전은 진검승부를 앞둔 마지막 점검 기회이기도 하다. '완벽하게 상대를 압도하는 승리'는 스페인 축구 철학의 핵심이다. 8강전을 앞두고 모든 면에서 완전한 전력을 구축하길 원한다. 승리는 이에 대한 전리품이다.

'담합설'에 대한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다. 스페인과 크로아티아가 2-2 무승부를 거두거나, 1-1 무승부를 거두고 이탈리아가 한 골 차 혹은 2-0으로 승리할 경우 이탈리아는 8강에서 탈락한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언론은 스페인이 크로아티아와 결과를 담합할 수도 있다는 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그럴 가능성을 눈곱만치 생각하지 않는다. 난 깨끗한 경기만을 생각한다"라고 반박했다. 간판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첼시)는 "그건 축구가 아니라"라고 잘라 말했다.

가장 큰 과제는 최전방의 해법이다. 당초 토레스와 페르난도 요렌테(빌바오)가 원톱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부상으로 낙마한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에 비해 각각 컨디션과 클래스라는 불안 요소가 많았다. 이탈리아전에서 예상을 깨고 제로톱 전술('False Nine'·'가짜 공격수')을 들고 나왔던 이유다.

그러나 절반의 성공에 그쳤고, 이어진 아일랜드전에서 토레스가 두 골을 터뜨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탈리아전에서도 비록 골은 넣지 못했지만 후반 교체 투입된 토레스가 원톱에 섰을 때 스페인의 공격력이 살아났다. 크로아티아전에서 다시금 토레스 원톱 선발이 가동될 까닭이다. 세 번째 실험에서 나올 결과가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한다. 이와 함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사비 에르난데스(이상 바르셀로나)-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가 주축을 이룰 2선의 공격 지원도 승부를 가를 관건이다.

크로아티아도 결코 만만치 않다. 6년간 슬라벤 빌리치 감독 아래 꾸준한 세대교체를 통해 탄탄한 기반을 닦은 덕분이다. 더군다나 이탈리아와 달리 자력으로 8강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어느 때보다도 결의가 대단하다. 빌리치 감독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스위스가 스페인을 꺾었듯이 우리도 이길 수 있다. 이탈리아-스페인전을 보며 스페인 공략법도 찾아냈다. 다득점 무승부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루카 모드리치(토튼햄)을 중심으로 구축된 탄탄한 미드필드진은 막강 스페인 중원에 결코 밀리지 않을 믿음직스러운 힘이다. 이들이 상대의 패싱 플레이를 어떻게 차단하고, 점유율을 쉬이 내주지 않을지는 핵심 관전 포인트다.

공격의 선봉에 나설 마리오 만주키치(볼프스부르크)-니키차 옐라비치(에버튼) 투톱도 크로아티아의 자랑이다. 만주키치는 앞선 두 경기에서 3골을 뽑아내며 물오른 득점 감각을 선보였고, '논스톱 슈팅의 달인' 옐라비치도 문전에서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아일랜드전 결승골을 뽑아냈다. 측면에서 다리요 스르나(샤크타르)가 올려줄 칼날 크로스가 이들의 머리와 발에 닿는다면 '무적함대'의 골문도 마냥 안전할 순 없다.

키 플레이어
키 플레이어

- 크로아티아 : 루카 모드리치

다른 경기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세계 최강의 중원을 상대하는 경기에서 모드리치의 존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겁다. 앞선 두 경기에서도 중원사령관으로서 공수를 조율하며 호성적을 이끌었다. 날카로운 돌파와 창의적 패스를 이용한 탁월한 공격 전개 능력은 크로아티아 공격의 시발점이다. 겉으로 잘 드러나진 않지만 모드리치는 수비 허점을 커버하는 능력도 탁월한 선수다. 동료들을 도와 2선에서부터 상대의 빠르고 세밀한 패스 축구를 막아내는 역을 해내야 한다.

- 스페인 : 페르난도 토레스

긴 말 필요 없다. 임무는 오직 하나, 골이다. 스페인 점유율 축구는 최전방에서 유려하게 이어지던 패스 플레이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어줄 존재가 있을 때 완성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공격의 비효율성이 커지고, 예상치 못한 '한 방'에 무너질 수 있다. 토레스는 그 방점 역을 해내야 한다. 아일랜드전에서도 드러났듯이 아직은 이니에스타나 사비가 토레스의 발에 정확히 공을 얹어주는 것에 힘을 쏟는 게 제로톱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이탈리아전 같이 결정적 기회를 놓치는 잘못을 다시 범해선 안된다.

<베스트 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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