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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홍보차 만난 배우 임수정./이새롬 기자 |
[김가연 기자] 임크리스탈. 대중이 임수정(33)이란 배우에게 붙인 애칭이다. 수정이란 이름을 영어로 바로 쓴 표현으로, 맑고 투명한 마치 건들면 깨질 것 같은 여린 이미지에 어울리는 그의 모습을 보고 크리스탈이란 애칭이 붙었다. 그리고 배우로서 임수정의 모습은 대중이 원하고 바라는 모습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청순하고 여성스럽고, 약한 모습이었다.
배우에겐 고정된 틀이 독이 될 수 있지만, 임수정에겐 예외인 듯했다.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 영화 'ing', '행복', '새드무비' 등 오히려 정형화된 캐릭터는 임수정을 전문 배우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임수정이 변했다. 20대와 다른 30대의 길을 걷고 싶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농익은 배우의 노련함일까.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독설가' 정인으로 돌아온 임수정은 그렇게 자신을 둘러싼 맑디맑은 그 수정을 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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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7년 차 주부 연정인 역을 맡은 임수정. |
★ '내아모', 무조건 임수정이어야 했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홍보차 만난 임수정은 자신의 이름과 꼭 닮아 있었다. 맑고 투명한 피부에 그 흔한 아이라인조차 그리지 않은 모습에 '생얼'이라고 해도 속을 정도로 가벼운 메이크업에 립글로스만 살짝. 여린 임수정의 모습 그대로였지만 영화 속 임수정은 180도 다르다. 건들면 오히려 내가 다칠 것 같은 강한 모습이 먼저 들어온다. 임수정은 왜 스스로 변신을 택했을까.
"사실 영화를 선택하기 전에 변신이란 생각은 안 했어요.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컸던 것 같아요(웃음). 다행스러운 일이죠. 오히려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탓에 출연을 상당히 망설였거든요. 감독님과 이선균, 류승룡이라는 배우가 많은 힘을 줬어요. 그리고 감독님의 '무조건 임수정이어야 한다는 것' 이런 확신이 너무 확고했어요. 제가 용기를 냈죠. '그럼 한 번 해볼게요'라고 말이죠…. 그러다 '멘붕' 상태를 경험하게 됐죠.(웃음)
임수정은 영화를 찍으면서 일명 '멘붕상태', 정신을 잃어버릴 정도로 심각한 혼란에 빠진다는 경험을 수차례 했다고 했다. 많고 길고, 어려운 대사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임수정은 속사포처럼 대사를 쏟아낸다. '잔소리꾼' 정인으로는 딱 맞다. 하지만 정작 진짜 임수정과는 매우 맞지 않았다. 대사를 외우면서 얼마나 많은 NG를 냈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영화 캐릭터가 톡톡 튀잖아요. 그래서 하겠다고 했는데 대사가 매우, 정말 아주 아주 많은 거에요(웃음). 게다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도 아니어서 외워지지 않아서 정말 힘들었어요. 현장에서 대본을 붙들고 있었어요. 현장에서 계속 중얼중얼 거리면서 다녔죠. NG를 자주 내니깐 처음에는 쇼크를 받다가 나중에는 '어, NG는 그냥 내 친구'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웃음)."
영화는 아내 정인과 이혼하기 위해 카사노바 성기(류승룡)을 소개시켜 주는 이상한 남편 두현(이선균)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소재 자체가 파격적이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성도 독특하지만, 한편에서 보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의구심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임수정도 이에 대해 가장 염려했고, 남편이 이혼하고 싶어하는 아내로 변신을 해야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정인을 살려내지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두현이 이혼하고 싶게끔 하여야 하는데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영화가 전혀 설득이 안 되거든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선균, 류승룡 두 배우들은 정말 연기를 잘하세요. 저는 때때로 정신적인 한계를 느끼다 보니 여러 가지로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주눅도 들었는데 옆에서 아주 잘 도와주셔서 마지막까지 잘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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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고 노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연기 철학을 밝힌 임수정. |
★ 노출, 준비하고 하고 싶다
최근 스크린 화두는 노출 혹은 '19금'이다. 배우들의 과감한 전라 장면과 정사신은 연일 화제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15세 관람불가를 표방한 만큼 수위가 세지 않지만, 관객의 마음을 동요할 수 있는 장면이 몇몇 있다. 그중에서 임수정의 '하의 실종' 패션과 뒤태 노출 장면은 가장 파격적이다. 말 그대로 티셔츠 한 장에 팬티만 입고 상의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채로 등장한다. '청순한 임수정이?'라는 의구심이 절로 든다. 패션 스타일에 대해서 묻자 임수정은 '깔깔' 웃기부터 했다.
"'하의 실종'인데 정말 하의가 없었죠?(웃음). 사실 정인의 노출은 생활용 노출이라 자연스러웠어요. 그냥 집에서 편안하게 입는 식이었죠. 저 상의도 안 입었잖아요(웃음). 실제로 많은 여성이 집에서 입는 것처럼 똑같이요. 그렇게 입고 현장에서 얼마나 잘 다녔는데요. 일단 설정 자체는 감독님이 찾아 주셨어요. 섹시미를 부각하기 위해서?(웃음)."
그런 의미로 영화제가 시상식장 등 화려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곳에서도 몸을 가리는 드레스를 선호하는 임수정에겐 파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하의 실종'은 계산적인 설정이었다. 임수정은 "감독님이 한참 저를 관찰하시더니 '다리가 예쁘니 의상을 없애자'라고 하시는 거예요(웃음). 최대한 정인이가 여자로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였죠. 촬영할 때에도 카메라 위치를 여러 번 바꿔서 촬영했어요"라고 웃었다.
'하의 실종' 패션과 더불어 영화 초반 '헉'하는 장면 중 하나는 임수정이 스스럼없이 옷을 벗는 장면이다. 뒤태가 고스란히 다 드러난다. 앞선 인터뷰에서 '뒤태는 대역'이라고 밝힌 그는 배우로서 노출 철학에 대해 밝히며 아직 준비가 덜 돼 프로답지 못하단 생각에 대역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배우뿐만 아니라 남자 배우들도 상반신 한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하잖아요. 하물며 뒤태를 보여줘야 하는데…. 사실 준비가 안 됐어요. 옛날 같았으면 이런(노출)에 대해서 신경이 곤두서있었을 텐데 이번 촬영에서는 전혀 그런 것이 없었어요. 나도 조금씩 나이를 먹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노출을 하려면 제대로,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하고 싶어요. 제가 앞으로 할 영화가 얼마나 많아요? 무궁무진한데 몸을 좀 더 만들어서 다음 기회에 해 볼래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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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기타를 치며, 커피를 공부하면서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는 임수정. |
★ 이제는 열린 임수정이 되고 싶다
배우 임수정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갇혀 있는 느낌이다. 여배우의 아우라나 신비주의 때문은 아니지만 어떤 여배우보다 쉽게 다가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30대가 된 임수정은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인간 임수정으로도 변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를 하면서, 여러 캐릭터로 연기하면서 스스로 변했다고 했다.
"예전에는 제 주관대로 작품을 선택했어요. 그중에는 물론 대중의 사랑의 받은 작품도 있고, 못 받은 작품이 있겠죠. 20대 때에는 실험적인 작품에 많이 도전한 같아요. 대중에게 덜 친절했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하지만 변하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욕심이 점점 더 생기는 것 같거든요."
이런 생각은 이번 영화를 하면서 좀 더 강해졌다. 실제 성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인은 진짜 임수정을 강하게 바꿔놓았다. 그는 "요즘은 더 솔직하게 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원래 성격 때문에 여전히 상처도 많이 받고 속앓이도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제 의견을 전달하는 는 거침없어요. 여리여리한 면과 단단한 부분, 두 가지의 면을 가지고 있어요. 다중인격체인 것 같지 않아요?(웃음). 그러고 보니 정인과 비슷한 부분이 많네요"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실제 임수정의 생활을 어떠할까.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책만 읽을 것 같은 그는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을 때가 더 바쁘다'며 요즘에는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고 말했다. 책과 기타, 음악과 전시와 공연. 인간 임수정이 사랑하는 것들이었다.
"취미생활을 즐기는 편이에요. 많은 사람을 만나기보다 만나고 싶은 소수 사람만 가끔 만나는 식이죠. 혼자 놀이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웃음). 책도 많이 읽고, 기타 치는 것도 좋아해요.
최근에는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서 개인 수업을 받고 있어요. 전시회나 공연 같은 것도 일정을 파악해서 보러 가죠. 저는 한 가지 것에 푹 빠져서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오히려 공식 일정이 없을 때 더 바빠요(웃음). 파고드는 타입이에요. 사랑할 때도 완전 '올인'하는 그런 여자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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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오랜만에 드라마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는 임수정. |
★ 임수정의 드라마, 준비 중이다
임수정 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단연 '미안하다, 사랑한다'다. 당시 '핫'하지 않았던 소지섭과 임수정을 단번에 스타로 만든 작품으로,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돋보인다. 결말이 슬프게 마무리돼서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드라마 순위에 오르내릴 정도다. 하지만 임수정은 이 드라마 이후로 브라운관에서 자취를 감췄다. 브라운관 복귀, 과연 언제쯤 할까 궁금했지만, 그는 '올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라는 반가운 대답을 내놨다.
"드라마에 나온 지 오래됐고, 팬들도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생각을 바꿨어요. 나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해야겠다고요. 실제로 많은 대본을 받아보고 있는데 정확한 것은 없어요. 올 하반기가 될지 내년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에로틱한 것도 들어오고, 치정극도 들어와요(웃음). 드라마는 캐릭터에 확 꽂혀야 하는 편이에요. 영화보다 드라마 시스템이 아무래도 빠르고 힘들게 돌아가니깐 16부를 찍을 동안 완전히 몰입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찾아야 해요(웃음).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깨는 신선한 자극을 주고 싶어요."
30대 여배우. 젊음과 늙음, 풋풋함과 노련함 사이에서 갈리는 나이다. 임수정도 그런 부분을 생각했고 오히려 앞선 캐릭터는 임수정이란 인물이 보여주는 예고편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해 보고 싶은 것이 더 많단다. 연기 생활 중 가장 해 보고 싶은 캐릭터는 한 여자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 임수정은 '동안 외모'를 무기로 가능하면 10대부터 자신이 연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에 '마를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이란 영화를 봤는데 그런 종류의 영화가 예전부터 굉장히 하고 싶었어요. 한 여자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가능하면 10대부터?(웃음). 제가 분장을 다 해서 끝까지 촬영하는 것이죠. 만약 지금 그런 캐릭터가 들어와도 할 수는 있겠지만 조금 더 기다리고 싶어요. 30대 후반쯤. 얼마 남지 않았나요?(웃음). 피부 관리를 더 열심히 해서 동안을 유지한 다음에요. 그런 영화 한 편 찍고 나면 정말 최고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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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을 꼭 하고 싶다고 밝힌 임수정. |
더팩트 연예팀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