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효근 기자] '장윤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확보하지 않고 수사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이 법정에서 고의적인 증거 은폐나 수사 축소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성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못해 주요 물품을 압수하지 않았으며, 피의자 가족에게 수사정보를 제공한 것도 상관의 지시에 따른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법 형사12단독 이승연 판사는 4일 오후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방조·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전 광산경찰서 강력팀장 박모(57) 경감과 팀원 김모(41) 경사에 대한 4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피고인신문에서 박 경감은 장윤기의 범행 동기에 대해 수사 초기에는 성범죄 목적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장윤기의 주거지에서 심하게 훼손된 리얼돌 2개를 발견했지만 증거물로 압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에는 장윤기를 사이코패스로만 의심했으며 성범죄와의 연관성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장윤기의 차량에서 발견된 약 40㎝ 길이의 케이블타이 역시 범행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박 경감은 피해자가 차량으로 이동하지 않았고 흉기로 살해됐다는 점을 고려해 케이블타이의 증거 가치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팀원에게 케이블타이의 용도를 확인해 보라고 지시한 사실과 실물이 발견될 때까지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말라고 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증거를 고의로 숨기려는 목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현직 경찰관이자 장윤기의 아버지인 장모 경감에게 주거지 위치와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차량을 돌려준 경위에 대해서는 형사과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경감은 현장 감식이 끝났다는 판단에 따라 상관에게 보고한 뒤 정보를 제공하고 차량을 반환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감식 결과가 나오기 전에 차량 등 감식 대상물을 가족에게 돌려준 절차에는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장윤기 조사 과정에서 팀원에게 성범죄 방향으로 수사를 몰아가지 말라고 지시한 경위도 설명했다.
박 경감은 진술을 거부하던 장윤기를 장시간 설득한 상황에서 조사관과 피의자 사이에 마찰이 생기자 추가적인 진술 거부를 막기 위해 한 말이었다고 주장했다.
여고생 살인사건과 외국인 여성 강간사건을 분리해 수사한 것에 대해서는 경찰 지휘부의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또 장윤기에게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하자는 팀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자백 없이 정황증거만으로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기소된 김 경사도 수사 초기에는 리얼돌과 케이블타이의 증거 확보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고의적인 증거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앞서 박 경감 등은 장윤기 사건을 수사하면서 주거지와 차량에서 발견된 주요 물품을 압수하지 않고, 장윤기의 아버지에게 수사정보를 알려준 혐의로 기소됐다.
박 경감에게는 차량 수색 당시 촬영한 케이블타이 영상을 사건 기록에 포함하지 않고 팀원에게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 사건은 당초 경찰이 장윤기에게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했으나, 사건을 넘겨받은 수사기관이 보완수사를 통해 성범죄와 살인사건의 연관성을 확인하면서 부실수사 의혹이 불거졌다.
장윤기는 강간살인 혐의 등으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경찰 지휘부의 수사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박성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등 전현직 경찰 간부 4명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별도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재판부는 박 경감과 김 경사에 대한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25일 오전 10시 결심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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