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집만 팔리면 떠나겠다"는 죽도 주민… 이상휘 의원 요구, 산림청은 답해야

  • 김성권 기자
  • 입력: 2026.10.27 10:30 / 수정: 2026.10.27 10:30
"죽도의 가치를 방치해선 안 된다"…381개 계단 대체할 케이블카 등 이동수단 검토
전력 인프라 개선·주민 생계대책 시급
울릉도 앞바다에 떠있는 죽도 전경. /울릉군
울릉도 앞바다에 떠있는 죽도 전경. /울릉군

[더팩트ㅣ의성 =김성권 기자] "집만 팔리면 죽도를 떠나겠습니다."

경북 울릉군 죽도에서 평생을 살아온 유일한 주민의 절박한 하소연이다. 관광객에게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품은 관광섬이지만, 정작 섬을 지켜온 주민에게는 생계와 주거, 열악한 생활환경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삶의 현장이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포항시 남구 울릉군)은 지난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박은식 산림청장에게 죽도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관광 개발과 체계적인 관리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 의원의 문제 제기는 분명하다. 죽도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연·생태 자산이지만 관광 개발과 홍보, 관리가 충분하지 않다. 특히 단 한 가구만 거주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며, 2029년 울릉공항 개항에 대비해 죽도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시킬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행이다. 산림청은 죽도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 그치지 말고 토지 이용과 관광 개발, 시설 관리에 관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난 22일 이상휘 의원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박은식 산림청장에게 죽도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관광 개발과 체계적인 관리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지난 22일 이상휘 의원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박은식 산림청장에게 죽도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관광 개발과 체계적인 관리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381개 계단, 케이블카 등 접근성 개선부터

죽도 관광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접근성이다. 섬에 도착해도 가파른 계단 381개를 올라야 해 고령자와 어린이, 이동이 불편한 관광객에게 큰 부담이 된다.

세계적인 관광지를 목표로 한다면서 기본적인 이동 불편을 외면할 수는 없다. 케이블카 설치를 비롯해 모노레일, 야외 엘리베이터 등 계단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이동수단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물론 섬의 지형과 생태환경, 안전성, 사업비, 유지관리 비용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케이블카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환경 훼손과 비용을 이유로 검토 자체를 미뤄서도 안 된다. 대안별 타당성을 비교하고 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실현 가능한 접근성 개선 계획과 추진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이 의원이 촉구한 개발·관리 대책 역시 관광객 유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관광객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섬을 찾을 수 있는 기반부터 갖추는 것이 개발의 출발점이다.

최근 KT는 약 4000만 원 상당의 사업비를 투입해 최신 무선 전송 설비를 도입해 울릉도 본섬과 죽도를 연결하는 통신망 고도화 작업을 완료했다. /죽도주민 김유곤씨 SNS 갈무리
최근 KT는 약 4000만 원 상당의 사업비를 투입해 최신 무선 전송 설비를 도입해 울릉도 본섬과 죽도를 연결하는 통신망 고도화 작업을 완료했다. /죽도주민 김유곤씨 SNS 갈무리

◇KT는 통신망 개선…전력은 여전히 불안

최근 KT는 약 4000만 원 상당의 최신 무선 전송 설비를 도입해 울릉도 본섬과 죽도를 연결하는 통신망 고도화 작업을 완료했다. 열악한 현장 여건 속에서도 인터넷과 전화 서비스 개선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전력 공급은 여전히 불안하다. 최근 일주일째 비와 흐린 날씨가 이어지고 사흘 연속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서 태양광 발전이 어려워졌다. 주민은 매일 발전기를 3시간가량 가동해 전력을 충전하며 버텨왔지만, 지난 26일 밤 충전을 놓쳐 27일 오전 5시쯤 전면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KT 통신 장비와 발전실 전력 조절기 등에도 저전압 비상 표시가 들어왔다는 것이 주민의 설명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풍력발전기다. 바람은 거세게 불지만 고장 난 발전기는 2년째 멈춰 있다.

통신망을 개선해도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그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 산림청과 울릉군 등 관계기관은 고장 난 풍력발전기의 수리·교체 가능성을 확인하고, 비상전력과 에너지저장장치를 포함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파른 381개의 계단으로 고령자와 어린이,이동이 불편한 관광객에게 큰 부담이 된다. /죽도주민 김유곤씨 SNS 갈무리
가파른 381개의 계단으로 고령자와 어린이,이동이 불편한 관광객에게 큰 부담이 된다. /죽도주민 김유곤씨 SNS 갈무리

◇관광 개발보다 먼저 주민이 살아야 한다

죽도는 약 20만7868㎡ 규모로 500여 종의 식물과 다양한 생태자원을 품고 있다. 생태 탐방과 더덕 수확 체험, 지역 먹거리 등을 연계하면 관광자원으로서 발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주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주민은 더덕음료 판매 부진과 농사 부담, 물류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거와 토지 이용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 지원의 제약을 줄이는 한편, 관광 수익이 주민 소득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산림청 소유 토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산림청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수적이다. 울릉군과 경북도는 주민의 생활·생계 지원책을 마련하고, 관계기관은 사업별 예산과 일정, 책임 주체를 구체화해야 한다.

이상휘 의원의 요구는 죽도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보전과 개발, 주민의 삶이 함께하는 섬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제 산림청은 검토 결과와 후속 조치로 답해야 한다.

주민이 떠난 뒤 관광시설을 만드는 것과 주민이 살아 있는 동안 생활 기반을 개선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381개 계단의 불편을 줄일 케이블카 등 접근성 개선 방안부터 전력 안정화, 주민 생계대책까지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죽도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주민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섬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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