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기업과 동반성장 과제

[더팩트ㅣ전남광주=김승일 기자] 전남광주시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오랜 기간 AI 중심도시를 목표로 산업 기반을 다져온 광주가 전남과의 통합을 계기로 대규모 반도체 투자까지 추진하면서 지역 산업구조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지방정부의 행정 역량, 지역사회의 기대가 맞물리면서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여건도 갖춰지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 유치가 곧 지역 경제 전체의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지역 경제인들이 산업 변화의 중심에 참여하고 그 성과를 기존 기업들과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전남광주시는 지난 7월 출범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의 현지 실사와 투자 협의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생산시설뿐 아니라 AI와 미래차, 에너지 등 기존 산업과 첨단 제조업이 연결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 구축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투자는 청년 인구 유출과 산업 기반 부족이라는 오랜 지역 현안을 해결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역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한다면 전남광주시의 산업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경계해야 할 부분도 있다.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기존 중소·중견기업들이 성장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대규모 투자 효과가 지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동차와 금형, 광산업 등 지역 주력산업이 첨단산업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는 물론 전력, 물류, 설비 유지보수, 산업용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산업 간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역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행정기관을 연결하는 광주상공회의소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광주상의는 한상원 회장이 2024년 3월 제25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역 청년들의 타지역 유출을 막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첨단산업 유치와 기업 경쟁력 강화에 힘써 왔다.
한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광주군공항 이전 부지의 미래산업 활용과 AI·반도체 산업 육성, 지역 기업들의 경영환경 개선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 유치를 위한 지역 차원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경제계의 목소리를 모으는 데 주력했다.
중앙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지역의 산업적 가능성을 알리고 투자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도 이어왔다.
광주상의는 해외 경제협력 확대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광주상의는 올해 정부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발표에보다 앞선 지난 4월 대규모 산업 시찰단을 이끌고 중국 경제·산업 현장을 방문해 현지 경제단체들과 미래차·AI 분야의 기술 교류 및 기업 간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선전상인총회와 선전시 기업서비스그룹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바이두와 BYD, 유비테크 등 글로벌 첨단기술 기업들을 찾아 광주지역 투자와 기술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중국의 첨단 제조업 현장을 살피며 지역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산업 발전 방향을 모색한 것도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이다.
이는 정부의 대규모 투자계획이 구체화되기 전부터 미래 첨단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해외 협력망 구축에 나선 선제적인 행보로 평가할 만하다.
산업구조의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지역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했다는 점에서 한 회장의 판단과 추진력이 주목받는 대목이다.
물론 아직 이러한 교류가 구체적인 투자 실적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지역 경제단체가 기존의 기업 지원 역할을 넘어 첨단산업 유치와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8월에는 광주상의와 노동계, 산업계, 학계 등이 참여하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범시민추진위원회'도 출범했다.
추진위원회는 산업 기반 조성과 투자 확대, 전문인력 양성, 노사상생, 지역협력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며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지역 차원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노력이 실제 지역 기업의 성장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일이다.
대기업의 공장이 들어서고 산업단지가 조성되더라도 지역 기업들이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한다면 기대했던 경제적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중소기업의 기술 고도화와 전문인력 양성, 대기업과의 공동 연구개발, 납품 및 협력 기회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광주상의가 산업별 기업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지방정부의 지원정책과 연결하는 한편, 대기업과 지역 중소기업 사이의 협력 창구를 넓혀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전남광주시의 AI·반도체 산업 육성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생산시설 구축부터 협력기업 유치, 전문인력 확보와 산업 생태계 정착까지 오랜 시간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행정기관과 기업, 시민사회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향해 역량을 모으는 협력체계가 중요하다.
정부와 지방정부가 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시민들이 지역의 미래산업 육성에 힘을 보탠다면, 경제계는 그 기회를 실제 기업 활동과 투자, 고용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특히 산업 전환의 중요한 시기일수록 경제계의 구심점과 일관된 추진력이 요구된다.
기업 유치와 해외 경제협력은 단발성 행사나 일회성 업무협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랜 기간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와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구체적인 성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상원 회장 체제에서 추진해 온 첨단산업 유치 활동과 해외 경제협력의 성과를 어떻게 이어가고 확대할 것인지는 지역 경제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그동안 쌓아온 협력 기반이 산업 전환 과정에서 단절되지 않도록 정책과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경제계의 리더십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남광주 AI·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은 대기업 투자 규모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기존 지역 기업들이 얼마나 성장의 기회를 얻고 청년들이 지역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지가 또 다른 성과의 기준이 돼야 한다.
행정의 지원과 시민의 호응, 경제계의 실행력이 맞물릴 때 대규모 첨단산업 투자는 지역경제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남광주시가 맞이한 산업 전환의 기회를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지역 경제계의 책임 있는 역할과 지속적인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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