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충남도민 희생 강요하는 송전선로 강행…지역 민심 더는 외면 말라"

  • 선치영 기자
  • 입력: 2026.10.19 10:49 / 수정: 2026.10.19 10:49
호남 잉여전력 수도권 공급 논리 흔들려
일방적 추진 중단하고 사업 전면 재검토해야
송전탑백지화 대책위원회가 13일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 앞에서 새만금-신서산 송전선로 입지선정절차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송전탑백지화 대책위원회
송전탑백지화 대책위원회가 13일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 앞에서 새만금-신서산 송전선로 입지선정절차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송전탑백지화 대책위원회

[더팩트ㅣ대전=선치영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송전선로 설치 계획을 둘러싼 충남도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송전선로가 지역주민의 삶과 환경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사업 추진의 근거로 제시됐던 '호남지역 잉여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논리마저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충남도 내 태안을 제외한 14개 시군을 비롯해 대전 지역 5개 자치구 주민들까지 반발 움직임에 가세하면서 '지역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사업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송전선로 설치 반대 대책위원회와 데이터 분석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남권 메가프로젝트로 호남지역의 전력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존 송전선로 계획의 전제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서남부권에 추진 중인 반도체 생산시설과 AI 데이터센터 등의 신규 상시 전력부하는 총 7.6GW, 연간 전력수요는 약 59.7TWh로 추정된다. 이는 2025년 전라권 전체 전력판매량의 약 93%에 해당하는 규모다.

신규 발전설비가 추가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1단계 사업부터 연간 10.6~26.3TWh의 추가 발전량이 필요하며 최종 단계에서는 연간 35.8~51.6TWh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해상풍력과 태양광, LNG 발전 확대 가능성 등을 고려하더라도 최종 단계에서 연간 6.6~22.3TWh의 전력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는 호남지역의 남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야 한다는 기존 설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해당 수치는 발표된 사업계획과 발전설비 확충 가정에 기초한 분석으로 실제 전력수급은 사업 추진 상황과 발전설비 확정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송전탑백지화 대책위원회와 문산면 은곡리 주민들이 13일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 앞에서 새만금-신서산 송전선로 입지선정절차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송전탑백지화 대책위원회
송전탑백지화 대책위원회와 문산면 은곡리 주민들이 13일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 앞에서 새만금-신서산 송전선로 입지선정절차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송전탑백지화 대책위원회

금산군 자문위원이자 데이터 전문가인 김영광 박사는 "한전이 기존 송전선로 계획을 세우면서 호남의 잉여 전기를 수도권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전제를 내세웠지만,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잘못된 전제 위에 세워진 계획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도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단순히 송전선로의 설치 여부만이 아니다. 지역에서 감당해야 할 환경적 부담과 생활상의 피해에 비해 주민들이 충분한 설명과 의견 반영의 기회를 얻었는지, 사업의 필요성과 대안이 투명하게 검증됐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지역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기반시설 사업이라면 그 필요성을 먼저 명확하게 입증하고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절차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가 전력망이라는 명분만으로 지역의 우려와 반대 목소리를 밀어붙인다면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송전선로 설치 반대 대책위 관계자는 "한전은 정부가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는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방침을 정했음에도 호남의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가기 위한 기존 송전선로 설치를 강행하고 있다"며 "충남도 내 태안을 제외한 14개 시군의 들끓는 민심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충남도민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지역주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송전선로 건설의 필요성과 전력수급 전망부터 다시 검증하라는 것이다.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과 합리적인 대안도 없이 사업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호소이기도 하다.

전력망은 국가의 필요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길 위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과 동의가 함께 존중돼야 한다. 한전과 정부는 충남도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업의 타당성을 원점에서 점검하고 주민과의 소통에 나서야 한다.

충남도민들의 염원은 무조건적인 대립이 아니다. 충분한 설명과 검증, 공정한 절차를 통해 지역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합리적인 전력정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이제 정부와 한전이 답해야 할 차례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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