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에 분노한 대구 농민들…"지방 농촌 현실과 괴리 심각"
  • 박병선 기자
  • 입력: 2026.09.21 16:05 / 수정: 2026.09.21 16:05
추경호 대구시장, '농지 전수조사 관련 농업인 간담회' 개최
"농사짓기도, 땅 팔기도 어려운 지방 농촌 현실 무시"
21일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농업인 간담회에서 추경호 대구시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대구시
21일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농업인 간담회'에서 추경호 대구시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대구시

[더팩트┃대구=박병선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해 대구시 농업인 단체와 농민들이 한목소리로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추경호 대구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2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관련 농업인 간담회'에서 농업인 단체 대표들은 "정부의 정책은 지방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은 농사를 짓기도 어렵고, 땅을 팔기도 어려운 지방 농촌의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지역 농민의 피해를 최소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황경동 대구시 농업인단체협의회장은 "농지 소유주 대부분이 고령층이며 건강문제 등 현실적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 오랜 기간 관행적인 임대차 방식으로 농사를 맡기고 임차료를 받아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전수조사는 투기와 무관한 임차농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보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배 한국후계농업경영인 대구시연합회장은 "집안 어르신으로부터 상속·증여 등으로 농지를 물려받았으나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어 이웃에 농지를 임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처분 대상이 되고, 이행하지 않으면 공시지가의 25%에 해당하는 과도한 이행강제금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려했다.

이영희 한국여성농업인 군위군연합회장은 "정부는 직접 경작이 어려운 고령농의 경우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방안도 안내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농사 조건이 좋지 않은 농지의 경우 농지은행 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영섭 한국농촌지도자회 대구시연합회장은 "지방은 논밭을 매수할 사람조차 없는데, 농지 전수조사로 불이익이 염려되는 사람들은 오히려 농지를 헐값에 매도하려 해 농지 보유자들은 한순간에 자산가치 폭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창섭 대구농협운영협의회 의장은 "농지 가격 하락과 거래절벽이 지속될 경우 농지 담보대출을 취급한 지역 농협은 갑작스러운 부실채권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상황"이라며 지역 농협 부실화에 대한 우려를 내놨다.

이재성 군위군 부군수는 "전수조사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임차농, 고령농, 이웃 간 대리경작 등 현실적인 농지 이용 관행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임차농 불안으로 농업 경작면적 감소에 따른 영농기반 약화와 지가 하락의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지역 농업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경현 달성군 부군수는 △청문 전까지 서면계약이나 농지은행 위탁으로 전환한 농지는 처분대상에서 제외할 것 △3년 미만 소유농지에 대한 농지은행 임대 위탁을 한시적으로 허용할 것 △25%의 일률적 수준이 아닌 농업소득과 연계한 이행강제금 현실화로 농민 부담 경감 등을 정부에 건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가 지방 농촌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정책 취지와 달리 선의의 농업인들이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며 "대구시가 지역 농업인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고 농촌과 농민의 현실을 반영해 정책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4년 12월말 현재 대구시의 농업인구는 5만 2599명이며 경지면적은 1만 3597ha다.

대구시 관계자는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과 민원이 많아 추경호 시장의 지시로 간담회를 열게 됐다"며 "이날 현장에서 제기된 애로사항을 정부에 전달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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