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한낮의 햇볕은 따가웠다.
추석을 닷새 앞둔 20일 경북 영주시 원당로 일대에 들어선 5일장은 모처럼 사람들로 북적였다. 장바구니가 부딪치는 소리와 상인들의 우렁찬 목소리, 손님들의 흥정 소리가 뒤섞이며 장터 곳곳에서 명절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떡집 앞을 지나자 갓 쪄낸 떡의 구수한 냄새가 발걸음을 붙잡았다.
"송편은 여기서 사야 제맛이지."
손님을 부르는 상인의 목소리가 장터의 활기를 더했다. 떡을 고르는 손님들은 종류와 가격을 꼼꼼히 살폈고, 상인들은 주문받은 떡을 바쁘게 포장했다.

시장 한쪽에는 파릇한 배추와 각종 채소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붉은 고춧가루와 윤기가 흐르는 사과·배 등 제철 농산물도 손님들의 눈길을 끌었다.
추석 차례상과 가족 밥상을 준비하려는 발길도 이어졌다.
젊은 부부는 손을 맞잡고 송편 재료를 고르는가 하면, 장을 보러 나온 이웃들은 오랜만에 마주친 듯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올해도 벌써 추석이네요."
장터 한켠에서 들려온 짧은 인사에는 세월의 흐름과 명절을 맞는 설렘이 함께 묻어났다.
평소 경기침체로 손님이 뜸했던 상인들도 이날만큼은 분주했다. 물건을 담고 포장하는 손길이 쉴 새 없이 이어졌고, 손님이 몰릴 때마다 상인들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다.

흥정이 끝난 손님들은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장터를 빠져나갔다. 손에 묻은 밀가루를 털어내며 웃는 상인, 이웃과 마주 서서 옛 추석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 가족과 함께 장을 보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졌다.
장터를 걷는 발걸음마다 사람 냄새가 느껴졌다.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이웃들의 공간이기도 했다.
영주 원당로 5일장은 매월 5일과 10일, 15일, 20일, 25일, 30일에 열린다. 이날 장은 추석 명절을 앞둔 마지막 장날로, 명절 음식과 제수용품 등을 마련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팍팍한 일상과 경기 불황 속에서도 이날만큼은 장터가 달랐다.
구수한 떡 냄새와 싱싱한 농산물의 색깔, 흥정하는 목소리와 이웃들의 웃음이 장터를 가득 채웠다.
추석을 닷새 앞둔 영주 원당로 5일장은 그렇게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게 하고, 명절의 따뜻한 온기와 정겨운 시장의 풍경을 선물하고 있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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