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매각 대신 시민의 숲을 택한 박수현의 '통 큰 결단'
  • 김형중 기자
  • 입력: 2026.09.17 16:26 / 수정: 2026.09.17 16:26
박수현 충남도지사가 16일 금강수목원 산림박물관 잔디광장에서 금강수목원 등 재개장 및 공동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통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형중 기자
박수현 충남도지사가 16일 금강수목원 산림박물관 잔디광장에서 '금강수목원 등 재개장 및 공동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통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형중 기자

[더팩트ㅣ세종=김형중 기자] 1년 넘게 닫혀 있던 금강수목원의 문이 다시 열린다. 오는 21일 산책로와 전시원 등 야외 공간이 시민들에게 임시 개방되고 내년 1월 정식 재개장이 추진된다. 지난해 6월 말 문을 닫은 뒤 매각 논의까지 이어졌던 금강수목원이 충남도와 세종시의 공동운영이라는 새로운 해법을 통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번 재개장을 바라보며 주목할 대목은 단순히 수목원 운영이 재개된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충남도 소유의 재산이 세종시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행정적 경계, 운영에 따른 재정 부담, 소유권과 관리 책임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를 놓고 박수현 충남도지사가 매각 대신 공동 활용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수목원은 충남도의 재산이지만 이용객 대부분은 세종시민과 충청권 주민이다. 충남도 산림자원연구소 이전 이후 운영 중단과 매각 논의가 이어지는 동안, 공공의 숲을 시민들이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됐다.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재정과 운영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시민들에게는 그저 다시 찾고 싶은 익숙한 휴식 공간이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소유권과 행정구역을 넘어선 결단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결단의 중심에 박수현 지사가 있었다.

매각하면 재정 부담 덜 수 있지만…박수현, 공동 활용으로 방향 틀어

박 지사는 금강수목원 재개장과 관련해 산림자원연구소 이전 비용 등을 고려할 때 매각이 아닌 공동 활용을 선택하면서 충남도가 재정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수목원을 공공자산으로 유지하고 아이들에게까지 물려줄 수 있도록 결정한 데 대해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단순한 운영 협약을 넘어선 선택이다. 매각은 재정 부담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공공자산을 시민들에게 계속 개방하는 데는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반면 공동운영은 충남도가 소유권을 유지하면서도 세종시와 책임과 비용을 나누는 방식이다.

물론 공동운영을 선택했다고 해서 충남도의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운영 인력과 시설 관리, 유지보수 비용 등 지속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박 지사 역시 이러한 부담을 인식하면서도 수목원을 공동 활용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밝힌 '통 큰 대타협'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충남도정의 재정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금강수목원을 시민들의 공간으로 남기겠다는 선택이다.

지난 16일 박 지사와 조상호 세종시장이 금강수목원에서 체결한 공동운영 협약은 이러한 방향 전환을 공식화했다. 양 기관은 운영 인력 지원과 운영비 분담, 시설비 및 운영 수입 관리, 재개장에 필요한 행정 절차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연간 운영비는 20억 원 안팎으로 예상되며, 세부 분담 방식은 후속 협의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조상호 시장의 협력, 충남도의 결단과 맞물리다

조상호 세종시장 역시 이번 협약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세종시 안에 위치한 금강수목원을 시민들이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에 참여하고, 단순한 산책 공간을 넘어 산림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충남도가 소유권과 운영 기반을 유지하고 세종시가 인력과 운영비 등을 함께 부담하는 구조는 어느 한 기관만의 노력으로는 만들기 어려웠다. 박 지사의 공동 활용 결정과 조 시장의 참여 의지가 맞물리면서 재개장을 위한 실질적인 협력 틀이 마련됐다.

특히 박 지사가 강조한 것처럼 수목원을 공주시민과 충남도민 그리고 미래 세대에 물려줄 공공자산으로 바라본다면 이번 합의는 행정구역을 넘어 공공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다만 협약의 의미가 지속되려면 공동운영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고 재정 분담의 기준을 안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수목원을 다시 여는 것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재개장은 끝이 아니라 공동운영의 시작이다

금강수목원은 269㏊ 규모의 옛 산림자원연구소 본소에 자리하고 있다. 수목원과 금강자연휴양림, 산림박물관, 열대온실 등 산림·휴양 시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오랜 기간 충청권 주민들이 찾던 산림 휴양 공간인 만큼 재개장 이후에도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박수현 지사의 이번 결정은 재정 부담을 줄이는 것만으로 공공자산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지만 이 선택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충남도와 세종시가 협약에 담긴 책임을 지속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시설 보수와 안전 점검, 운영 인력 확보, 재원 마련, 시민 편의 개선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공동운영이 일회성 합의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협력 모델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실행에 달려 있다.

닫혔던 금강수목원의 문을 다시 여는 데는 박수현 지사의 공동 활용 결정과 조상호 시장의 협력이 있었다. 소유와 관할의 경계를 넘어 시민의 이용을 중심에 놓은 이번 합의가 충남도와 세종시의 상생 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강수목원의 진정한 재개장은 오는 21일 문이 열리는 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다시 찾은 시민들이 이 숲을 오래도록 이용하고, 다음 세대에도 물려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완성될 것이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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