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경기도 내 산림재난이 다음 재난의 강도를 높이는 '연쇄·복합재난'으로 번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기연구원은 17일 '경기도 산림재난 취약지역의 공간계획 및 관리 방안 연구' 보고서를 내고 산불·산사태·소나무재선충병을 개별 재난이 아닌 하나의 재난군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산불이 난 지역에서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산사태 위험이 커지고, 병해충으로 산림이 약해지면 산불에 더 취약해지는 연쇄 현상이 반복된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로 극한호우와 고온·건조한 날씨가 잦아지면서 재난 간 연결고리도 강해진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보면 도내에서 최근 10년 동안(2016년~지난해) 발생한 산불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250건이었다. 피해면적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지만 발생 빈도가 높아 대형산불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산불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은 가평(342㎢), 양평(205㎢), 포천(181㎢) 등 3개 지역으로, 전체의 61.6%를 차지했다. 이 지역들은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림 면적이 넓고 산지지형이 험준하다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었다.
또 경로당·요양원 등 취약 노인시설 6344곳이 산림 경계 100m 안에 몰려 있었다. 도내 전체 시설의 절반 이상이 산림과 맞닿았고, 가평은 무려 81%에 달했다.
이를 토대로 산불 위험지역의 자연환경적 특성과 취약시설의 분포를 함께 고려한 예방감시 활동과 대피・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지난해 7월의 경우 가평·포천에 4시간 동안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500곳이 넘는 지점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5명이 숨졌다.
특히 가평 북면 제령리와 조종면 신상리·마일리 등 3곳은 모두 법정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니었는데도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경기연구원이 0.5m급 정밀 지형정보를 활용해 산지에서 시작되는 물길과 토석류 피해 예상지역을 분석한 결과, 위험에 노출된 건물은 16만 9983동이나 됐다. 법정 산사태 취약지역 내 건물 5541동보다 약 30배 많았다.
이 가운데 8만8152동(51.9%)은 토석류 충격에 취약한 조적조·비조적조 건물이었다.
소나무재선충병도 올해 6월 기준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23곳에서 감염목이 발생할 정도로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도내 감염목은 2021년 8009그루에서 지난해 5만9351그루로 7배 이상 늘었다. 감염목의 90% 이상은 잣나무였다. 재선충병에 감염될 수 있는 소나무·곰솔·잣나무·섬잣나무가 자라는 산림은 9만 5285㏊로 도 전체 산림의 약 20%에 이른다.
보고서는 이 같은 산림재난 위험 분석을 토대로 4대 핵심 대책을 제시했다.
산불 고위험지역인 가평·양평·포천부터 드론 스테이션과 스캐닝 라이다(LiDAR)를 활용한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물길 주변 취약건물에는 방호벽·옹벽을 설치하는 방안이다.
또 법정 대피소가 없는 마을에는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안전건물’로 지정하고, 항공·위성영상으로 재선충 감염 현황을 파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산불·산사태·재선충병을 통합 관리할 ‘(가칭)복합산림재난센터’를 설치하고, 위험지역과 취약시설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통합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김동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변화로 기존 자연재난이 극단적으로 바뀌고 서로 연쇄·복합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과거와 같은 대응으로는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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