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부실수사' 재판 본격화…현직 경찰 아버지 법정 선다
  • 조효근 기자
  • 입력: 2026.09.14 17:48 / 수정: 2026.09.14 17:49
리얼돌·케이블타이 폐기 경위 증언 예정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광주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광주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전남광주=조효근 기자] 고(故) 이채원 양 살해 사건을 수사하면서 핵심 증거를 확보하지 않고 수사 내용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들의 재판이 시작됐다.

주요 증거를 폐기하거나 옮긴 것으로 조사된 장윤기의 아버지도 증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광주지법 형사12단독 이승연 부장판사는 14일 증거인멸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당시 광주 광산경찰서 강력팀장 박 모(57) 경감과 팀원 김 모(41) 경사의 첫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장윤기(23)의 아버지인 장 모(50대) 경감을 오는 10월 28일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현직 경찰관인 장 경감은 아들이 구속된 뒤 장윤기의 자취방에 남아 있던 훼손된 리얼돌을 버리고 차량 안에 있던 케이블타이를 자신의 집으로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장 경감은 앞선 조사에서 리얼돌 폐기에 대해 경찰 수사가 끝난 뒤 집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버린 것이라는 취지로 증거인멸 의도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상 친족의 형사사건과 관련해 증거를 인멸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 특례가 적용돼 장 경감은 해당 행위 자체로 형사처벌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그러나 수사팀이 장 경감에게 증거에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박 경감과 김 경사는 지난 5월 장윤기 사건을 수사하면서 케이블타이가 들어 있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장 경감에게 돌려주기로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박 경감은 장윤기의 자취방을 압수수색하면서 목과 가슴 부분 등이 훼손된 리얼돌 2개를 발견하고도 실물을 압수하지 않은 채 남겨둬 장 경감이 이를 폐기하도록 방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차량 압수수색 과정에서 촬영된 케이블타이 영상을 검찰 송치 자료에서 제외하고 이후 팀원에게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김 경사는 과거 함께 근무했던 장 경감에게 장윤기의 구속영장 신청 계획과 범행 인정 여부, 휴대전화 공기계 압수 사실 등 수사 상황을 여러 차례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팀은 사건 발생 당일 장윤기의 아버지가 같은 경찰 조직에 근무하는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 경사와 장 경감은 2024년부터 지난해 사이 약 6개월 동안 같은 지구대에서 함께 근무한 이력도 있다.

박 경감 측은 이날 부실수사로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서는 사과하면서도 검찰이 적용한 형사책임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경감 측은 "부실수사 논란을 일으켜 피해자 유족에게 죄송하다"면서도 "도덕적 과오와 형사책임은 다르다"고 밝혔다.

또 사건 초기에는 살인사건 자체와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찾는 데 수사를 집중하면서 케이블타이 등의 의미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경찰이 확보하지 않은 리얼돌과 케이블타이 등을 장윤기의 성범죄 목적을 뒷받침하는 중요 자료로 판단했다.

경찰은 당초 장윤기를 일반 살인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수사를 보완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장윤기는 이후 법정에서 해당 공소사실을 인정했고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오는 10월 14일 장윤기 차량 감식 당시 케이블타이를 영상으로 촬영한 수사팀원을 증인으로 불러 조사한다.

이어 28일에는 장 경감을 비롯해 장윤기 사건 수사에 참여한 광주경찰청 관계자 등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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